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일성 생일에 “콩나물 공급하라” 지시









▲2008년 4월15일 북한 평성의 소학교
어린이들에게제공된 과자꾸러미. ‘세상에
부럼 없어라’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북한 당국이 이달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을 맞아 공장·기업소 노동자들에게 ’15가지 이상 품목을 인민들에게 특별 공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국은 각급 기관의 공급 성과를 당에 대한 충실성의 평가 잣대로 삼겠다고 밝혀 지방당 간부들이 공급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내부소식통이 10일 알려왔다. 


그동안 명절공급은 해당 인민위원회나 공장 기업소가 실정에 맞게 술이나 콩기름 등 2, 3가지 물품을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올해는 김일성 생일 100주년과 강성대국 진입 공약을 내세운 여파로 당기관에 15가지 물품 공급을 책임지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중앙당이나 내각에서 물품을 확보해주지 않아 정작 공급 책임은 일선 공장·기업소에 떠넘겨지고 있다고 한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0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공장 당비서들이 특별공급 지시를 받고도 돈이 없으니 쩔쩔매고 있다”면서 “돈을 빌리는 경우도 있고 이마저도 안 되면 노동자들에게 돈을 거둬들여 돼지고기를 시장에서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공급 품목 중 하나로 지정된 콩나물은 공장에서 직접 물을 줘가며 키우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품목 수를 늘리려는 경쟁도 간부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주민들에게 지급되는 필수 명절공급 15가지 물자는 찹쌀 2kg, 콩기름 1kg, 돼지고기 2kg, 설탕 1kg, 소주 2병, 물고기 1kg, 과자 1kg, 사탕 1kg, 계란 10알, 과일 1kg, 미역 혹은 봄남새(배추) 2kg, 콩나물 1kg, 산나물, 비누, 치약, 비누이다. 


세대 명절공급은 가정마다 콩기름 1병(500g), 사탕 1kg, 과자 1kg, 소주 2병을 무상 공급한다. 이 외에 비누, 수건, 양말, 신발 등은 전표를 발급해 구역상점에서 국정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전표를 지참하면 시장(장마당)보다 30%가량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외화벌이 사업에 동원하기 위해 제공된 공산품을 주민들에게 다시 판매하는 방식이다 보니 주민들은 썩 반기지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또 이번 명절공급을 위해 구역 당에서는 구역 관할지역 농장들에 가정 여맹원들을 동원해 온실남새(배추, 시금치)를 생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주변 야산과 강둑에서는 산나물, 미나리, 달래 캐기에 동원하고 있다고 한다. 참여하지 못하는 주부들은 구입해서 해당 기관에 내야 한다.


주민들은 명절 공급마저 자신들 호주머니를 통해 준비되자 큰 기대를 접는 분위기다. 소식통은 “명절 당일까지 좀 기다려 보면 뭐라도 나오지 않겠냐는 반응도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더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령님(김일성) 탄생 100돐이라고 한껏 기대감을 부풀리더니, 주민들 돈과 노력으로 생일상 차리고 있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게 없다고 하는데 딱 그 꼴”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금 사정이 좋은 무역기관에서는 15가지 품목 이외 중국산 DVD녹화기(15만원 상당)나 중국산 자전거(15~20만원 상당) 지급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