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인민경제 살리려면 북중관계 개선에 나서야

김정은이 중국인민지원군 전사자 묘지에 화환을 보냈습니다. 지난 26일 전국노병대회 연설 땐 6.25전쟁에 참전한 중국 인민지원군에 대해 경의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냉랭한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행보입니다. 때마침 중국 시진핑 주석도 옌벤 조선족자치구에 이어 조중 국경 도시인 심양을 방문해 두 나라의 관계개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국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중국은 이미 민주화가 상당히 진척돼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이라 해도 인민들의 여론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펼치기가 힘든 상황이 됐습니다. 김정은 정권 등장 이후 북한에 대한 중국의 여론은 시종일관 악화돼 왔습니다. 핵 시험을 강행하는가 하면 그나마 중국과 말이 통하던 장성택을 보란 듯이 처형했습니다. 그것도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핑계로 삼았습니다. 고위급 간부들과의 대화도 일관되게 거부해왔습니다. 이는 중국 인민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김정은이 다시 관계개선에 나선다 해도 중국의 여론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김정일은 죽기 전 중국과의 협력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불과 1,2년 만에 이를 물거품으로 만들었습니다. 결과 북한의 국제적 고립은 더 심해졌고 이는 국가발전에 심각한 장애가 됐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 중국과의 관계개선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김정은 정권은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자 일본과 로씨야, 동남아시아 국가, 유럽연합에까지 찾아다니며 대화와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결실을 얻지 못했습니다.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과 처량한 자신들의 처지만 확인해야 했습니다.

김정은의 최근 행보가 단순히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전술적 선택인지 아니면 지난 과오를 깨닫고 전략적으로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나서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건 일시적인 꼼수로 접근했다가는 관계만 더 악화될 거라는 사실입니다. 중국과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선 두 가지 문제가 해결돼야 합니다. 핵문제에 대한 해결방안과 중국이 믿을 만한 대화통로를 구축하는 겁니다.

지재룡 중국주재 북한 대사가 오늘 밝힌 것처럼 자신들이 핵보유국이라는 망발이 계속된다면 관계개선도 없다고 봐야 합니다. 또 중국이 믿을만한 대화통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자신들이 믿고 대화를 하는 상대가 장성택처럼 숙청된다면 그 누가 대화와 협력을 하려 하겠습니까? 김정은 정권은 정말로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고 국가발전을 생각한다면 보다 더 적극적으로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