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未知의 나라’ 북한 현대사 한눈에 들여다보기

집권 3년차를 맞은 북한 김정은이 현재 정치·경제적 취약성과 내부 모순, 통치 불안정 등으로 인해 예측 불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가운데 김일성 시대부터 거슬러 내려오는 북한 독재 체제의 특성을 연구해 현재의 김정은 체제 평가와 미래를 예측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오고 있다.


와다 하루끼 일본 토오꾜오대 교수는 최근 30년에 걸쳐 북한사(史)를 연구해 집대성한 책 ‘와다 하루끼의 북한 현대사(창비 刊)’를 펴냈다. 책은 균형 잡힌 역사 인식과 서술을 바탕으로 변화해가는 북한의 현재를 바라봐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쓰였고, 북한 체제가 변화해온 궤적을 정치·군사·경제·문화·외교 영역에서 다각도로 조명했다.


‘北朝鮮現代史’ (이와나미출판사 2012)의 한국어판인 이 책은 일본어판에는 없는 2년여의 ‘김정은 시대’를 정리해 본론으로 담아 눈길을 끈다. 책은 단순한 번역본이 아니라 증보판인 셈이다.


저자는 북한의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이론지 ‘근로자’, 그리고 북한의 공식자료를 분석하는 것을 기본으로 소련 및 동유럽 국가 사회주의 체제와의 비교연구, 내부정보 활용 등을 병행해 ‘이해할 수 없는 나라’로 취급되어온 북한의 실상에 대한 내재적인 이해를 제공한다.


또한 가능한 자료를 총동원해 치밀하고 정교하게 역사적 사실을 구성하고 3대에 걸친 북한의 현대사를 통사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한다. 이때 단순히 개별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종합해 북한의 체제 변화 양상을 입체적으로 인식하게 해준다.


책은 북한의 역사를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탄생, 한국전쟁, 전후 부흥 및 사회주의화 진행기, 유격대국가 성립기, 김정일 등장 이후 유격대국가의 진행기, 김일성 죽음 이전 경제위기와 고립이 가속화된 시기, 김정일의 선군정치 시기, 김정일 죽음 이전까지의 격변기로 나누고 김정은 정권 시기를 덧붙였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북한이라는 나라가 걸어온 곤란한 여정과 사람들의 긴장된 생활방식은 간단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지만 나는 같은 인간으로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결코 적지 않다고 확신한다”면서 책을 쓴 계기를 밝혔다.


그러나 북한의 현재를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저자는 북한이 내부 정보를 완전히 비밀에 부치는 데 성공한 예외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김일성 사후의 체제 변화를 포착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고 토로했다.


다만 그는 북한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사적으로 생각하기”라면서 김일성에서 현재 최고지도자로서의 지위를 갖춘 김정은까지의 정치사를 조망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김정은이 부친인 김정일의 정책을 계승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분석한다.


또한 ‘김정은 시대의 북한’에서 저자는 김정은의 지위가 공고해지면서 김일성과 김정일에 이어 유일영도체제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김정일이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목한 뒤 정치국을 재건하는 등 ‘정규군국가’에서 ‘당국가체제’로 이행했다고 서술했다.


지난해 말 단행된 고모부 장성택 처형에 대해서는 “북한에서 늘 있어왔던 2인자 제거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에서는 지도자의 유일영도체제 확립에 지장을 주거나 지도자의 정책에 이의를 제기할 잠재적 가능성을 가진 제2인자를 제거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한편 책을 옮긴 남기정 서울대 교수는 “북핵문제가 교착 상태에 빠져있는데도 근거 없이 낙관적인 통일론이 대목 상품으로 횡행하려 하는 지금, 이 책이 북한문제와 통일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