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
탈북 2.0

“탈북민은 절대 회원가입 안된다”는 결혼정보회사 상담사

탈북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 여전…전문가 “서로가 진정한 ‘통합’ 방안 솔직히 털어놔야”
김지승 기자  |  2017-03-31 10:39

“결혼 점수를 무료로 테스트해드립니다.”

스마트폰에서 이것저것 눌러보던 탈북민 홍형직(가명·38) 씨는 “결혼”과 “무료”라는 글귀에 자연스럽게 “내 결혼 점수 확인” 버튼에 손이 갔다. 광고 속 아름다운 남녀 모델이 나의 결혼 점수를 알려주겠다고 하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몇 번의 ‘예’ ‘아니오’ 선택 기로에서 그는 아무생각 없이 ‘예’를 클릭, 결국 결혼정보회사 A사 상담원까지 연결됐다.

“네, 고객님 반갑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수화기 넘어 들리는 아름다운 여성의 목소리. 미혼인 홍 씨는 설레는 마음으로 “나도 결혼할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A사 상담원은 “네, 저희랑 상담하실 때 개인 정보 동의를 해주셔야 가능합니다. 성함, 연봉, 학벌, 나이, 출신 등이 포함되고요. 동의하시면 어떤 여성분과 결혼할 수 있는지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신원인증에 필요한 서류를 지참하시면 회원가입 시 빠르게 안내해드릴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빠른 전개에 당황한 홍 씨는 “아~ 저는 북한에서 왔는데요”라고 답했다. 이에 상담원은 “아, 네? 북한이요? 탈북민이신가요? 그렇다면 회원가입 하실 수 없습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기분이 나빠진 홍 씨. 그는 “저도 대한민국 사람인데 왜 안돼요? 탈북자라서 그러는 겁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이후 몇 분간 상담원과 홍 씨 간에 고성(高聲)이 오갔다. 홍 씨의 거듭된 반박에도 불구하고 상담원은 “탈북민은 절대 안 됩니다”면서 이내 전화를 끊어버렸다.

화가 단단히 난 홍 씨는 “나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왜 차별을 받아야 하냐”며 주변 지인에게 그날 사건을 털어놨다. 한국에 홀로 온 홍 씨는 “그저 심심하고, 외로워서 물어봤는데 너무 충격적이었다”면서 이 사건으로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홍 씨는 “학벌, 재력이 부족할 수 있지만 탈북민이어서 상담조차 못 받는 것은 너무 한 것 같다”면서 “A 결혼정보회사 상담원은 아직까지도 사과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에서 (탈북민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는 덴 시간이 많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탈북민 김가희(가명·30) 씨도 정착 1년 차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김 씨는 취업 준비생이었다. 이곳저곳 지원한 결과 서류 전형은 무난히 합격, 면접 전형이 관건이었다. 김 씨는 북한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말투가 걸렸지만 북한에서도 한 미모 했던 터라 면접관에게 ‘호감’을 주기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희망은 실망으로 돌아왔다. 요식업 J사에서 진행된 20여 분간 면접 이후 어깨가 축 처져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면접관이 직접 “탈북민은 안 됩니다”고 말하진 않았지만 그의 ‘눈빛’ ‘숨소리’가 “절대 안 돼”라고 말하고 있었다고 했다.

김 씨는 “간단한 음료 제조부터, 과일 손질 등 안 해 본 게 없어 맡은 업무를 잘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었다”면서 “(면접 당시) 과거에 어떤 일을 해봤냐는 질문에 북한에 있을 때 일한 경험을 말한 것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J사 면접에서) 탈북했다고 말하는 순간 면접관의 눈빛이 달라지더니 나중에는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입국 탈북민이 3만 명을 넘어섰지만, 아직도 탈북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 2015년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자신을 중심에 두고 더 가깝고 친밀한 관계가 될수록, 즉 이웃-동료-사업동반자-결혼상대로 갈수록 더 많은 거리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사회에는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서 보려는 태도가, 탈북민들에게는 편견을 당당히 극복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한반도 통일에 대비한 사회 통합방안을 ‘먼저 온 통일’ 탈북민들과 적극적으로 구상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탈북민을 ‘2등 국민’으로 보는 경향과 그에 따른 탈북민들의 피해 의식이 결합돼 있는 것 같다”면서 “현재 갖고 있는 문제를 덮어 놓고 나중에 풀려는 안일한 생각보다는 솔직히 털어놓고 진정한 ‘통합’ 방안을 서로가 마련하려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데일리NK(www.dailynk.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본사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인터넷신문 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
오탈자신고
관련기사
상대방에 대한 욕설 및 비방/도배글/광고 등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네티즌의견  총0
덧글 입력박스
덧글모듈
0 / 1200 bytes
북한 당국에 묻고 싶습니다
김영환의 통일이야기(새창)
북한의 변화가 시작되는 순간데일리NK의 후원인이 돼주세요
아시아프레스 북한보도(새창)

OPINION

  • 많이 본 기사
  • TOP 기사

北장마당 동향

2017.08.04
(원)기준 평양 신의주 혜산
시장환율 8,130 8,110 8,125
쌀값동향 5,770 5,740 5,800

오늘의 북한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