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당에 ‘충고 편지’ 쓴 연구팀 전원 숙청

국토오염 실태조사 연구논문과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편지를 노동당 중앙위에 보낸 함흥화학공대 토질조사 연구소(팀)가 강제 해산되고 해당 간부들과 연구원들이 전원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북한 과학계가 큰 충격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데일리NK와 통화한 함경남도 소식통은 “중앙당(노동당 중앙위)에 ‘당원편지’를 올린 함흥화학공대 ‘토질조사 연구소’가 해산되고 연구원들이 보위부 조사를 받고 있다”면서 “중앙당에서는 이번 ‘편지 사건’을 종파행위로 규정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함흥화학공대 토질조사 연구소는 토지의 중금속 오염 및 산성화 피해를 조사하고 대책을 세울 목적으로 지난 2002년에 설립된 연구기관이다. 표면적으로는 대학연구소 소속이나 실제는 함흥과학원의 지시를 받고 있다.  


소식통에 의하면 이들 조사팀은 지난 10월 20일 최태복 노동당 교육과학 및 국제담당비서(최고인민회의 의장)의 함흥화학공대 방문을 기회로  간담회를 열고 그 동안의 연구조사 논문과 세포당원 명의의 편지를 직접 전달했다.


소식통은 “이들이 공개한 연구논문에는 중국의 산업물 쓰레기가 어떻게 유입되고 버려지는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며 “공장기업소들에서 ‘오수정화장’이 없이 오염물질들을 마구 강물에 버리는 현상들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경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논문에서 ‘사실상 우리나라(북한)가 중국의 산업물 쓰레기장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썼고 ‘평양시 수돗물조차도 먹는 물로는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오염됐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고 말했다. 


최태복 노동당 비서는 이들의 연구논문을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장군님께 직접 전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복 노동당 국제담당비서의 경우 지난 기간 이 대학에서 근무한 경력(대학 교무부장)이 있어 대학 교수들과 연구진들과도 개인적 친분이 있다. 


이 편지를 접수한 노동당 중앙위는 예상과 달리 11월 1일부로 ‘토질조사 연구소’를 해산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연구소 당세포에 대한 노동당 조직지도부 검열을 진행했다. 이어 편지를 올린 간부들과 주동자들을  함경남도 보위부에 구속했다.


이들에게 먼저 씌어진 혐의는 종파행위다. 중앙당에 편지를 올리려면 (당원들의) 세포총회를 열고 결정을 내린 다음 상급 당조직을 통해 올리는 형식으로 보내야 하는데 이들이 절차를 무시하고 안면 있는 간부(최태복)를 통해 편지를 올린 것이 종파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한 편지 내용도 문제가 됐다. 중앙당에 올리는 편지(신소와는 다름)는 모두 장군님과 노동당을 칭송하는 내용이어야 하는데 이번 편지는 노동당에 충고하는 형식의 편지였다는 것이다. 이 편지를 받고 중앙당 내부에 상당한 파문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들이 그런 편지를 올리게 된 것도 최태복 비서를 믿었기 때문”이라며 “좋은 의도로 올린 편지이니 중앙당에서도 높이 평가해 줄 것으로 믿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소식통은 노동당 중앙위가 이들을 처벌에 나서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앞으로 유사행위들이 발생할 것에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노동당이) 이런 현상을 그대로 묵인할 경우 앞으로 이와 같은 충고와 항의성 편지들을 올리는 기관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애초에 이런 현상들이 머리를 쳐들지 못하도록 싹부터 짓밟아 버린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이 모두 보위부에 갇혔다는 소식에 함흥과학원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이 과학원 전체로 번지지 않을까 근심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함흥화학공대나 함흥과학원의 경우 북한 전역에 필로폰제조법을 퍼뜨린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어 이번 사건의 파장이 커질 경우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행동의 정당성을 떠나 ‘중앙당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처리될지 알 수 없다”면서 “이런 행동을 그냥 놔둘 경우 앞으로 다른 집단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처벌이 가볍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