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동지도 맨손…모자·장갑 착용마라”







▲김정일 영결식 당시 맨손으로 운구차량을 잡고 있는 김정은(左)과 배웅행사에 참여한 평양시민들./조선중앙방송 캡쳐

북한 당국이 28일 김정일 영결식에 동원한 주민들에게 ‘장갑 등을 착용하지 말라’ 등의 주의사항을 사전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십만이 동원된 영결식이 당국에 의해 철저히 연출된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것이다.


2일 평양 소식통은 “인민반장들이 김정일 동지의 영구차를 배웅하는 행사 전날(27일) ‘김정은 동지도 맨손으로 장군님 영구차를 잡고 가신다’며 행사 참가 주의사항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각 동마다 영구차가 지나는 구간을 정해 영구 배웅행사에 참가토록 하고, ‘눈이 내려도 모자나 수건을 두르지 말라’, ‘장갑을 끼지 말라’ 등의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각 대열 뒤에 규찰대들이 지켜보니 포치내용을 어기지 말라”고 엄포했다.  


실제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된 영결식 영상에는 김정은이 맨손으로 영구차를 호위하고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눈보라가 날리는 영하의 날씨에도 장갑을 끼거나 목도리를 두른 주민들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당일 평양의 평균기온은 영하 2.4℃이었다.


소식통에 따르면 영구 배웅행사에는 김일성종합대학을 비롯해 김책공업대학, 평양철도대학 등에 다니는 대학생들이 배웅대열 뒤에서 각 대학 담당보위지도원과 함께 ‘규찰대’를 서고 주민들의 동향을 감시했다. 


한편 북한 당국은 ‘김정일 애도행사’와 관련한 총화사업을 통해 체제결속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에선 중앙당 간부들의 숙청 소문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애도기간이 끝난 지 며칠도 안됐는데 벌써부터 강반석정치학교 역사 강좌장을 비롯한 중앙의 몇몇 간부들이 애도 행사기간 과오로 총화사업에서 처리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민심이 흉흉하다”고 전했다.


북한은 앞서 김일성이 사망했을 당시에 총화사업을 통해 ‘충실성’을 거론하며 몇몇 간부들을 처벌,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김정일에 대한 절대적 충성을 유도했다.


실제 양강도 소식통도 데일리NK에 “중앙당에서 내려와 진행하고 있는 애도행사 총화사업에서 행사기간을 ‘충실성 척도를 검열한 아주 중요한 시금석’이였다는 말을 하고 있다”며 “한마디로 이 기간에 불성실히 참가하였거나 주의사항을 어긴 사람들은 누구를 불문하고 그 죄를 따진다는 뜻이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 당국은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이달 8일까지를 애도행사 총화기간으로 정하고, 추모행사 불참자를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