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평양종각’에서 ‘제야의 종’ 울린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행사가 바로 ‘제야(除夜)의 종’ 타종행사다. 남한에서는 12월 31일 자정을 기해 서울 종로2가 종각에 있는 보신각(普信閣)의 종을 33번 쳐서 ‘제야의 종’으로 삼고 있다.


타종 행사에는 세밑추위에도 대규모 인파가 몰려들어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설렘과 기대 속에 새해를 맞이한다. 타종행사를 보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오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북한에도 새로운 해를 맞이했다는 것을 알리는 ‘제야의 종’ 타종행사가 있을까. 북한에서도 평양 대동문 북쪽에 있는 평양 종각에서 제야의 종을 울린다. 이때 울리는 종이 바로 ‘평양종’이다. 북한에서도 남한처럼 연인은 물론 많은 시민들이 나와 행사를 즐긴다. 


지방의 주민들은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제야의 종소리를 듣는다. 북한 당국은 이날 만큼은 많은 시간 전기를 공급한다.


남한에서 타종 행사로 33번을 친다면 북한에서 12번을 친다. 남한의 33번은 종교적 의미에서 유래했다면, 북한에서 12번 타종은 ’12시 정각’에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을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


북한에서 ‘평양종’을 ‘에밀레종’이라고도 한다. 북한에서는 이날 에멜레종이 울리기 전 연말의식으로 학생들의 ‘설맞이 공연’을 꼭 진행한다. 1958년부터 시작된 설맞이 공연은 해가 바뀌는 12월 31일 자정이면, 김일성-김정일 참석하에 진행되곤 했다.


설맞이 공연은 학생들의 장기자랑 같은 것으로,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에 다니는 학생들의 노래와 춤으로 만들어진 예술공연이다.


올해 초 입국한 탈북자 김은경(가명) 씨는 데일리NK에 “북한에 있을 때 설맞이 공연에 참가한 적 있는데 공연을 준비하느라고 6개월 전부터  매일 밤 늦게까지 코피를 흘려가며 연습했다”면서 “당시엔 고생이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김일성-김정일을 접견한다는 자체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라 생각했다”고 소회했다.


김일성은 생전 어린이들의 노래와 춤을 매우 좋아했다. 김일성은 이날 ‘설맞이 공연’을 보면서 만수무강을 축원하는 어린이들의 새해 설 세배를 받곤했다. 김일성-김정일 사망 이후에도 매년 북한의 새해 ‘설맞이 공연’은 계속되고 있다.


한편 북한 평양종은 높이 3.1m, 입지름(도자기 같은 것의 주둥이 부분의 지름) 1.6m, 두께 0.3m에 무게가 13.513t에 이르며 종 겉면에는 불상, 구름무늬, 팔괘무늬, 종 이름 등이 조각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