“벽걸이 TV에, 인터폰까지” 北돈주 가전제품 소유욕 커진다

진행 : 최근 북한에서 태양열광판에 의해 전기 사정이 나아지면서 주민들의 가전제품 소유 욕구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벽걸이 텔레비전’을 사겠다는 돈주(신흥부유층)들도 나오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상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 연봉동에서 활발한 시장활동으로 자금을 축적한 40대 여성 김 모 씨. 최근 그는 밥솥을 새로 교체했습니다. 국가에서 보내주는 전기는 여전히 잘 들어오지 않지만, 시장에서 태양열광판을 3개가량 구입해 이제는 보다 자유롭게 전기를 사용할 수 있어 대용량을 구입한 겁니다.

양강도 소식통은 4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이제는 노트텔(영상 재생기) 보다는 노트북으로 영화나 노래를 즐기겠다는 주민이 늘고 있다”면서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가 보다 고급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요새 좀 산다는 집에서는 분쇄기로 콩 등 곡물을 갈아 먹거나 각종 과일을 마시기도 한다”면서 “손전화(핸드폰) 같은 경우에는 한 대가 아니라 2, 3대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가전제품에 눈을 돌리는 것은 북한 시장화의 또 다른 단면으로 해석됩니다. 태양열광판 확보로 전기 사정이 나아진 측면과 더불어 주민들의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향상되면서 전자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이와 관련 무더위에 선풍기를 사려는 주민들이 늘어 가격도 지속 상승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지난달만 하더라도 1대에 200위안(元, 약 3만 4000원)하던 선풍기가 최근에는 300위안(약 5만 3000원)으로 껑충 뛰었지만, 인기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자신의 집을 예쁘게 꾸미려는 욕구도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인터폰’을 들여와 자신의 집을 방문한 이웃에게 부(富)를 과시하려는 돈주들도 늘고 있다는 겁니다.

이 같은 현상은 한류(韓流)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대북 소식통은 “최근 중국 대방(무역업자)에 벽걸이 텔레비전을 요구하는 돈주들도 있다”면서 “남조선(한국) 드라마를 시청한 주민들의 눈높이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 아니겠냐”고 풀이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전력 문제에서 ‘빈부 격차’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소식통은 “도(道) 보안국장(우리의 경찰청장 격) 정도 되는 집안에서는 에어컨도 설치해 놨지만, 가난한 주민들은 꿈도 못 꾸고 있다”면서 “전기 공급에 대한 불평등뿐만 아니라 전기 기기 사용에 대한 불평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