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탈북자 감시’ 해도 너무 한다

▲ 지난 6월 남북장관급회담 시 탈북자 항의 집회

‘8.15 민족대축전’ 기간중 경찰이 탈북자 및 북한인권단체 회원들을 밀착감시해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그동안 경찰이 탈북자들에 대한 감시를 해온 것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만, 이번 민족대축전 기간 동안 경찰이 탈북자 1명에 2~3명의 감시요원을 붙이는 등 80년대 군사독재 시기 민주화 인사들에 대한 통제를 방불케 하고 있어 심각한 논란이 예상된다.

<국군포로가족모임> 대표인 탈북자 서영석씨는 광복 60주년 집회가 있던 지난 15일 새벽 2시경 집에 귀가할 때가지 경찰 2~3명의 감시 속에 놓여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왜 나를 따라다니냐”는 항의에 경찰은 “신변보호 차원에서 하는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지난 남북장관급회담 당시 국군포로 및 납북자 송환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후부터 경찰의 감시가 심해졌다고 밝혔다. 당시에도 집회장 출발 때부터 귀가 때까지 경찰의 감시가 이어졌다는 것.

또 <북한민주화운동본부> 소속 회원 3명은 16일 북측 대표단이 묵고 있는 서울 워커힐 호텔 앞에서 ‘김정일 정권 편에 서지 말고 북한인민의 편에 서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1인 침묵시위를 벌이려고 했으나 3명 모두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

이들은 호텔에 도착하기도 전에, 감시 중이던 경찰에 의해 저지됐다. 탈북자들은 호텔 앞에서 진입을 막는 경찰과 충돌을 벌여 동부경찰서 유치장에 억류, 이튿날 아침 8시경 풀려났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박상학 사무국장은 “지난 6월 남북장관급 회담 때 시위를 벌인 전력 때문에 이런 감시를 벌인 것 같다”며 “다음 날인 17일 강남경찰서로 항의 방문 간 자리에서 공식적 사과를 들었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받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경찰이 전화 등을 통해 탈북자 단체 임원들과 북한인권운동 참여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는 탈북자들의 증언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또 김정일 독재정권 하에서 오랫동안 살다온 탈북자들의 특성상, 경찰의 감시와 통제가 헌법에 보장된 집회 결사 등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인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이같은 피해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탈북자 집중감시 상부 지시 있었다”

경찰청 정보담당 관계자는 19일 DailyNK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는 평상시와 똑같이 했을 뿐, 탈북자를 감시하라는 특별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선에서 탈북자들을 밀착 감시를 지휘한 S경찰서 정보 관계자는 “8.15 민족대축전 기간 동안 집회나 항의 시위가 예상되는 탈북자를 집중 관리하라는 상부의 구두 지시가 있었다”고 밝혀, 경찰당국의 사전 탈북자 집중관리 지침이 하달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경찰은 우리나라에 외국 국빈이 오면 신변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면서도 “탈북자들이 북한 대표를 해칠 가능성이 없었다면 과잉조치로 볼 수 있을 것”이고 했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 김태진 공동 대표는 “남한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위해 북한 당국의 입맛을 맞춘 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이는 한국이 실질적으로 민주화된 나라라고 보기 힘든 행태”라고 비판했다.

<탈북자동지회> 김성민 대표는 “이번 사태는 탈북자들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지적한 뒤, “여러 탈북자들의 입장을 모아 향후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