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계획경제 포기 수준…시장 관리·장악 정책은 여전

북한에서 사회주의에 바탕을 둔 ‘계획경제’ 시스템은 사라지고 공장기업소들도 소비자의 니즈(Needs)에 따라 반응하는 ‘시장경제’에 따라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영 공장에서조차 시장상황에 따라 생산계획을 수립하는 것뿐만 아니라 설비·자재 등도 시장에서 구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국가의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계’는 옛말이 된 지 오래됐고, 공장기업소는 자율적 경제운영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공장기업소 일꾼들은 시장 상황을 놓고 ‘경제타산서’를 작성하면서 생산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채취(탄광·광산)와 야금(제철·제강)공업의 일부 주요 공장기업소에만 연간 생산지표가 하달되고 대다수 공장들에서는 8·3제품(인민소비품)만 생산한다”면서 “기업소 간부들은 국가 생산지표 대신 시장 수요에 맞는 상품을 만들어 판매한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에서 생산용 자재·설비를 평양 자재공급위원회서 배분받던 때는 오래전 일이 됐다. 지금은 일반적으로 시장과 거간꾼(중개인)들을 통해 구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시장 입구와 고정된 장소에는 자재·설비·기계 부품을 알선해주는 전문 거간꾼들이 늘 대기하고 있다. 평양에 있는 자재공급소 출장에 늘 바쁘던 공장 자재일꾼들은 이젠 각종 자재 구입을 위해 시장으로 출근한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당국도 이제는 자재를 유통하면서 생산을 완전 장악하겠다는 생각은 아예 안 하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부품이 비싸 생산품 역시 비싼 값에 팔리는 상황에 대해서도 별다른 대처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생산 장악 및 가격 통제는 포기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시장을 관리·장악하겠다는 정책은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제는 당국이 시장을 통한 통치자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모양새다.

소식통은 “도, 시, 군 행정기관의 주요 업무는 시장 상품가격을 통계내서 평양(내각)의 행정부서들에 보고하는 것”이라며 “행정기관 관리일꾼들은 지역 내 시장들을 돌며 바느실과 전자제품 이르기까지의 각종 상품가격을 빠짐없이 체크해 내각에 보고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도 인민위원회를 비롯한 행정기관의 각 부서가 ‘집금원’(세무원), ‘수금원’ 편제를 두고 지역 내 공장기업소를 돌며 주기적으로 세금을 받아낸다”면서 “특히 외화벌이 기업을 상대로 ‘지방유지세’ 명목의 공장 및 차량운영비, 자릿세 등 각종명목의 세금을 받아 ‘지방예산자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