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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2.0

"호소력, 체력, 운전실력 갖춘 내가 스타 통일강사"

[탈북자 정착스토리①] 한 계단씩 성장해 꿈 이룬 통일강사 이다은 씨
김지승 기자  |  2017-06-01 16:00

국내 정착 탈북민 3만 명 시대. 이들은 한국에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 각자의 분야에서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먼저 온 통일’이라는 사명감에 따른 이들의 노력은 향후 통일 한반도에서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다만 이 과정에서 남북 문화 이질화로 인해 여러 갈등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데일리NK와 국민통일방송은 취업, 창업, 학교진학 과정에서의 성공 사례와 실패한 경험이 있더라도 교훈을 줄 수 있는 사례를 발굴, 한국 및 해외 독자들에게 탈북민의 삶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한다.

양강도가 고향인 이다은 씨. 2007년 한국에 입국해 어느덧 한국 정착 10년째를 맞이한 그는 전국 초중고교에서 통일교육 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북한 바른 이해’이란 주제로 1시간 동안 진행하는 수업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나 학생들의 일상 생활을 주로 소개한다. 북한의 실상을 올바로 전하기 위해 이 일을 시작했다는 그는 쉬는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질문을 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스타 강사가 되려면 무엇보다 호소력, 체력, 운전 실력이 필요한데, 북한에서 오랜 군복무 경험 덕분에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췄다"고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짓는 그. 그러나 사실 처음부터 자신감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연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한국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해야겠다는 열망 하나로 극복했다고 한다.

남한 정착 위한 피나는 노력…작은 습관이 생활 바꿔

통일교육 강사가 되기 전 그가 안 해본 일은 없었다. 직접 소개소를 방문해 식당 설거지, 파출부, 전단지 배포 일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러나 북한 말투 때문에 주로 고객 응대가 없는 일을 선택해야만 했다.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한정적이라 좌절도 했지만, 극복은 결국 내 몫이라고 생각해 북한 말투를 고치기로 마음먹었다. 이 씨는 매일 밤 남몰래 연필을 입에 물고 발음 연습을 하거나, 녹음을 해보는 등 말투를 고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남한말과 북한말을 대조해 필기하는 습관도 생겼다. 그런 노력 때문이었을까. 얼마 되지 않아 발음 교정은 물론 외래어가 많은 남한에서 쓰는 언어도 잘 이해하게 됐다. 자신감이 상승하다 보니 과거와 달리 고객을 응대하는 일도 할 수 있게 됐고, 무엇보다 직업 선택의 폭이 커졌다는 점이 그녀를 뿌듯하게 했다.

매일 해 왔던 작은 습관이 결국 그녀의 생활을 변화시켰다. 파트타임 일만 하던 그녀가 풀타임 근무를 하게 된 것이다. 헬스장에서 일했을 당시에는 카운터 업무를 보면서 회원들의 특징과 얼굴을 다 외우기도 했다. 일일이 이름을 물어보고 사물함 열쇠를 건네는 것 보다 살가운 인사와 함께 안부를 묻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안면이 있는 몇몇 회원들은 이 씨에 관심을 보이며 “고향이 어디세요?”라고 물어봤다. 예전에는 “중국에서 왔어요”라고 대답했지만 이제는 당당히 “북한에서 왔어요”라고 말할 수 있었다.

이 씨는 2007년 한국 입국 이후 하나원에서 정착 교육을 받았다. 그렇지만 당시만 해도 하나센터 등 상담기관도 없었을 때라 대학을 가야할지, 취업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물론 요즘은 자격증 반 등 취업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 많고 과거에 비해 교육 제도가 잘 갖춰졌지만 외부 체험교육이 많아지면 진로를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울타리 안에만 있으면 정착 어려워…직업 체험형 프로그램 필요

그는 "당시 하나원과 연계된 대학교에서 꽃꽂이 수업을 들었다. 같은 수업을 듣더라도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보다는 외부로 나가 체험 활동을 하는 것이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많다"면서 "나아가 기관과 기관 간 연계, 혹은 기업과 연계돼 직업체험이 많이 늘어난다면 탈북민 취업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남한에 인턴과정이 있듯이 탈북민들도 직업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와 함께 실력을 인정받아 채용까지 될 수 있다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제안이다.

또한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지와 노력이다"면서 "처음에는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에도 어려운 사람들이 진짜 많은데 이정도면 정부가 탈북민에게 혜택을 많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환경을 탓 하기 보다 스스로 극복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한 주민들도 탈북민을 너무 특별한 존재로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탈북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한 민족'이라기보다 '어렵게 살다온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탈북민이기 때문에' 등의 수식어는 탈북민의 자립 의지를 떨어뜨리거나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성향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한 사람들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혜택을 주는 방식이라면 정착에 더욱 도움 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무엇보다 탈북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려면 우선 탈북민 스스로가 의지를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착 초기 탈북민들에게는 "외롭다고 울타리 안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잘 정착하는 길”이라면서 "쉽지 않겠지만 직접 부딪쳐보면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고, 꿈을 꿔야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통일교육을 받은 한 초등학생이 이다은 씨의 모습을 직접 그렸다. /사진=김지승 데일리NK 기자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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