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과 통화하다 적발시 5천위안”…北뇌물비용 고착화 추세

북한 국가보위성(우리의 국가정보원에 해당)이 중앙당에 의해 집중검열을 받고 있는 와중에도 국경지역 보위원들은 중국 휴대전화 사용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뇌물을 챙기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보위성 책임간부들이 평양으로 줄소환되고 적잖은 간부들이 해임·철직되는 상황에 대해 하층 단위는 별로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주민들에게 뇌물을 받고 봐주는 형태가 고착화되고 있다.

양강도 소식통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보천군에서 중국 대방(무역업자)과 통화를 하다 적발된 주민에 보위원은 노골적으로 뒷돈(뇌물)을 요구했다”면서 “이 보위원은 ‘서로 좋은 방법이 있지 않나. 2000위안(元, 약39만 원)으로 조용히 처리하자’고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이 과정에서 보위원은 침착하게 어디와 통화했는지만 따지고 돈만 받아 챙기고 유유히 사라졌다”면서 “아마 한국과 통화했다면 더 많은 돈을 갈취해 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유사한 사건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소식통은 “최근 김정숙군에서는 한 20대 여성이 한국과 통화하다 보위부 반탐과 지도원에게 걸려 5000위안(元, 약 83만 원)을 뜯겼다”고 말했다.

이처럼 북한에서 ‘뇌물 비용’도 장사꾼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정해지는 ‘시장 가격’처럼 보위원들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책정되고 있다. ‘중국과 통화하면 2000위안, 한국과 통화하면 5000위안을 바쳐야 한다’는 일종의 암묵적 규칙이 형성돼 있는 셈이다.

소식통은 “보위원들은 중국 손전화 사용을 적발해 놓고 어느 나라와 통화했는지 먼저 추궁한다”면서 “그래놓곤 ‘최근 (뇌물) 가격 알지?’라는 식으로 그들이 책정한 뇌물을 달라고 대놓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보위원들은 몇 명씩 몰려다니지 않고 혼자 다니는 경우가 많다”면서 “다른 보위원들의 감시를 피하면서 혼자 꿀꺽 하겠다는 속셈이 아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이같이 체제 수호의 일선에 있는 보위원들조차도 주로 비공식 시장에 기생해 시장참여자들에게 뇌물을 받는 방식으로 생존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부패에 대한 저항을 우려해 보위성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고 있지만, 번번이 개혁에 실패한 이유다.

소식통은 “보위성이나 보안성(경찰)과 같은 법기관 사람들마저도 국가에서 제대로 돌봐주지 않으니 그들이 권력을 악용해 악착하게 주민들의 돈을 뜯어내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이 같은 부정부패에 대한 주민 저항도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당국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은 이처럼 백주에 강도를 당한 것 같은 상황에 처해도 하소연 할 곳도 없고 들어줄 곳도 없다는 현실에 억울하고 분통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