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 고급 커피숍, 레스토랑 잇달아 개점

북한이 최근 평양 시내에 고급 커피숍과 레스토랑 개점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피자·스파게티·포도주 등 서구와 동일한 음식이 판매되는 고급 레스토랑과 서양식 카페들이 평양 시내에 들어서고 있다. 이러한 형식의 레스토랑은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조치 이후 등장했지만 2005년 이후 국제기구 및 외국회사와의 합작식 설립·운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조선하나전자합영회사’는 미용실·사우나·수영장을 갖춘 초호화 레스토랑을 평양시내에 개점했고, 햄버거 가게인 ‘삼태성청량음료점’은 싱가포르 회사와 계약을 맺고 지난해 6월 평양 오픈과 함께 개선청년공원에 분점을 냈다.

뒤이어 10월말에는 평양 김일성 광장 조선중앙역사박물관에는 서구식 ‘비엔나 커피숍’이 개점됐다. 커피숍은 오스트리아의 세계적인 커피전문회사인 ‘헬무트 사커(Helmut Sachers Kafee)’가 2009년부터 투자해 세워진 것이다.

▲해운이딸리아 특산물식당.

이외에 ‘이탈리아요리 전문식당'(2008. 12 개점), ‘해운이딸리아특산물식당’(2010. 1 개점) 등이 영업중이며, 국제구호개발기구 아드라(ADRA)가 운영하는 ‘별무리 카페’도 2005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이들 식당을 이용하는 외국인이나 내국인들은 유로로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비엔나 커피숍’ 같은 경우 커피 값은 한 잔에 2유로(약 2.64달러) 정도이고 식당의 단품 식사는 2~8유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12월 현재 평양 장마당 환율이 1달러 당 북한 화폐로 5,1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커피 한잔 값인 2유로는 북한돈 13,500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이 3,000원임을 감안하면 일반 주민들이 찾기에는 어려운 수준이다. 결국 이들 식당은 외국인을 비롯해 북한 당 간부와 무역일꾼들만 이용한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다른 소식통은 “당 간부들도 이용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대부분 외국인들이 이용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도 갈 수 있지만 비싼 가격은 물론 호텔 주변에 보위원들이 깔려있어서 ‘눈치’ 보느라고 쉽게 이용하지 못한다”며 외화벌이 수단으로 운영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외화난이 심화되다보니까 갖은 방법을 동원해 외화를 벌어들이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급 레스토랑이나 커피숍을 호텔 주변에 개점하는 것도 외국 사람들을 끌어 들이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평양 시내 백화점에서 샤넬, 아르마니 같은 명품을 비롯, 서양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북한 최대 국영 백화점인 평양 제1백화점에는 LCD TV, 컴퓨터, USB를 비롯해 침대·빵·케익 등이 팔리고 있다. 작년 설립된 보통강 백화점은 2월부터 샤넬, 아르마니 같은 외제 명품까지도 판매하고 있다.

이 소식통은 “올해 7월 12일 김정일 현지지도 이후 노동신문에 평양 제1백화점의 판매물품들이 사진과 함께 대대적으로 보도했다”면서 “방북자들에 따르면 독일산 초콜릿, 머스터드 소스, 아기 기저귀 등 부유층 상대로 한 고급 생필품이 판매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행사 때에도 외신 기자 80여명을 초청, 평양시내 레스토랑·놀이공원 등의 홍보에 주력하는 등 외화벌이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동안 자본주의 침투를 극도로 경계했던 북한이 커피, 햄버거 등 서구 문물 유입을 허용한 것은 외화난과 관련이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북한 기업과의 합작 형태로의 외자 투자 허용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