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수령 야만적 통제로 인간성 빼앗는 수용소”

“북한은 주민들을 소위 위대한 수령의 광적이고 야만적인 통제 하에 인질로 두고 그들 인간성의 마지막 조각까지 빼앗으면서 하나의 국가 행세를 하는 수용소. 그곳에 대해 그저 침묵한 채 뒤로 물러나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나 자신에게 도덕적으로 용납되지 않았다.”

북한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영어를 고위층 자녀들에게 가르치며 보고 느낀 점을 회고록 형태로 최근 발간된 ‘평양의 영어 선생님'(디오네刊)의 저자 수키 김(Suki Kim)이 한 말이다.

책은 저자가 북한을 처음으로 방문했던 2002년 초와 2011년 7월부터 김정일이 사망한 12월까지 평양과기대 영어교사로 체류하며 겪은 사건과 경험담 등을 담았다.

저자가 처음으로 방북했던 2002년은 소설가이자, 탐사 저널리스트였다. 이 같은 이력을 숨긴 채 평양과기대 교수로 들어가게 된 이유에 대해 “바깥세상이 북한 주민의 고통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해 변화를 낳는 것을 돕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것을 하고 싶었다”며 “결국 이 책은 북한을 인간답게 만들기 위해 썼다”고 밝혔다.

평양 교외 평양과기대 교사 기숙사에 들어간 저자는 그곳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노트와 컴퓨터를 통해 기록했다. 이는 강의실에서 벌어지는 일들, 학생들 및 감시원·담당관들과의 대화, 이따금 주어지는 외부 쇼핑이나 단체여행 때 접한 일들이었다.

저자는 책을 통해 북한 권력층 자녀들의 실상과 가치관들을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평양과기대는 북한의 유일한 사립대학으로 교수는 모두 외국인들이다. 북한 고위층들이 자녀들을 앞다투어 이 학교로 보내는 이유다. 

저자는 “그 곳에서의 시간은 다르게 지나가는 듯했다”면서 “세상으로부터 차단되어 있으면 하루하루가 그 이전의 하루와 똑같다. 그 냉혹한 진공 속에서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270명의 북한 남학생들, 그리고 교사로 위장한 나. 밤낮으로 철저히 감시되는 캠퍼스로 위장된 감옥에 갇힌 우리들에게는 서로들뿐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자유가 억압된 평양과기대에서 저자는 씁쓸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학생들이 학대당하는 아이처럼 침묵 속에서 자유를 포기하고, 자유의 상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상황과 이를 바꾸지 못하는 것에 대한 절망감 때문이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저자는 “자신 마음속의 욕구를 따르거나 원하는 어딘가를 마음대로 가는 개념은 여기에는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특히 그들 체제에서 그렇게 잠깐 머문 뒤 나 자신의 자유마저 상실한 나로서는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학생들이 알도록 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북한에 있는 것은 몹시 우울했다. 봉쇄된 국경은 38도선에만 있지 않았고 도처에, 개개인의 마음에서, 과거를 봉쇄하고 미래를 질식시키고 있었다”면서 “내가 이 소년들을 사랑하면 할수록, 또는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 사이의 장벽은 무너뜨릴 수 없으며 그뿐 아니라 결국 영속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에 납득돼 가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책은 지난해 10월 ‘당신이 없으면 우리도 없다(Without You, There Is No Us)’라는 제목으로 미국에서 출간됐다. 이후 제임스 김 평양과기대 총장은 그가 비밀유지 서약을 어겼다고 비난했지만, 저자는 ‘잠입 저널리즘’이라는 말로 반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