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개성공단 임금상한선 일방적 폐지’ 함의

I.


북한이 12월 6일 개성공단의 북한 노동자 최저임금의 상한율 5%를 일방적으로 폐지하였다. 이점은 개성공단에 더 많은 노동자 투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정권이 임금인상을 통해 수입을 높이려는 정책변화의 연속선으로 볼 수 있지만, 더 주의 깊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작년 5개월을 끌었던 개성공단폐쇄 사태 이후 한국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남과 북은 통행 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에 의한 개성공단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는 데에 합의하고 실무적 문제를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하였지만, 불과 1년이 조금 넘자마자 일방적인 조치를 발표한 것이다.


개성공단의 유지와 확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국의 중소기업에게 개성공단만큼 매력적인 곳이 없다고 주장한다. 임금도 캄보디아나 미얀마 수준으로 낮을뿐더러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어 북한 노동자가 매우 빠르게 작업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점은 분명 한국의 중소기업 운영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조건이다. 여기에 추가로 개성공단이 남북경협의 ‘아이콘’이자 마지막으로 남은 ‘신뢰의 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5만 명이 넘는 북한 노동자의 의식을 바꿔 한국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북한 전역에 전파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개성공단의 장점 못지않게 문제점 역시 적지 않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나 운영과 관련된 준공무원들에게는 기업의 이익과 자신의 일자리 보존이 중요하겠지만, 지난해 개성공단 폐지사태의 원인이 매년 있어 왔던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빌미로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개성공단입주업체들이 박근혜 정부를 ‘역사의 악명’ 운운하며 협박한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즉, 개성공단 폐쇄 책임을 한국에 전가하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면서 천박하기 짝이 없는 비난을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개성공단 재개는 남과 북 모두의 책임을 전제로 합의 문구를 만들었다. 한 마디로 꼬리가 몸통을 흔든 격이다.


게다가 한국기업이 북한 당국을 통해 주는 노동자 임금도 물망초 인권연구소에 의하면 북한의 공식 환율 100:1을 적용하지만, 실제 환율은 8000:1이며, 따라서 한국기업이 북한 노동자에게 주는 임금과 성과급의 극히 일부만을 노동자들이 받고 있는 실정이다. 또 북한경제전문가인 놀란드 박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개성에 입주한 한국 기업들은 북한 당국이 노동자들에게 얼마를 주는지 아는 기업은 다섯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그나마 개성공단의 북한 노동자가 다른 지역의 노동자보다 상대적으로 더 벌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 문제를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사실상 한국의 중소기업과 한국 정부는 북한 정권에 의한 북한 노동자의 착취를 방치하여 수령체제에 자금을 제공하여 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파행적 상황을 오로지 남북 간의 신뢰와 협력 확대라는 명분으로 버텨오고 있다. 이런 변태적 상황에서 유럽이나 미국의 정상적인 기업이 개성공단에 진출할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현재 개성공단에 사무소를 갖고 있는 독일의 공업용 바늘 생산기업이 그로츠 베케르트(Groz-Beckert)도 개성공단에서 생산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입주기업에게 현장 판매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작년 북한의 일방적 통행 차단과 사실상 한국 회사직원의 억류로 인해 개성공단의 유지를 버텨오던 ‘신뢰와 협력’이라는 명분이 사라지면서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 상주 인력 철수를 명령한 것은 이런 점에서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재발방지를 위해 만든 조치사항을 북한이 일방적으로 어길 경우에 사실상 아무런 대책도 없다는 사실이다. 이점은 작년 8월 개성공단 재개합의 시에도 이미 지적된 바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옳을까?


중요한 점은 한국 정부가 더 이상 개성공단의 운영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임금상승률은 한국 기업과 북한 노동자 간에 협의를 통하여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설사 북한 노동자를 대신하여 북한 당국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해도 한국 기업이 임금협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만일 북한이 한국 기업에게 감당할 수 없는 높은 임금상승을 요구하더라도 그것의 수용 여부는 기업이 결정하면 된다. 지금처럼 한국 정부가 북한 당국과 임금상승 혹은 임금억제에 대해 대신 협의를 하는 것은 개성공단 자체를 정치화하는 첩경이다. 그 결과 북한 정권에게는 개성공단이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인질이 되었고, 개성공단입주 업체에게는 한국 정부를 ‘역사의 악명’ 운운하며 비난의 대상으로 만들었으며, 통일부 출신의 개성공단 관계자들을 터널시야를 갖게 만들어 ‘프로젝트-종속화’하고 있다.


나아가 현재 통행·통신·통관이라는 3통 문제의 해결도 한국 정부가 나설 필요가 없다. 북한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 앞으로 개성공단이 한국 기업이나 외국 기업에 흥미를 끌 수 없게 된다면 그것은 북한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 현재까지 북한이 개성공단을 유지하는 것은 오로지 이익이 되기 때문이지, 작년의 재개합의 5개 사항이 아님은 명백하다. 따라서 개성공단의 운영 문제에 한국 정부가 개입하는 것 자체가 문제를 키우는 것이며, 특히 북한 노동자의 임금착취를 방치하고 있다는 책임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II.


그러나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일방적 조치에는 단순히 개성공단 운영의 문제를 넘어선 대비가 필요하다. 현재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인권의 책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를 권유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이 12월 유엔총회에서 통과될 것이 거의 확실한 상황에서 북한 정권이 개성공단의 임금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한국 정부를 북한 노동자의 임금상승을 가로막는 생존권 탄압의 주범으로 만들려는 의도이다. 나아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이 통과되면 김정은은 사태를 키워 대륙간탄도탄(ICBM) 발사와 제4차 핵실험으로 밀고 나갈 소지는 충분히 있다. 북한 정권은 이런 문제에서는 항상 주도권을 만들어 돌파하는 법을 잘 알고 있다.


북핵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의 본질이 선의(善意)에 입각해 있지만,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을 오로지 한국과 주변국 및 북한의 선의를 전제로 세웠으면서도 이들이 선의를 갖지 않으면 안 될 조건을 만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해, 한국 정부는 북핵문제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주도권을 만들지도 잡지도 않고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 임금문제에서 북한인권결의안 문제로 그리고 ICBM과 핵실험으로 주도권을 잡고 한반도에 다시 긴장상황을 불러일으키려고 한다면, 한국 정부는 과거와는 다른 패턴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 핵심은 결코 ICBM 발사와 4차 핵실험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며, 여기에 외교적인 수단만이 아니라 한국과 동맹국의 모든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