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장마당 세대’의 불만 직시해야

미국에서 북한인권 개선 활동을 오랫동안 해온 ‘링크 (Link)’라는 단체가 의미심장한 분석을 내놨습니다. 북한인민과 세계 인민을 서로 연결한다는 뜻을 지닌 링크는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북한 내부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정은 입장에서 반길 만한 소식은 아니지만 북한의 민주화를 간절히 바라는 세계인민들에겐 매우 반가운 소식입니다.

이 단체의 박석길 연구국장은 어제 탈북자들과 만남을 통해 북한 전역에 확대되고 있는 장마당이 북한 당국의 통제권에서 벗어났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이러한 장마당의 확대로 정보의 교류와 유입이 대폭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을 통한 외부정보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박 국장은 장마당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당국의 통제에 집단적으로 저항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배급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저절로 장사를 통해 먹고 사는데, 왜 단속하느냐는 지극히 온당한 저항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저항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박 국장은 장마당 세대라고 지칭했습니다. 1990년대 대기근 당시 배급 능력을 상실한 북한 당국은 인민들이 굶어 죽던 말든 체제 유지에 급급했다는 것은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당시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장사를 시작했고 현재 대부분의 인민들은 장사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당시 전과 후로 태어난 청년들을 장마당 세대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들에 대해 박 국장은 “사회주의를 전혀 경험하지 못했고 아주 어릴 때부터 자본주의를 경험한 장마당 세대는 정부에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확한 지적입니다. 살기 좋은 지상낙원, 무상치료와 무료교육을 약속했지만 능력 없는 북한당국은 이들에게 그 어떤 혜택도 주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장사를 통해 먹고 살고 있기 때문에 체제에 대한 그 어떤 희망을 갖지 않고 오히려 불신을 갖게 됐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들이 조직적으로 북한 체제를 흔들만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점점 확대되고 있는 장마당에서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이들의 관심은 많아지고, 반대로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불만은 커지고 있습니다. 인민에 대한 사랑을 선전하고 있는 김정은이 근본적인 인민생활 개선에 나서지 않고 핵무기 개발에만 주력한다면 이들의 불만은 필연적으로 터져 나올 겁니다. 김정은이 장마당 세대의 불만을 직시하지 못한다면 크나큰 후과를 맛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