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공식 등장하자 北 국경 핸드폰 불통돼

김정은 체제가 공식 출범하면서 공교롭게도 북한 내부와의 전화통화는 한층 더 어려워졌다. 북한 내부와의 통화는 상당수가 북-중 국경지대에서 중국측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이뤄진다.


김정일 사망에 따른 애도기간에도 통화 상태는 이전과 큰 변화가 없었다. 평안북도 신의주 인근은 북한 당국의 방해전파 때문에 통화가 어려웠지만 북부지방은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끊기는 현상이 잦고, 아예 불통인 경우도 많다. 북한 내 가족들과 정기적으로 통화를 해 온 탈북자들도 “요새 전화가 잘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2일 밤 5분 간격으로 함경북도 소식통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뚜~뚜~’하는 통화음만 울릴 뿐 응답이 없었다. 1시간여 만에 겨우 연결된 이 소식통은 “전혀 수신음이 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와 잠깐 통화하는데도 중간 중간에 말이 끊겼고 채 1분이 지나지 않아 통화가 끊겼다.


북한 내부 장사꾼들과 수시로 통화가 가능한 중국 상인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창바이(長白)현에 사는 한 무역업자는 3일 “며칠 동안 전혀 (통화를)못했다”고 전했다. 매일 장사물품 거래를 위해 통화를 해 왔는데 새해 들어 상대방이 아예 전화를 꺼놓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일 사망 이후 국경은 사실상 봉쇄 됐고 탈북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이 예고됐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이 외부로 정보를 유출하는 주요 통로인 핸드폰에 대한 단속도 강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상태였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애도 행사 총화로 분위기도 어수선하고 이 기간에 걸리지 않으려고 전화기를 아예 김치움 속에 비닐봉지로 감싸가지고 숨겨놓은 집도 있다”고 전했다. 스스로 단속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고 있는 셈이다.


김정일 사망 전보다 북한 내부와의 연락이 자주 두절되는 이유는 방해전파 때문으로 보인다.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는 국경단속 및 연선마을 수색, 강력한 방해전파 발송을 통해 휴대폰 통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외부와 통화를 하는 주민들도 해당 도 국가안전보위부 반탐(방첩)처의 전파탐지에 걸리지 않기 위해 약속된 시간에만 전화기 전원을 켜놓는다.


2, 3명이 한조로 탐지기계를 들고 곳곳을 순찰하는 반탐지도원들이 전파가 감지되는 집에 대해 임의의 순간에 가택수색을 벌이고, 해당 행위가 적발될 경우엔 최고 정치범수용소에 보내지는 등 강도 높은 처벌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김정은 체제에 대한 ‘충성경쟁’도 통제강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양강도 소식통은  “새해에 들어서서 보위부와 보안서에서 저마다 탈북자를 색출한다고 잠복을 서고 있어 국경이 살벌하다”고 말했다.


함경북도 소식통도 “‘탈북자 무조건 사살’ 등의 지시가 내려져 사람들이 전화하기를 꺼린다”면서 자신과의 통화도 당분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백두 혈통’ ‘김정일 유훈’을 앞세워 통치기반을 쌓고 있는 김정은으로서는 자신의 권력 정통성과 치부가 드러날 수 있는 외부정보 유입을 중대한 체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