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성년 성범죄’ 심각…”표면화 안될 뿐”

조두순·김길태 사건 등으로 미성년자 성범죄에 전 국민의 이목이 쏠려있다. 처벌수준이 논란되면서 ‘사형제’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미성년자 성범죄’ 실태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사례1 : 1980년대 중반 강원도 철원. 아홉 살 옥련이(가명)는 야산 한 동굴에서 싸늘한 주검이 돼 발견됐다. 당시 인민학교 3학년. 동굴 안에는 옥련이의 옷가지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발가벗은 상태로 수색 중인 군인들에게 발견됐다. 옥련이는 사건 당일 군부대에 근무하는 아빠를 만나기 위해 부대를 찾아왔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가족뿐만 아니라 군부대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이 사건의 범인은 같은 부대에 근무하는 병사였다. 이 병사는 아빠를 만나러 온 옥련이를 야산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살인한 후 사체를 유기했다. 이 병사는 군사재판에 넘겨져 살인죄 및 미성인 성교죄로 사형선고를 받고 공개처형 됐다. (제보 2000년도 탈북자 오수용(가명)씨)
 
사례2 : 1990년대 중반 평안북도 정주군. 12살 군희(가명)에게는 새 아빠가 생겼지만 군희의 얼굴은 그렇게 밝지 못하다. 1995년 고난의 행군으로 먹을 것이 떨어지자 엄마는 식량을 얻으러 자주 집을 비우셨다. 반면 일자리에 나가도 일이 없자 새 아빠는 집에 있는 날이 많았다. 새 아빠는 군희가 예쁘다며 가까이 오라고 했다. 열두 살 때부터 지속적으로 새 아빠에게 성폭행을 당한 군희는 열다섯 살의 나이로 엄마가 되었다. 97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새 아빠는 공개재판을 받고 교화소에 수감됐다. (제보 2002년 탈북자 김경삼(가명)씨)
 
북한의 폐쇄적 사회분위기 때문에 알려지는 것보다 감춰지는 미성년 성범죄가 빈번하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일관된 이야기다. 교원 출신 탈북자 김순희(42. 노원구) 씨는 “모두 쉬~쉬해서 그렇지 (미성년자 성폭행이) 정말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여학생이 강간당하는 사건은 매년 3, 4건 꾸준히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남학생 300명, 여학생 400명 규모의 학교에 재직했었다. “한번은 제가 담임하던 학급학생(당시 17세) 중 친 오빠에게 강간당한 학생이 있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북한의 아동들은 ‘성범죄’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지만 피해자가 오히려 죄책감을 느끼고 사건을 은폐하려고 드는 사회적 분위기, 특히 폐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북한의 사회 특성상 문제가 표면화 되지 않을 뿐이다.
 
미성년 성범죄는 북한 형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형법 제295조는 ‘미성인 성교죄’에 대해 ’15살에 이르지 못한 미성인과 성교한 자는 5년 이하의 로동교화형에 처한다. 앞항의 행위를 여러 번 한 경우에는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로동교화형에 처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효원 서울대 법학과 교수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사회현상을 반영하는 형법의 특성상 이를 법률로 규정할 만큼 미성년자 성폭행이 북한사회에서도 어느 정도 빈번하다고 말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교육 등 성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관계당국의 대책 미흡도 ‘미성년 성범죄’를 부추기고 있다는 전언이다.
 
또 다른 교원 출신 탈북자는 “북한에서는 특히 남성에게는 성교육을 시키지 않아서 도덕적으로 나쁘다는 것도 모르고 지나가는 여학생 가슴을 만지는 것과 같은 성추행은 일상생활에서 끝없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의 ‘성교육’은 ‘생리주기’, ‘임신’ 등과 같은 성교육은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되지만, 성추행, 성폭력의 사례와 그에 따른 폐해에 대해선 교육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 소장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가정과 학교에서 성교육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 형성이 어려워진다”며 “비정상적인 루트로 왜곡된 성 지식을 습득하게 되면 바람직한 성 행동을 하지 못하게 되며 이는 성 태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성교육의 중요성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