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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시신 인계받은 김정은, 마냥 웃을 수 있나?

전문가 “김정남 제거로 얻을 만족감은 잠시뿐…체제균열·외교단절 가속화할 자충수”
김가영 기자  |  2017-03-31 15:52

북한과 말레이시아가 김정남 시신 인계와 용의자 현광성·김욱일 송환에 합의하면서 이른바 ‘김정남 피살 사건’도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이 VX 독극물 공격으로 사망한 지 45일 만이다.

그간 북한은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기도 하고, 자국 내 말레이시아 국민들의 출국을 막는 인질극을 벌이는 등 집요하게 매달리면서 이번 사건이 자국 소행으로 드러나는 걸 막는 데 주력했다. 북한 김정은 입장에서는 ‘최고존엄’이라고 자부하는 자신의 잔인성이 만천하에 드러날 수도 있는 중대한 사건이었다는 얘기다.

북한의 말도 안 되는 생떼 전략전술에 비자면제협정 폐기 등 말레이시아와의 마찰이 일기도 했지만, 사건이 영구미제로 남길 바랐던 북한으로선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자평할 수도 있다.

또한 김정은도 일시적으로나마 권력 유지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미 5년 전 김정남 암살을 지시하는 등 이복형을 눈엣가시로 여겨 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 김정은이 유년시절부터 김정일의 장남이자 백두혈통을 이어받은 김정남을 보며 열등감을 키워왔다는 진단이 많다. 일각에선 중국이 북한 정권 교체 이후 김정남을 지도자로 내세우려 한다는 소문에 김정은이 극도의 불안함을 가졌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사실상 김정남은 후계 구도에서 밀려난 뒤 해외를 전전한 신세에 불과했지만, 김정은이 이복형의 존재 자체로부터 심리적 압박을 느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연대 소장은 31일 데일리NK에 “김정은에게 있어 김정남은 존재 자체로 심리적 압박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무리하면서까지 김정남 암살을 강행한 것”이라면서 “권력에 대한 불안감을 주던 존재 자체를 사라지게 했다는 점에서 김정은은 (김정남 암살이) 잘한 선택이라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볼 땐 김정남 암살이 김정은 체제에 악수(惡手)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권력 안정을 위해 강행한 김정남 암살이 되레 김정은 체제에 균열을 가하는 ‘자충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철저히 숨겨 왔던 김정남의 존재가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되레 김정은의 정통성에 의문을 품는 주민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간 김정은은 미흡한 통치 정당성과 백두혈통의 허구성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이복형은 물론 자신의 생년월일과 생모 고용희의 존재조차 숨겨온 바 있다.

반면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외부 정보 접촉이 용이한 국경지역은 물론, 평양에까지 김정남의 존재가 여실히 드러나게 됐다. 데일리NK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북한 평양 시장을 중심으로 김정남 암살 사실부터 말레이시아 주재 강철 대사 추방 소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관련기사 : “北평양에도 ‘김정남 피살’ 소문…아이들까지 ‘말레이 말레이’”)

이에 대해 김 소장은 “객관적으로 봐도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 체제에 득보다 실이 더 많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 주민들과 간부들 사이에서 김정남의 존재가 드러나게 됐고, 이는 결국 김정은의 권력 유지에 또 다른 불안감을 조장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집권 이래 고령의 간부들을 무참히 숙청해온 김정은이 이복형까지 살해하는 걸 보며 체제에 반감을 갖는 간부 및 주민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김정은의 칼날이 자신을 향할 것을 우려해 탈북 및 망명을 선택하는 고위층이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외교관 출신의 한 고위 탈북민도 “장성택부터 김정남까지 피붙이도 스스럼없이 죽이는 모습을 보며 어느 간부가 북한 체제를 안정적이라 보겠느냐”면서 “이대로 있다간 목숨을 담보하기도 어렵겠다는 두려움이 앞설 것이다. 차라리 목숨 걸고 탈북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탈북민은 특히 “해외 주재 외교관들은 김정남 암살로 북한이 세계적 ‘악당’으로 낙인찍힌 데 대해 매우 당혹스러워 할 것으로 보인다. 안 그래도 핵·미사일 실험으로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북한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지 않겠나”면서 “국제사회 비판을 오롯이 견뎌내느니 북한 국적을 버리고 망명하고자 하는 간부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김정남 암살 이후 국제사회는 북한의 생화학무기 보유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지난 24일(현지시간) 회원국 컨센서스로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안에도 ‘해외에서 일어나는 범죄와 인권침해를 중단하라’는 내용이 최초로 포함됐다. 미국 의회에선 상·하원을 막론하고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말레이시아와의 협상 끝에 김정남 시신 인도와 용의자 석방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외교적 승리’란 평가도 나오지만, 향후 북한이 동남아 국가들에서 가질 입지는 대폭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말레이시아 역시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북한과의 관계 복원에 나서긴 어려워 보인다.

특히 북한이 김정남에 대한 독극물 공격 역할을 베트남·인도네시아 국적 여성들에게 맡긴 게 결정적 실수였다는 진단도 나온다. 베트남·인도네시아가 포함된 아세안 국가들은 이제까지 북한에 우호적 태도를 유지해왔으나, 이번 사건으로 북한과 거리를 유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으로선 인질 외교와 막무가내 ‘발뺌’으로 김정남 사건을 일단락 지었으나, 장기적으론 체제 유지 및 대외 관계에서의 손실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31일 새벽 경유지인 베이징(北京)에 도착했던 용의자 현광성과 김욱일은 이날 오후 평양으로 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남 시신도 베이징을 거쳐 이날 중국국제항공(CA) 편으로 귀국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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