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진정성을 갖고 대화 하길 기대한다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김양건 당 비서 등 북한의 핵심 실세로 통하는 11명이 4일 남한을 깜짝 방문했습니다. 명목상은 인천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 참가이지만 남측 정홍원 국무총리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류길재 통일부 장관 등과 회담을 가진 걸 보면 다른 목적이 더 커 보입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당분간 남조선 당국과 대화는 없다고, 방문한 그날도 박근혜 대통령과 한국을 향해 온갖 비방과 독설을 퍼부었던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갑작스레 한국을 찾아와서 마치 친근한 사이처럼 손을 붙잡고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까지 연출해 가며 언론의 집중을 받았겠습니까. 그것은 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 행사에 참석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통해 김정은 정권의 이미지도 높이고 한편 요즘 궁지에 몰려있는 저들의 처지를 좀 바꿔 보겠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한 개의 돌을 던져 여러 마리의 새를 잡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저들이 빠져있는 어려운 처지를 감안해 볼 때 이런 방법으로 과연 벗어날 수 있겠는지 막연한 궁여지책이 아니겠습니까.


이번 유엔총회에서 보다시피 김정은 정권은 핵 문제 뿐만 아니라 인권문제까지 터져 나와 국제적 고립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피로써 맺은 전우라는 중국까지 외면하고 있는 판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른 방법으로 그동안 일본이나 로씨야(러시아)와 친한 척 하려고 애썼으나 별 진전이 없는 상태입니다. 미국도 핵문제 진전이 없는 한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경제적 빈곤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보려고 외국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아등바등 애를 써 보지만 이 역시 어느 나라도 어떤 기업도 투자하려 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아무래도 남한과 관계를 개선하는 척이라도 해야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저들한테 조여들어오는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이번 방문 때 10월말이나 11월초에 고위급회담을 하자는 말을 한 것 밖에는 특별하게 남북 간 현안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때 어떤 물꼬가 트일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처럼 고위급 간부들의 전격 방문하는 깜짝 놀랄 파격적인 행보보다는 실질적인 변화의 시작점이 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되려면 진정성을 갖고 결실을 볼 수 있는 대화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이제 더 이상 안 됩니다. 진정성을 갖고 결실을 볼 수 있는 대화를 하는 것, 김정은 정권이 현명한 선택을 하길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