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운전수들 경호원 고용 軍 약탈방지”

▲ 지난해 평양-사리원 도로상에서 보안원과 운전사가 멱살잡이를 하는 동영상을 일본 방송사가 공개했다

북한 운전기사들이 사업용 차(흔히 써비차로 부름)로 물건을 운반하면서 일종의 사설 경호원을 고용해 군대의 약탈행위를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월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 김경민(가명) 씨는 24일 “요즘 도로를 가로막는 군대들은 운전기사와 기사가 고용한 청년들에게 얻어터지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면서 “과거에는 생각하기 힘든 일인데, 도매로 물건을 나르는 써비차 기사들이 자기 재산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보디가드(경호원)를 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마당이 활성화 되면서 써비차 운전기사들이 트럭에 물건을 가득 싣고 지방 도로를 운전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군인들의 약탈 행위도 빈번해져 사설 경호원이라는 보호조치를 강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씨는 “예전에는 운전기사들이 국가 차를 가지고 운행했기 때문에 맥 없이 당하기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지 않는가. 운전사들이 차를 사가지고 공장, 기업소에 등록하고 장사 다니기 때문에 2~3명의 경호원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적극적으로 방어한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운전기사가 고용한 ‘보디가드’들은 과거 인민군 특수부대 출신으로 태권도나 격술에 능해 혼자서 두 세명은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씨는 “지난해 평양 향산 고속도로에서 군대가 도로 가운데 짐을 놓고 써비차를 기다리자, 운전수가 앞 차에서 떨어진 짐인줄 알고 차를 세웠는데 군인 서 너명이 나타나서 물건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그 때 운전수가 고용한 청년들이 이들을 단숨에 처리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장사꾼들과 운전수들이 속시원해 했다”고 말했다.

탈북자동지회 이해영 사무국장은 “과거부터 지방에서 군대가 탈곡장 옥수수나 민가 가축을 훔쳐가는 일이 빈번했다”면서 “주민들이 자기 재산을 지키려는 의식이 강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주민들의 대응이 인민군대의 권위가 하락한 현실을 반영한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에서는 식량난 이후 정권기관 근무자들의 부패가 극심해지고 군인들의 민가 약탈 행위가 만연했다. 주민들 사이에서 인민군대가 ‘물건 빼앗아 가고 행패나 부리는 집단’이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됐다.

지난해 8월 일본 한 방송국은 황해북도 사리원시 인근 도로상에서 운전자가 차창 유리를 깬 보안원과 멱살잡이를 하는 동영상 촬영분을 공개한 바 있다. 이를 본 탈북자들은 대부분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라고 반응한 바 있다.

배급제가 붕괴 되면서 개인주의와 소유의식이 널리 확산된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북한 주민들도 과거와 다르게 정권기관이나 군대에 굽신거리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기질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