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충성경쟁에 눈 쌓인 金부자 동상 맨손으로 닦아”

강원과 충북 등 일부 지역에 23일 대설주의보가 발령되는 등 눈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평양과 원산, 함흥, 청진, 삼지연 등 북한에도 전국적인 강설 예보가 내려졌다. 북한 주민들에게 눈은 어떤 의미일까?
일단 북한에서도 눈이 오면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다. 밖으로 나와 썰매나 팽이치기 등 민속놀이에 나서는 게 일상이라고 한다. 또한 제대로 된 운송수단이 없는 탓에 폭설이 내리면 휴교령도 잦아 아이들로서는 함박눈을 손꼽아 기다리기도 한다는 것. 
반면 일반 북한 주민들에게 눈 소식은 그다지 반가운 손님이 아니라는 게 탈북민들의 설명이다. 눈이 오는 날이면 집 앞을 쓸 새도 없이 김일성·김정일의 동상이나 모자이크 벽화 등에 쌓인 눈을 치우러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이 우상화물에 쌓인 눈을 치우도록 ‘당번제’를 정해 위생검열을 진행할 것을 지시한다고 한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북한식 충성경쟁도 이뤄진다. 장갑조차 끼지 않은 맨손으로 작업을 진행하면서 충성심을 과시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6·18돌격대 출신의 한 탈북민은 23일 데일리NK에 “한파에 김일성과 김정일의 동상이 얼지 않도록 닦아내는 작업을 진행해야 했는데, 이때는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서 장갑조차 끼지 않은 채 맨손으로 작업에 나서야 했다”면서 “그 커다란 동상을 빗자루도 아닌 자그마한 ‘정성 수건’으로 일일이 닦았다”고 말했다. 
맹추위를 견뎌야 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장사에 나갈 새 없이 작업을 해야 한다는 데 울상인 주민들도 많다고 한다. 장마당 장사 경험이 있는 한 탈북민은 “동상에 쌓인 눈을 치우기 위해 동원될 때는 장사해서 돈 벌 시간을 빼앗기는 기분이었다”면서 “장사를 해서 하루 먹고 살아야 하는 가난한 주민들은 눈을 즐길 여유는커녕 충성심을 느낄 겨를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 군인들이 폭설이 오면 눈을 치우느라 몇 날 며칠 고생하는 데 비해, 북한에선 근무 지역에 따라 눈을 치우기도 혹은 일부러 남겨두기도 한다는 게 탈북민들의 설명이다. 군 간부 출신의 한 탈북민은 “강원도와 황해북도 등 남한과 국경을 맞대는 있는 부대들은 하루 종일 눈을 치워야 한다. 선군시대 기치로 부대 안에 우상화 건물과 시설들을 많이 세워뒀기 때문”이라면서 “남한 군인보다 관리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았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반면 중국과 국경을 맞댄 국경경비대는 눈을 치우는 데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서 “군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뿐더러, 눈을 남겨두면 탈북을 방지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눈에 발자국이 남으면 탈북 경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북한 당국 역시 눈에 남은 발자국으로 해당 경비대를 추궁할 수 있기 때문에 국경지역에 내린 눈은 잘 치우지 않도록 했다는 게 탈북민들의 설명이다. 
 



▲김정은이 마식령 스키장 완공 직후 시설물 등을 시찰하는 모습. 북한 노동신문이 2013년 12월 31일 공개한 사진이다. / 사진=노동신문 캡쳐

한편 북한 김정은 일가를 비롯한 고위 간부들의 남다른 ‘눈 맞이’ 문화도 눈에 띈다. 사냥이 취미라고 알려진 김정일의 경우 첫눈이 내리는 초겨울부터 본격 사냥을 시작했다고 전해지는데, 이로 인해 김정일 경호를 책임지는 호위사령부 군인들은 눈이 많이 내린 산 곳곳을 누비며 사냥감을 찾아야 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김정은 역시 아버지의 ‘고상한’ 취미를 이어받아 강원도 마식령에 스키장을 건설하기도 했다. 당시 김정은은 스키장 건설의 명분을 ‘주민들을 위한 것’이라 주장했지만, 정작 일반 주민들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인 데다 사용료도 지나치게 비싸게 책정돼 있다고 한다. 김정은을 따라 호화로운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은 고위 간부층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