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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수선집 차린 이수인 씨 “평생 쓸 수 있는 기술 배워야”

[탈북자 정착스토리 ⑫] 퇴근 이후 일산에서 분당 오가며 교육받아
김지승 기자  |  2017-11-02 13:40

국내 정착 탈북민 3만 명 시대. 이들은 한국에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 각자의 분야에서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먼저 온 통일’이라는 사명감에 따른 이들의 노력은 향후 통일 한반도에서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다만 이 과정에서 남북 문화 이질화로 인해 여러 갈등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데일리NK와 국민통일방송은 취업, 창업, 학교진학 과정에서의 성공 사례와 실패한 경험이 있더라도 교훈을 줄 수 있는 사례를 발굴, 한국 및 해외 독자들에게 탈북민의 삶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한다.



▲앞치마를 제작하고 있는 이수인 씨의 모습. /사진=아이오티 Needle(분당 바리스타 앞치마 제작)

“무엇이든 하려면 기초부터 배워야 한다. 재단 일을 처음 배울 때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했다. 일산에서 분당까지 멀었지만 끝까지 했다”

경기도 성남시 이매동에서 ‘옷수선’ 집을 운영하는 이수인(2006년 입국·함경북도 함흥) 씨는 몇 년 전부터 나이를 먹어도 계속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이 들었다. 마침 일하고 있던 커튼 제조업체 사장님으로부터 미싱을 배워보는 것이 어떻겠냐며 제안을 받은 터였다.

당시 30대 젊은 나이. 배움에 대한 열망은 끝이 없었다. 가격이 부담됐지만 당시 70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미싱기를 구매했다. 자신이 필요하다고 느낀 부분, 특히 배움에 투자하는 데 시간과 비용을 아까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이 씨는 미싱 기술을 배우기 위해 2년간의 퇴직금을 모두 투자했다.

퇴사 후 이 씨는 전자제품 제조회사에 입사했다. 퇴사 후 수선집을 바로 개업할 수도 있었지만 기본기부터 잘 다져나가야 비로소 나의 평생 기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투 잡. 퇴근 후 집에 돌아와 휴식을 취할 만도 하지만 이 씨는 새벽에 수선 일을 시작했다.

믿을 것은 나 하나뿐…한국 정착은 한국 사람에게 배워야

25세에 부모님을 여읜 이후 믿을 것은 오직 나 하나뿐이었다. 생계를 어떻게 꾸려야 하는지, 한국사회에서 탈북민으로서 받는 불합리함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하는지 등 모두 혼자 배워나가야만 했다.

한국에 정착한 이후 그 역시 식당, 공장, 농장 등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탈북민이란 이유로 월급을 제때 주지 않거나 적게 주는 고용주들이 허다하다고 했다. 한 직장에서 2년 이상 열심히 근무했음에도 불구하고 불합리한 처우는 여전했다. 주변 탈북민들이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피해 사례도 많이 봤다. 이럴 경우 고용노동부에 고용주를 고발하면 되는데 대부분의 탈북민들은 그 사실조차 잘 모른다.

한국에서 권리란 주장하는 것이라는 것을 빨리 깨달은 이 씨는 악덕 업주에게 당당히 권리를 주장했다. 때문에 급여를 못 받는 불이익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 않으려면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씨는 정착 초기 한국사람에게 호되게 당한 터라 한국사람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행을 결심한 이상 말하는 법, 행동하는 법 등 한국사람에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내적 갈등도 많았지만 마음을 고쳐먹으니 세상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한국 드라마에서 본 시부모와 며느리는 주로 싸우는 등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았는데, 실제 한국남자를 만나 좋은 시부모님 밑에서 잘 살고 있는 지인을 보니 오해가 점차 풀렸다. 북한 사람들을 두고 흔히 “톤이 쎄다” 혹은 “말이 쎄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 씨의 한국인 친구는 말투와 톤, 행동 등 하나부터 열까지 바꿔줬다. 북한식 억양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에 처음에 거부감도 들었으나 이제는 오히려 그런 지적이 고마움으로 기억된다.

앞치마와 두건 제작부터 판매까지

이 씨는 요즘 수선일 외에도 앞치마와 두건 제작을 하고 있다. 직접 원단 시장에 가서 좋은 소재, 원단을 찾고 구매해 고객의 요청에 맞게 앞치마를 제작한다. 선 주문 후 제작 방식이다 보니 고객의 불만도 많지 않다. 사이즈가 작게 제작 되는 등 문제가 있더라도 신뢰를 위해 다시 제작해준다. 이 씨의 노력 때문일까. 한 명의 고객이 두 명의 고객을 데리고 오는 경우도 많다.

수선일은 여름 휴가철, 명절 등에 특히 매출이 줄어든다. 그런 시기에 앞치마와 두건 매출이 효자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이 씨. 지금은 특별한 홍보 없이도 입소문을 통해 카페, 일반 회사 등에서도 제작을 의뢰해오고 있다.

인터넷 카페(http://cafe.naver.com/gray55h53/16)를 통한 주문도 활발하다.

또한 자신이 디자인과 제작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원투수가 있어 든든하다고 했다. 바로 남편이다. 아이디어 제공부터 디자인 초안, 사이트 관리 등 영업관리를 담당해줘 제작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했다. 최근에는 아기전용 턱받이와 두건 세트를 기획 중인데 남편의 도움으로 곧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씨는 “사람은 배워야 한다”, “배워서 써먹을 줄 알아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과거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겠지만 한국에 와서 모두 잊고 새로 시작해야만 정착을 잘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나쁜 기억들을 지워 버릴 수는 없지만 뒤돌아 보지 말고 앞만 봐야 살아갈 길이 보인다는 것이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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