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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청년층, 기업소 출근 강요에 ‘지금 누가 직장 나가냐’ 반발”

소식통 “처벌 으름장에도 아랑곳 안해…직장 다니는 사람 바보 취급”
김채환 기자  |  2017-04-04 12:20

북한 당국이 무직자들에 대한 단속과 함께 직장에 나갈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지금 누가 기업소에서 일을 하나”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무런 대가가 지급되지 않은 직장보다 생계자금을 벌 수 있는 ‘시장’을 중시하고 있다는 것으로, 국가의 혜택을 거의 받지 않고 장마당을 통해 자력갱생한 ‘장마당 세대’에서는 직장에 나가 일하는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경향도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양강도 소식통은 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삼수군 비사회주의 그루빠(단속원)들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왜 직장수속을 안했는가? 직장엔 왜 나가지 않는가’등 꼬투리를 잡고 있다”면서 “이에 대해 주민들은 ‘지금 지금 직장 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라며 품고 있던 불만을 표출한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노란 봄철(뜯어 먹을 푸른 색 풀도 없는)에 무엇이라도 먹어야 직장도 나가고 일도 하는 것 아니겠냐’ ‘자체로 먹고 사는 상황에서 나라를 배신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와서 못살게 군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춘궁기(春窮期)까지 더해지면서 북한 주민들의 식량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직장에 나가라는 당국의 강요는 ‘시장’에 의존하는 주민들에게 “생계를 포기하라”라는 말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특히 직장에 나가지 않고 시장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청년층 사이에서는 당연하게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청년층은 상대적으로 장·노년층 세대에 비해 ‘시장’에 대한 의존도 뿐 아니라 활용 폭이 훨씬 크다고 한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작년까지만 해도 무직자들에 대한 처벌수위가 대단히 높았다.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에서 20대 무직 청년들을 불러 비판서를 쓰게 한다거나 어렵고 힘든 곳(6.18돌격대 등)에 강제적으로 동원 보냈다”면서 “(이러다 보니)각종 불이익과 처벌을 피하기 위해 돈이나 담배를 (뇌물로)주며 사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소식통은 올해 들어 식량상황이 악화되자 청년층이 공세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당국에서 하란대로 해서 잘 되는 것을 못 봤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판인데 눈치 볼 필요가 무엇이 있느냐”면서 거리낌 없이 직장 대신 시장활동을 선택하는 청년층이 많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직장에 나간다고 해도 일감이 없고, 일을 해도 대가를 줄 수도 없는 형편이 다”면서 “때문에 (당국에서도) 무직 청년들에 대해 지적하는 행태는 보이지만 예전처럼 강력한 처벌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소식통은 북한 내 이런 사정을 반영하듯 김정은이 지난 1월, ‘무직자들에 대한 재조사 및 대책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기층세대이자 미래를 짊어질 장마당 세대의 민심 이반이 결국은 체제불안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조사결과는 청년층을 포함한 북한의 실질적 취업연령대(20~59세) 실업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석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 내놓은 ‘북한의 실제 취업률과 소득은 얼마나 될까?’ 보고서에 따르면, 평양을 제외한 지역에서 실질 취업인구의 비중은 “최소 31%, 최대 6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북한의 공식적인 취업자 수치는 북한의 실업률이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고 말하고 있지만 북한의 현실 경제상황은 이러한 공식적 수치와 크게 다른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하며 “공식적인 취업인구와 실질 취업인구 사이의 극심한 격차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1990년대 대아사기 이후 북한의 대다수 기업과 직장들이 작동중단 상태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이들 기업과 직장에 고용된 북한주민들은 비록 서류상으로는 취업자이지만, 실제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실상의 실업상태임이 일상적으로 관찰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식통의 발언은 이들 실업상태인 북한 주민들 대다수가 시장에 흡수됐고 이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력갱생 및 자급자족은 북한 주민들에게 일상화됐지만 시장화의 진전으로 직장에 나서지 않는 추세 역시 비례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직장 대신 시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있는 상황은 (오래됐고)양강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직장을 다니지 않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청년들에겐 당연한 것”이라면서 “이제는 직장 다니는 사람이 머저리(바보)가 되는 시대란 것을 알고 있다. 시장 활동에 하루라도 빨리 뛰어 드는 사람을 똑똑한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위에서는 무직자들을 없애기 위한 방침과 지시가 지속적으로 내려오고 있지만 해결방도가 없다”면서 “한두 해도 아니고 수십 년 동안 배급과 생활비(월급)도 못주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무보수 노동을 강요하기에도 무리라는 것을 당국도 알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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