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공포정치-인민애 오락가락하다 우상화 힘 잃어”

기획대담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8월 15일 백두산위인칭송대회를 열고 김정은에 대한 대대적인 우상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오늘도 김정은 우상화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 갖겠습니다. 자리에 정교진 고려대 북한통일연구센터 연구교수님 나와계십니다.

1. 김정은은 자신의 우상화를 위해 간부들을 장악하는 데도 나름의 용인술을 쓰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게 공포정치죠. 아버지뻘 간부들을 가차없이 숙청하며 자신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속셈,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보십니까?

아무래도 김정은이 자신의 고무부이자 권력 2인자였던 장성택을 처형한 후부터 자신감이 붙은 것 같습니다. 김정일때도 그렇지만, 김정은 정권하에서도 권력 엘리트간의 충성경쟁구도가 있거든요. 김정은은 이것을 교묘히 잘 활용하는 것입니다.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어 걸림돌들을 제거하는 것이죠. 김정은이 아무나 닥치는대로 무조건 숙청하고 처형하는 것 같지만, 이러한 계산은 하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공포통치가 너무나 폭압적이라는 겁니다. 회의 석상에서 졸았다고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은 즉결처형 당했고, 자세가 불량하다고 김용진 내각부총리도 총살됐습니다. 얼마나 살벌합니까. 김정은 앞에서 모든 당직자들이 벌벌 떨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겉으로 내색하지 못하지만, 속으로는 점점 불만들이 쌓여가고 있을 것입니다. 김정은의 이러한 살벌한 공포정치는 그만큼 김정은 정권이 안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김일성, 김정일 시기와 비교해 볼 때 말이죠.

2. 반면 김정은은 주민들에겐 인민애를 선전하며 ‘어버이’ 지도자의 모습을 부각하려고 했죠. 주민들의 마음을 사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까요?

김정은은 2012년에 주체사상이 체계화된 김일성주의를 ‘김일성-김정일주의’로 만들었습니다. 김일성-김정일주의 핵심 모토는 ‘김정일 애국주의’입니다. 김정은은 ‘김정일 애국주의’를 조국관, 인민관, 후대관으로 체계화시켰습니다. 인민애는 바로 ‘인민관’과 후대관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죠. 김정은의 인민관이 가장 노골적으로 잘 드러난 것이 바로 2015년 당창건 70주년 김정은의 기념사입니다. 여기서 김정은은 “조선의 혁명은 하늘이 주는 신비한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민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하면서 전에는 수령 용어에 붙여썼던 전지전능한, 힘의 원천, 나라의 근본을 인민들 앞에 붙여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은 다 겉포장에 불과하죠. 어제도 오늘도 북한주민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행동규범인 10대원칙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 10대원칙은 북한에서 헌법보다, 당규약보다, 더 상위의 법이잖아요. 1원칙부터 10원칙까지 자신을 포함시킨 백두절세위인들에게 무조건 충성하라. 복종하라, 헌신하라, 희생하라, 한마디로 죽음으로 결사옹위하라는 것 아닙니까. 이것을 북한 인민들이 매일 같이 달달 외우고 하면서 김정은에 대한 따뜻한 이미지를 갖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3. 오늘까지 세 차례에 걸쳐 김정은의 우상화 전략을 살펴봤는데요. 국가 지도자로서의 자질이나 능력을 보여 주기보다는 백두혈통에 기대는 면이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정은의 우상화 전략, 앞으로는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하십니까?

저는 북한지도자들의 우상화를 지도자이미지, 상징측면에서 계속 연구하고 있는데요. 이 이미지와 상징은 서로 연계되어 ‘이미지의 상징화’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즉, 생성된 지도자 이미지가 구축되고 강화되어 결국 하나의 상징성에 도달한다는 것이죠. 이런 측면에서 보면, 김정은의 어버이, 태양 이미지는 각각 2014년에 그 상징성을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2014년은 바로 장성택이 처형된 바로 다음해입니다. 그래서 장성택의 처형이 갖는 함의가 참으로 크다고 봅니다.

또 하나의 분기점은 바로 2016년 5월에 열린 제7차 당대회인데, 여기서 김정은이 새로운 직제인 ‘당위원장’으로 추대되면서 정치적 권위 및 지위를 확보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 지도적 권위가 김정일의 권위에 버금가느냐는 하는 것이죠. 지도자 상징정치 측면에서 볼 때는 김정일의 지도적 권위가 당연히 더 높죠. 왜냐하면, 김정일은 수령의 상징성을 확보한 반면, 김정은은 이미지가 생성만 되었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것이 김정은의 딜레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정은이 2017년 신년사에서 자신으로의 독자노선을 강하게 표방했는데, 이는 북한 특유의 정치체제 속성인 유훈통치와 어긋나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독자노선을 표방했을 지라도 김정은의 우상화는 유훈통치 틀 속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김정일의 권위를 감히 뛰어넘을 수는 없는 것이죠.

저는 김정은의 우상화의 정도를 파악하는 기준을 크게 두 가지로 보는데, 하나는 과연 김정은 전설집이 나오느냐, 또 하나는 김정은의 생일이 국가명절뿐만 아니라 기념일명(名)까지 지정되느냐 이겁니다. 바로 이 둘이 관건입니다.

저는 이 두 가지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전설집은 부작용에 봉착할 수 있을 것이고 기념일명은 유훈통치의 틀을 깨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김일성, 김정일도 그들이 죽은 이후에나 기념일명이 지정되었거든요. 그래서, 단지 김정은의 생일을 국가명절로 제정되는 정도만 진행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이처럼, 김정은 우상화는 그의 바람과는 달리 그렇게 가속도가 붙지 않을 것으로 저는 내다봅니다.

진행 : 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기획대담 정교진 고려대 박사님과 함께 했습니다.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