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간부들 “려명거리 아파트는 금수산태양궁전 방패막이”

북한 당국이 평양 려명거리에 건설된 초고층 아파트를 두고 ‘인민애’ 선전에 나섰지만, 정작 해당 지역 간부와 주민들 사이에선 려명거리 아파트가 김일성·김정일 부자 시신이 있는 금수산태양궁전 ‘방패막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건물을 제외하고 아파트 대부분에 국가보위성과 인민보안성, 호위사령부 등 보안기관 간부 및 요원들이 집중적으로 입주한 게 알려지면서, 내부에서도 ‘려명거리는 금수산태양궁전을 호위하는 장벽일 뿐’이란 비난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원래 금성거리(현 려명거리) 일대는 수령님(김일성)과 장군님(김정일) 미라가 안치된 특별 지역이라 일반 주민들의 왕래는 극히 제한돼 왔다”면서 “그래서 려명거리에 들어선 초고층 아파트 대부분에는 금수산 태양궁전 경호를 맡은 국가보위성과 호위사령부, 인민보안성 관계자들과 가족들이 먼저 입주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노동신문의 주장처럼) 김일성종합대학 교원(교사)들과 연구자들이 먼저 입주했다는 것도 극히 일부 아파트에 불과한 얘기다. 이들은 아파트 중에서도 금수산태양궁전과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입주했다”면서 “결국 려명거리 아파트는 일반 시민을 위한 게 아닌, 이 지역의 보위와 안전을 위해 건설된 게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실제 북한 당국은 김일성 집권 당시부터 금수산 태양궁전 근처에 일반인 왕래를 철저히 통제하고, 잠복 순찰 요원들이 밤낮 할 것 없이 감시 태세를 유지해왔다. 특히 김일성종합대학과 태양궁전 사이에는 보위요원들만 거주하는 아파트를 별도로 마련해두고, 주민 통제와 금수산태양궁전 호위를 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심지어 1980년대 금수산 태양궁전 근처에 22층짜리 김일성종합대학 신(新)청사가 들어섰을 때도, 18층 이상부터는 학생과 교원에게 개방하지 않고 호위사령부의 감시 지휘소로 활용했다. 18층 이상 높이에선 금수산태양궁전이 내려다보인다는 게 이유였다.

때문에 이 같은 사정을 알고 있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당국이 려명거리를 따라 초고층 아파트들을 건설한 것도 결국 금수산태양궁전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새로 완공된 40층, 70층짜리 초고층 건물들은 평시엔 호위성원들의 주택이지만 유사시(전쟁시)에는 ‘적’의 공격이나 테로(테러)를 막기 위한 방패막이에 불과하다”면서 “이 같은 실태를 알고 있는 고위 군 간부들은 려명거리 아파트가 ‘방패막이 아파트’라면서 입주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군 기관 간부로 근무했던 한 고위 탈북민도 “김정은이 신년이나 김정일 생일, 김일성 생일 등 주요 일정 때마다 금수산태양궁전에 방문한다는 건 전 세계가 다 아는 일이지 않나”라면서 “외부에서 김정은 참수작전을 준비한다는 소문이 내부에 들어가니, 김일성·김정일 미라와 함께 김정은을 보호하기 위해 려명거리 아파트에 호위성원들을 입주시킨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18일자 노동신문에 등장한 려명거리 입주 모습. 군 간부로 보이는 인물이 입주자들을 안내하고 있다. / 사진=노동신문 캡쳐

실제 려명거리 아파트가 호위세력인 군 위주로 운영된다는 건 북한 노동신문에 등장한 사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18일자 노동신문 4면을 보면, 군 간부로 보이는 인물(빨간 원)이 아파트에 입주하는 김일성종합대학 교원들과 연구자들을 안내하고 있다. 통상 신설 건물 입주 안내는 시(市) 인민위원회 위원장이나 해당 구역의 당 책임비서 등이 맡아온 점으로 미뤄볼 때, 군 관계자가 직접 나서서 입주자들을 안내하는 건 이례적이다.

군 출신 고위 탈북민은 “미래과학자 거리 입주 당시에도 군 관계자가 안내를 맡지 않았다. 결국 려명거리는 군이 관리하는 지역이라는 것을 노동신문 사진을 통해 드러낸 셈”이라면서 “아마 군에서 입주할 호실까지 배정할 것이다. 금수산태양궁전이 보이는 건물에는 무조건 호위성원들을 배정하고, 나머지 인원은 금수산태양궁전 반대 방향으로 창문이 난 집에 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호화로운 외관과 달리 아파트 내부는 속도전 건설로 인한 부실 공사가 많아, 고위 군 간부들마저 입주를 꺼리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소식통은 “건설 전문 인력이 아닌 일반 돌격대와 군부대 산하 인부들이 아파트 건설을 맡았기 때문에 부실 공사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려명거리 아파트 건설은 국가적인 투자와 기존 공법을 외면한 채 ‘4·15까지 무조건 끝내라’는 강박 속에 이뤄진 억지공사”라면서 “간부들과 건설자들이 상부의 질책이 두려워 무작정 속도전으로 지은 탓에 당연히 부실한 건물이 들어설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