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껍데기만 남은 배급제 폐지해야 한다

최근 당국은 사회주의의 상징기관은 배급소를 없애고 그 기능을 동사무소로 옮겼습니다. 지난 9월, 혜산시인민위원회는 배급소를 전격적으로 해체할 데 대한 지시를 하달했습니다. 이제 명절 물자나 특별 공급은 동사무소가 담당하게 됐습니다.

북한은 수십년 동안 기업소나 협동농장에서 노동일수 만큼 식량 배급표를 받아 인민들에게 지정일수만큼 식량을 지급하는 배급제를 시행해왔습니다. 토지와 원료, 노동을 비롯한 생산수단을 국가가 소유하고 노동자와 농민들에게 생활물자를 분배하는 제도였습니다.

1990년대부터 북한식 사회주의의 생산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그것을 반영한 사회주의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배급제도가 붕괴되면서 수백만 인민이 굶어죽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은 사회주의 이념의 실패와 배급제도에 내려진 사형선고였습니다.

최근 북한 당국이 배급소를 없앤 것은 분명 배급제도의 실패와 붕괴를 인정한 한 걸음 나아간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배급소의 기능을 동사무소로 옮긴 것은 여전히 배급제를 유지하겠다는 발상으로 보입니다. 혜산시의 한 주민은 “동사무소가 특별 공급에서 충성분자와 불만분자들로 공급량을 철저히 구분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충성분자를 우선순위로 공급하면서 불만분자들과 충성경쟁 구도를 만들어 동사무소의 지시를 잘 집행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배급으로 인민들을 통제하겠다는 의도를 버리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날 북한의 배급제는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으며, 일년에 몇번 주는 배급도 인민들을 노예로 묶어 두기 위한 올가미에 지나지 않으며, 그나마도 돈이나 권력이 없는 사람은 일년에 몇번 안되는 배급마저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제도를 굳이 유지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더구나 오늘날 인민들은 최고지도자가 내리는 식량이나 선물이 없어도 스스로 알아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당과 국가의 배급에 의존하며 최고지도자의 노예로 살던 인민들은 이제 자신의 힘으로 자주적으로 살아가는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사회주의의 실패 이후 자유민주사회로 나아가는 시대의 물결을 똑바로 깨달아 배급제를 완전히 폐지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