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향후 거취는?…”정치적 생명 제거될 것”

북한의 2인자로 평가받던 장성택의 실각설(說)이 전해지면서 향후 그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장성택의 실각이 측근들의 부정부패와 반당(反黨)행위 등 표면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개혁·개방 문제를 둘러싼 김정은과의 갈등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면 단순한 실각을 넘어서 정치적으로 재기 불능의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경희와의 결혼으로 북한 정치 중심부에 진입한 장성택은 그동안 수차례의 정치적 풍랑 속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지켜냈다. 특히 측근 챙기기 및 분파조장 등의 이유로 두 차례나 숙청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재기에 성공했다.


김정일이 친인척에 의지한 측면이 있지만 그의 능력과 충성심을 높이 샀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사용하며 간부들의 충성을 유도했던 김정일 특유의 용인술이라는 해석도 있다. 어쨌든 장성택은 이러한 김정일의 신임을 바탕으로 3대 후계 세습 과정에서 김정은의 후견인으로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성택의 이번 실각은 김정은의 통치술을 가늠할 수 있는 기회이자 권력 핵심부에 위치한 엘리트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라고도 볼 수 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소장은 이에 대해 “일단 완전한 실각이라고 봐야 할지 잠시 한 발 물러난 것인지는 두고봐야 겠지만 확실한 것은 김정일의 유훈 권력이 정리되고 2기 권력으로 진입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안 소장은 “장성택은 리영호나 김격식과 달리 개인 과오가 있다해도 다시 복귀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백두 혈통인 김경희 때문이기도 하지만 3대 세습 과정에서 애를 쓴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혁명화 과정을 어느 정도 거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경희는 백투 혈통이지만 장성택은 곁가지다”며 장성택이 과거처럼 복권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 교수는 “김정일 시대에는 김정일이 모든 권력을 장악했지만 김정은 시대는 이와 다르다”며 “김정은 입장에서는 권력 기반을 구축하는 데까지는 장성택이 필요했겠지만 자신의 정치를 하려고 하는 상황에서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장성택은 대(對)중국 채널이기 때문에 처형까지는 하지 않을 것 같다”며 “대신 측근들을 잘라내거나 가택 연금, 또는 지방으로 추방할 가능성은 있다. 결국 과거 김영주나 김평일처럼 두 날개를 자르고 정치적 생명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장성택의 실각이 사실이라면 북한 당국이 매체를 통해 이를 공개할 지도 관심사다. 지난해 7월 해임된 리영호의 경우 북한 매체들을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했었다.


그러나 과거 핵심 간부들의 숙청 사실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던 북한 당국의 관례로 볼 때 아무 반응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장성택 실각의 공식화는 북한 내부적으로도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고려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