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김정은 제거 전략과 중국의 대북 정책

III. 북한의 승리전략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북한 핵개발의 목적이 협상이나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 한반도 적화통일에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그렇다면 한국은 북한 정권의 의도가 실현될 수 있는 상황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북한정권이 수많은 제재와 막대한 비용을 감내하면서 집요하게 핵개발을 추진하여 왔다는 사실은, 이번 뉴욕타임스(NYT)의 주장처럼 북한정권이 미치지 않고 이성적이라면, 승리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잘 알려진 북한의 승리전략의 대강은 다음과 같다: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 본토를 핵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북한이 한국을 핵 혹은 재래식으로 전면도발 내지는 위협하면서, 미국의 핵우산과 전쟁개입을 미국 본토에 대한 핵공격 위협으로 저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즉 미국이 괌은 물론 LA나 시애틀을 서울과 교환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김정은이 이런 스토리를 믿고 행동에 옮긴다면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북한의 대미핵위협을 전제로 하는 전략의 약점도 분명하다. 그것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정책이 유지될 경우 북한의 핵위협 자체가 북한의 종말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미 핵위협은 미국과 북한의 상호확증파괴를 전제한 것이 아니다. 즉 이런 시나리오에 의하면 김정은은 자신의 생존을 높지 않은 미국의 핵우산 정책 포기 확률에 걸어야만 한다. 따라서 북한정권이 핵개발을 통해 한반도 적화통일을 시도한다면 다른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즉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핵무기로 공격하겠다고 나왔을 경우 중국의 움직임이 존재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이 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거의 언급이 되지 않았다. 

중국의 외교부장 왕이(王毅)가 최근에 밝힌 한반도 정책은 ‘3개 견지(堅持)와 3개 반대(反對)’로 요약된다. 3개의 견지는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안정’ 그리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이고, 3개의 반대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반대’, ‘한반도 긴장고조 행위 반대’ 그리고 ‘유엔 대북제제 결의안 위배 반대’이다.

그러나 왕이 외교부장이 밝힌 한반도 정책 기조 모두가 말의 잔치에 불과함은 중국 스스로 유엔제재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명백하다. 또한 10년 이상 중국 주도의 6자회담을 통한 대화와 협상으로도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였고, 한반도 비핵화가 한국에만 족쇄로 작용하는 가운데 북한정권의 끊임없는 핵전쟁 위협으로 한반도 평화안정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그렇다면 만일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핵무기와 운반수단을 보유하고 실제로 한국과 미국에 핵위협을 할 경우 중국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이때 미국이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정책을 유지하면서 북한정권을 제거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경우, 중국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까? 답은 세 가지 밖에 없다. 중국은 이런 상황을 방치하거나, 한미와 협조하여 북한정권을 제거하거나, 북한에 대한 공격에 대응할 것이다. [중국정부가 2021년 만료된다고 발표한 「중조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 제3조에는 “체약 일방이 어떠한 한 개의 국가 또는 몇 개 국가들의 련합으로부터 무력 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에 체약 상대방은 모든 힘을 다하여 지체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되어있다.]

한반도에서 중국의 이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지금까지 중국정부의 태도를 보아서 앞의 두 가지는 중국의 선택지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중국은 한미가 북한을 공격하면 한국에 대한 공격을 천명할 수도 있다. 여기서 공격이란 핵공격을 포함하기에 한 마디로 한반도는 처참한 상황이 되겠지만, 중국은 미국과 상호확증파괴를 요구하는 공격을 피할 것이다.

바로 이 상황은 슈미트가 유럽의 핵균형이 소련의 신형 중거리핵미사일 SS20으로 심각하게 깨졌다고 갈파한 1970년대 말 유럽의 상황과 상당히 흡사하다. 중국의 한국 공격에 대응할 수단이 한미동맹에 없는 것이다. 만일 미국이 중국을 핵공격하면 상호확증파괴로 공멸할 수 있고, 한국은 독자 핵무기가 없기에 중국의 핵공격에 보복을 할 방법이 없다. 이럴 경우 미국의 핵우산 정책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동맹을 보호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핵우산 정책을 유지할 것인가?

IV. 북한과 중국의 승리전략

중국은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이유로서 미국의 X-밴드 레이더가 중국의 핵미사일을 조기에 탐지해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때 중국의 미사일이란 對美장거리핵미사일인 ICBM도 있지만 전역(戰域)핵・미사일도 포함되어 있다. 후자는 미국과의 핵전쟁 시에 동북아시아의 미 군사기지를 목표로 설정했겠지만, 여기에는 한국과 일본도 포함되어 있음이 명백하다. 바꿔 말해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뿐 아니라 중국의 핵미사일의 사정권에 이미 들어가 있고, 중국의 사드배치 반대는 스스로 이 점을 명백히 밝힌 것이다.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와 미사일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실험을 계속할 것이며, 이럴 때마다 한국과 미국의 대응 수위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 중국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한미의 대응을 한편으로는 자국의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다른 한편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의 원인이라고 우겨댈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사드배치와 북한의 5차 핵실험에서 ‘북핵공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중국의 ‘정당화 전술’을 이미 확인하였다.

또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종말단계에 접어들면 들수록 중국과 북한의 동맹관계의 중요성도 강조될 것이다. 2021년 만료되는 「중조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 도 연장의 이유를 쉽게 찾을 것이다. 그때쯤 김정은이 미국 본토 핵공격과 한반도 공격을 연계시키면서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려 할 경우, 그리고 중국이 북한에 대한 한미의 보복에 한국 공격으로 대응할 것을 천명할 경우, 미국의 핵우산은 찢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왜냐하면 미국이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으로 얻는 것이라고는, 미국 중국의 공멸을 배제한다면, 잿더미가 된 한반도와 북한의 미국 본토 핵공격 가능성 이외에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