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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당국 ‘가뭄 전투 호소’에 농장 간부들은 돈벌이 꾀한다”

소식통 “양수장 건설 사업에도 뇌물 꾀해…각종 세부담 뒤로 착복”
설송아 기자  |  2017-06-29 16:42

진행 : 북한 당국이 가물(가뭄)과의 전투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농장 자체 힘으로 양수장·물길공사를 진행하라고 강요하고 있는 건데요. 농장 간부들이 어떤 방식으로 원자재 구입을 진행하고 있는지, 또한 농장원들은 어떤 식으로 대처하고 있는지 설송아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설 기자 관련 소식 전해주시죠.

기자 : 북한 농작물이 가물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농장 저수지 바닥까지 드러나 옥수수밭은 물론, 논에도 물을 대지 못하는 심각한 사태입니다. 북한 당국은 가물과의 전투는 단순한 물보장이 아니라 사회주의수호전이라며 양수장 건설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국가 예산과 원자재 공급이 없는 상황에서 국영농장은 이를 어떻게 대처하는지, 평안남도 평원군 농장 상황을 통해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 : 지난주엔 문덕군 농장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이번엔 왜 평원군 농장을 지정했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기자 : 북한에서 곡창지대를 꼽으라면 황해남도 재령벌 등 평안남도 문덕, 숙천, 평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덕·숙천·평원은 서로 인접해 있는 지역인데요. 특히 평원군 원화리는 김일성이 다녀 간 이른바 ‘시범 농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주목되는 농장일수록 농장경영이 중요한데요. 수확량을 높여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가물막이 전투가 강조될수록 어떤 방법을 써서든지 피해를 줄여야 합니다. 식량 문제 타격도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최고존엄 체면’에 먹칠을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이런 농장의 알곡 수확량은 김정은 체제 안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농장 간부들의 자신의 명줄이 달린 것처럼 대하곤 합니다.

진행 : 김정은의 집중된 관심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군요. 그렇다면 이런 농장에서는 가물피해를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요?

기자 : 지난 27일 노동신문은 평원군이 자력자강의 정신으로 국가적 투자 없이 큰 양수장을 건설한 기적을 이뤘다고 선전했습니다. 군 자체 예산으로 양수장을 건설했다는 건데요. 여기서 문제는 ‘이런 자금을 어디서 구했는가’입니다. 양수장을 건설하자면 철판만 해도 수십 톤이 들어가거든요. 양수기와 전동기를 새로 설치하는 데 드는 자금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물론 이런 막대한 자금이 간부들 주머니에서 나오는 건 아닐 겁니다. 바로 여기서 시장이 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시내 돈주(신흥부유층)들과 결탁해서 외상거래로 양수기 등을 마련하는 겁니다. 군 농기계사업소 간부들이 거래에 나서고 돈벌이를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군 관계관리소 간부들도 유사한 행태를 보입니다. 이런 가물에도 오히려 뇌물을 주는 농장에 물을 더 보내주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매년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러니까 해마다 봄이면 농장 간부들은 농장에 필요한 연유(燃油), 설비 등을 외상으로 가져오곤 합니다. 그러니까 당시엔 농장 자금이 없어 바로 돈을 주지 못하고 가을(추수)에 벼로 두세 배 가격으로 쳐서 지불하는 것입니다. 

진행 : 그러니까 농장 간부들이 당국의 가물 전투 지시를 자신의 돈벌이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봐야 겠네요.

기자 : 네 이와 관련해서 평원군 탈북자를 만나봤는데요. 그에 따르면, 당국이 가물전투를 호소할수록 농장 간부들은 ‘통 큰 장사’를 꾀하고 있다고 합니다. 농기계작업소 주물작업반에서 양수장 건설에 필요한 철판을 생산하자 해도 우선 파철(破鐵)이 필요한데요. 다행히 평원군은 평성시와 25km 정도로 가까워 파철 구매는 비교적 쉽습니다. 단 국영농장 간부가 나서야 보다 쉽게 거래가 이루어지는데요. 간부들은 바로 이런 점을 노리고 은근히 뇌물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또한 각종 세부담도 이들에겐 뒷돈을 챙길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숙천군에서 2014년 탈북한 한 탈북민에 따르면, 농근맹위원장이 세부담을 지시하고 매 작업반 기술지도원이 농근맹 초급위원장을 겸하면서 직접 걷는다고 합니다. 내지 않는 농장세대는 세부담액수를 적어놓았다가 가을 분배에서 공제할 정도로 아주 끈질깁니다.

진행 : ‘뛰는 당국에 나는 간부들’라는 생각이 들 정도네요. 저번 시간에 포전담당제를 설명해 주셨는데, 이런 곳에 속한 주민들은 이런 세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 포전담당제는 모든 농장에서 일치하지 않은 것 같아요. 평원군은 2015년도까지 하고 끝났다고 합니다. 며칠 전 통화한 평안북도 소식통도 ‘분조관리제를 지금도 하느냐’고 물어보니 ‘지금은 하지 않는다’고 답변하더군요.

몇 개 농장 작업반 시범적으로 실시했지만 부작용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평원군의 경우에도 가을에 당국이 대부분의 수확량을 실어가는 모습에 불만 품은 한 농민이 알곡을 훔친 사례가 있었다고 합니다. ‘내가 농사지은 건데 가져가는 건 훔치는 게 아니다’며 탈곡장에서 소란을 피웠다는 겁니다. 

진행 : 개인이 수확한 걸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각종 세부담을 지우고 있는 거네요. 그렇다면 평원군 농장원들의 살림살이도 별반 좋지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 문덕군보다 평원군, 특히 원화리 농장 소속 주민들이 살기 힘듭니다. 이곳은 농장주택이 아파트인데요. 그러니까 개인 텃밭이 작은 겁니다. 30평정도 나누어주긴 했지만 그것 가지고는 어림도 없습니다. 

때문에 평원군 농장원들은 6월이 되면 평안북도 은산군으로 소금 장사를 떠나곤 합니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평원, 숙천, 문덕 농장원들은 모내기만 끝나면 먹을 게 없어 (숙천군)남양제염소에서 소금을 넘겨받아 몇 백리(里) 걸어 감자와 바꾸려고 한다”면서 “소금과 감자는 3:1로 물물 교환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 : 소금 장사길을 몇 백리 걸으면서 식량을 마련해야 하는 농장원들의 삶이 안타깝습니다.

기자 : 평원군 실태를 취재하던 중 모자의 ‘볏짚 재 장사이야기’에 눈물 났습니다. 평원군에서 살고 있는 농장원이 13살 아들을 데리고 평성시 주변 농장에 볏짚 재를 팔려 왔는데요. 뒤축도 없는 신발을 신고 있었답니다.

아들 영양 상태가 안 좋아서 얼마나 작은지 10살도 안 돼 보인다는 말에 마음이 아팠거든요. 그래도 다행히 평성시 주민이 볏짚 재를 사면서 모자에게 찬장에 있던 밥을 먹이고 신던 신발을 주었는데요. 각박한 세월에도 간만에 정을 느껴서인지 평원군 농장원 여성이 울더랍니다.

암튼 문덕, 숙천, 평원군에서는 난방용과 취사용 연료로 볏짚을 쓰는데요. 볏짚 재를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다가 4, 5월이면 도시 주변 농장에 팔고 있는거죠. 볏짚 재 10키로(kg)에 고구마 1.5키로를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볏짚 재 장사도 끝나 평원군 농장원들은 가까운 서해바다에서 조개를 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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