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원’ 구호만 요란…배고파 도둑질까지

북한은 22일 인민군 최고사령부 명의로 ‘농촌지원전투 총동원령’을 내렸다. 최고사령부는 이 명령에서 식량증산을 위한 전투에 군대가 앞장서고 전주민이 떨쳐 일어서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내부소식통이 당일 전해왔다. 


21일 노동신문도 자강도 희천시 역평협동농장 소식을 담은 ‘하고자 결심하면 못해낼 일이 없다’는 제목의 글과 함께 여러 편의 농업관련 기사를 실었다. 신문은 “일군들과 농업근로자들은 감자심기에 력량을 집중하여 날에 날마다 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내부소식통은 이러한 떠들썩한 지시나 선전과 달리 농촌지원전투 현장은 식량 부족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농촌 총동원 지원자들에게 식량과 부식물조차 보장하지 못해 자체적으로 ‘식량보장조’를 꾸릴 정도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농촌지원자들이 식량부족으로 제대로 일하지 못해 (학교 등 각 단위에서) 식량구입 능력자들을 뽑아 물자(돈)를 보장토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중학교 한 학급 30명 중 이미 쌀 50kg에 해당하는 뇌물을 고여 받친 자와 식량 구입자로 작업에서 빠진 사람이 10여 명 정도”라고 말했다.


쌀 50kg을 내면 농촌지원 전투 기간 한 달이 넘게 휴가를 얻는 셈이다. 개인당 일일 배급량 600g을 기준으로 총동원기간이 40일 동안 1인 24kg의 식량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농촌지원에 나서는 두 사람이 40일간 먹을 식량을 책임지면 노동을 면제해주는 것이다.  


춘궁기(2~6월) 대부분 농장들은 절량(식량이 바닥난) 상태로, 농촌지원이 와도 식량보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소식통은 “지원자들의 국거리 보장을 위해 준비한 시금치는 이미 떨어진 상태다. 부식물을 마련하기 위해 ‘부식물보장조’를 조직해 산나물을 캐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식량보장조와 부식물보장조까지 더하면 지원 대상 중 절반가량이 지원전투에서 빠지는 셈이 된다. 소식통은 “그나마 농촌에 남은 인원도 배곯아 맥빠진 상태로 작업의 능률을 발휘하기 힘든 상태”라며 “강냉이라도 먹어야 힘이 나지 구호를 외친다고 힘이 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며 당국의 조치를 비웃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원자들 중에는 인근 농가에 침입해 훔쳐먹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농사 지원보다 하루빨리 지원자들이 철수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한편, 소식통은 총동원 기간에 관혼상제를 엄격히 금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 기간 에 결혼이나 환갑, 돌잔치를 금지한 것이다. 여행증 발급도 중지했다. 사망자의 직계가족 외에는 유동(流動)을 불허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로 인해 지역간 상품 이동이 억제돼 내륙지방의 식량난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