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쩐의 전쟁’ 한창…보안성 “고리대 척결하라”

북한 인민보안성(경찰)이 악덕 고리대(高利貸)에 시달리던 주민들이 ‘꽃제비’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국적으로 고리대금업자에 대한 특별수사를 시작했다.

신의주 내부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와 가진 통화에서 “빚꾼(고리대업자)들과 전면전을 벌여야 한다는 지시문이 인민보안성에 내려왔다”며 “지금 신의주에서는 화교(華僑)들과 재포(재일동포 귀국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은 함경북도 지역에서도 확인됐다.

회령시의 한 소식통은 17일 “담당보안원들이 인민반회의에 나와 ‘이자 돈을 목적으로 돈을 꾸어주는 현상들에 대해 강한 법적 제재를 가한다’는 내용으로 강연을 진행하며, 평소 주변사람에게 돈을 잘 빌려주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파악해갔다”고 설명했다.

소식통들에 의하면 9월 2일부터 전국 보안원들에게 ‘고리대 현상을 뿌리 뽑기 위한 대책을 세우라’는 내용의 지시문이 전달됐다.

여기서는 “그동안 고리대를 뿌리 뽑기 위해 국가적 조치들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상들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빚을 갚지 못한다는 이유로 살림도구와 집까지 빼앗는 잔인한 행위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의 계속되는 조치에도 근절되지 않는 고리대 현상들과 전면전을 벌리지 않을 수 없다”며 “인간의 양심을 팔아 더러운 이속을 채우려는 자들에 대해 가장 단호한 조취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당국이 고리대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과 관련, 신의주 소식통은 “빚을 값지 못해 꽃제비로 전락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2000년대 이후 꽃제비 짓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장사를 하다가 망했거나 빚쟁이들에게 집을 빼앗긴 사람들”이라며 “요즘 그런 사람들이 급속히 늘어 국가에서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고리대금업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중국에 친척이 있는 화교들과 일본에 친척이 있는 재일동포 귀국자들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인민보안성의 이번 수사에서 구속 수감된 화교 조정철(나이 미상. 신의주 역전동) 씨는 빚을 갚지 못한 사람들로부터 7채의 집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북한에서는 대부분 집을 담보 삼아 돈을 빌리고 빌려준다. 조 씨는 주로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보름에서 한 달 정도 말미를 주고 원금의 30%를 선이자로 떼는 방식으로 돈을 빌려줬다. 돈을 빌린 사람이 기한내 돈을 못 갚을 경우 이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살인적이 이자율이다. 결국 조 씨는 신의주의 ‘주먹’들까지 동원해 채무자들의 집을 빼앗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식으로 집을 빼앗긴 사람들은 가족단위로 시장이나 협동농장 밭 주변을 떠돌다 결국 뿔뿔이 흩어지거나 탈북을 선택한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2005년 이후 북한에서는 이런 식으로 한 가정의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현상이 매우 흔해졌다.

이런 고리대 업자들은 돈으로 중간 간부들을 매수하고 깡패들까지 거느리고 있어 피해를 당하는 주민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은 심지어 가을 수확철에 식량 사재기를 했다가 다음에 봄철에 폭리를 취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전해진다.

북한 당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북한 주민들은 대부분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