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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백두산에 기념비 세운다고 ‘백두혈통’ 명분 설까

탈북민 “백두혈통 신화 인물, 나라 망치는 모습에 세뇌 깨져…우상화 안 먹힐 것”
김가영 기자  |  2017-01-11 18:17

북한 김정은 시대에도 ‘백두혈통’ 신화는 유효할까. 북한이 오는 8월 열릴 ‘2017 백두산위인칭송대회’를 계기로 백두산에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부자 기념비석을 건립하는 등 대대적인 우상화에 나설 계획이지만, 김정은이 백두혈통 명분을 내세워 통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게 녹록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외부 정보 유입과 시장 활동 등으로 체제의 허구성을 깨달은 주민들 사이에서 백두혈통 신격화에 대한 의문을 품는 현상이 늘고 있는 데다, 김정은 생모와 외할아버지가 각각 재일교포 와 일본 군수공장 관리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출생 문제를 내세우는 데 있어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간 북한은 3대 세습을 정당화하고 김 씨 로열패밀리의 장기 독재 집권을 지지하는 데 백두혈통을 핵심 근거로 삼아 왔다. 또한 김정일의 동생 김경희나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등이 특별한 업적 없이 권력을 쥘 수 있었던 부분도 백두혈통이라는 점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북한은 이처럼 백두혈통의 권력 장악을 위해 신격화에 가까운 우상화 작업을 지속해왔다. 북한은 김일성이 백두산을 항일 혁명의 근거지로 삼아 활동했다는 ‘백두산 혁명 역사’를 제기하고 김정일이 백두산 밀영에서 출생했다고 주장, 인근 봉우리를 ‘정일봉’으로 칭하는 등 허무맹랑한 탄생 신화를 내놓기도 했다.

김일성 집권 시기 때만 하더라도 이 같은 백두혈통 신화는 그다지 의심의 여지없이 받아들였지만 갈수록 상황은 달라졌다. 인간이 아닌 ‘신’처럼 여겨지던 김일성이 죽고 ‘하늘이 내린 옥동자’라 선전한 김정일이 국가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하면서, 백두혈통이란 환상은 무너져 내렸다는 것이 탈북민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군 출신의 한 탈북민은 11일 데일리NK에 “북한 당국이 자꾸 ‘영원한 수령’ ‘영원한 영도자’라 주장하니 마치 김일성·김정일이 인간이 아닌 신적 존재로 여겨질 때도 있었다. 실제 당국이 선전하고 의도했던 백두혈통의 이미지 또한 신과 같은 것이었다”면서 “하지만 김일성이 나이 들어 죽고 김정일도 통치 하나 제대로 못한 채 지병으로 다리를 절뚝거리는 걸 보면서 백두혈통이니 수령이니 하는 건 다 허상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중국 내 대북 소식통도 “김 씨 3부자 우상화가 허구라는 걸 알려주는 정보들도 북한에 계속 유입되고 있는 데다, 중국에만 나와 봐도 북한과의 격차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백두혈통 우상화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백두혈통이라던 사람들이 나라를 그 지경으로 만들었는데 그 핏줄이 언제까지 신격화 될 것 같나”라고 전했다. 

김정은의 ‘외가’ 핏줄 역시 완전한 백두혈통으로 선전하기에 제약이 될 만한 요소가 많다. 우선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는 북한에서도 ‘3등 인민’ 취급을 받는 재일교포 출신인 데다, 김정일의 세 번째 부인으로 김일성의 인정조차 받지 못했다는 증언이 나온다. 고영희 아버지이자 김정은 외할아버지인 고경택은 한국 제주도 출신에 해방 전 일본 군복공장 관리자로 일한 사실이 일본 방위성 극비문건에 의해 드러났다.

김정은이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모친을 직접 언급하거나 자신의 출생과 관련한 사건들을 언급한 적이 없는 것도 자칫 백두혈통 신화를 계승하는 데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백두혈통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통치 기반이 부족한 김정은은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이용해 자신 역시 백두혈통임을 인정받으려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내세우기에 다소 껄끄러운 외가 쪽 사연은 철저히 은폐 또는 조작하고, 할아버지를 따라하는 이미지 정치를 펼치면서라도 백두혈통으로 인정받는 게 김정은으로서는 필수 관문이란 것이다.

박영호 강원대 초빙교수는 “백두혈통과 유일영도체계를 앞세워 정통 있는 후계자임을 강조하는 건 북한 체제가 유지되는 한 지속될 수밖에 없다. 백두혈통은 단순한 신화가 아닌 북한 체제를 지탱해온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라면서 “내부적으로 김정은에 대한 불만이 커져 권위가 떨어졌다는 말도 많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북한에서 현세의 수령은 김정은이라는 것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통일부는 북한이 올해 김정은을 김일성·김정일 부자 반열에 끌어올려 권력승계의 정통성을 강조하고 체제 결속을 도모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지난 해 말부터 오는 8월에 열릴 백두산위인칭송대회를 위해 간부와 주민을 조직하고 있으며, 이 대회를 계기로 김정은의 백두산 혈통을 강조하는 우상화 작업에 장기간 주민을 동원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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