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北해외 노동자 절규 언제까지 외면할 텐가”

해외로 나간 북한 노동자들의 탈출행렬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지난 8월 말, 로씨야(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나가 있던 10여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대한민국 총영사관에 망명 의사를 밝히고 도움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들은 현재 국제인권기구를 통해 안전한 곳으로 옮겼고 한국으로 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한두 명도 아니고 집단적으로 그것도 한국 영사관에 직접 망명을 요청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렇다면 북한 노동자들은 왜 이런 선택을 했겠습니까. 그 대답은 너무나 명백합니다. 첫 번째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김정은 정권의 외화벌이 과제 수행에 대한 압박 때문입니다. 북한 당국은 이른바 계획금을 매달 최대 천 달러 이상 바치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가족들에게 보낼 돈도 제대로 벌지 못한 채, 계획금을 채우느라 허덕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노예와 같은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걸 북한 노동자들 스스로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최소한의 잘 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하루에 20시간 이상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얼마나 몸을 혹사했으면  이가 거의 다 빠진 노동자까지 있겠습니까. 또 북한 노동자들은 파견국에 도착하는 즉시 여권과 비자를 압수당하고, 보위원들이 끊임없이 감시합니다. 창살만 없는 감옥에서 노예처럼 강제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해외에 나온 북한 노동자들의 현실입니다.

셋째로, 김정은한테 상납해야 할 돈도 힘든 판에 당 위원장은 당 위원장대로, 지배인은 지배인대로 또 그 밑에 있는 간부들마저 다단계 형태로 이뤄지는 돈 상납요구로 결국 가장 밑에 있는 노동자들만 죽어나고 있습니다. 계획금을 채우고 지배인이나 보위원에게 바칠 뇌물을 마련하려면  노동자들은 밤에도 일을 나가야 하는 실정입니다.

그나마 쥐꼬리만큼 차례지는 월급도 제때 받지 못하고, 처우가 형편 없어도 항의조차 못합니다. 까딱 잘못했다간 딱지를 붙여 북한으로 강제 소환당하면 영락없이 정치범수용소 행입니다. 그러니 처참한 처우에도 반항도 못한 채 ‘아무도 원망하지 않는다’는 유서를 쓰고 분신자살하는 노동자까지 생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번 로씨야 노동자들의 망명 보도를 들으면서 영화 임꺽정의 주제가요 “나서라 의형제여”가 생각납니다. “구천에 사무쳤네, 백성들의 원한 소리 / 피눈물 고이였네, 억울한 이-세상 / 산천아 말해다오, 부모처자 빼앗기고 / 백성의 등뼈 갉는 이-세상 이이 살-리”.

김정은 정권이 백성들의 피타는 절규를 외면한다면, 언젠가 “악한무리 쓸어내고 가슴에 쌓인 원한 장부답게 풀어보자”며 나설, 성난 민심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