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 충성도 낮은 北주민 변화 이끌 ‘공작 사업’ 나서야”

핵무기 개발에 집착하는 북한 김정은 체제에 대한 고강도 대북 제재가 시행되는 가운데, 북한 정권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 교체)’를 염두에 둔 방안으로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계몽시켜 내부로부터의 변화까지 촉진할 수 있도록 ‘대북 공작 사업’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국제사회가 북한 김정은 체제 유지에 필요한 통치자금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데 주력하는 것과 동시에 장기간 북한 정권의 폭압과 세습 독재를 강변해온 ‘수령절대주의’를 내부에서 붕괴시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서 대북 공작 사업은 기본적으로 북한 주민들과 직접 접촉해 외부 정보를 전달하고, 나아가 이들을 북한 내부 변화를 주도할 핵심 세력으로 발굴·육성하는 과정 전반을 일컫는다. 거리상의 문제나 북한의 재밍(jamming·전파 방해) 등으로 인해 전단(삐라) 살포 및 대북라디오 방송이 겪어야 했던 한계들도 대북 공작 사업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1990년대 후반부터 13년간 중국을 거점으로 북한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사진)은 최근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대북 공작이란 북한 체제에 불만을 갖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포섭해 지하 조직을 만들고, 장기적으로 북한 체제를 변혁시키는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민주화운동을 할 때는 우선 탈북민 또는 중국에 잠시 나온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 권력자들의 비리와 모순 등 북한의 실상을 알려주는 데 주력했다”면서 “흔히 북한 주민들이 외부인들보다 북한에 대해 더 잘 알 것이라고들 생각하지만, 숲 한 가운데서는 숲 전체를 모르듯 북한 주민들은 북한 체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실상에 대해 알린 뒤에는 외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시작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일반 이론, 현대사회의 발전 역사 등을 가르쳤다”면서 “이 과정을 거쳐 비로소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심은 이들을 대상으로, 북한 내 민주화운동을 위한 지하조직을 만들어갔다”고 말했다.

김 위원에 따르면, 북한민주화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북한 내 각 지역마다 민주화를 위한 지하 조직을 탄탄히 엮어두고, 북한 사회에 균열이 생기거나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시기에 이들로 하여금 혁명 운동을 주도하게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반(反)체제 운동이기는 하나 발각의 위험을 고려해 북한 시설물을 파괴하거나 봉기(蜂起)부터 일으키는 대신,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장기전(長期戰)을 택한 것.

김 위원은 “북한 내에서 혁명 운동을 전개하다가 발각되면 당사자에 대한 잔혹한 고문과 처형은 물론, 가족들에 대한 처벌까지 자행될 우려가 있었다”면서 “때문에 북한 내 민주화운동가들은 어마어마한 공포감을 이겨내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가 담긴 USB나 CD, 선전물 등을 아무도 모르게 유포시켜야 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의 북한민주화운동은 2012년 3월 김 위원을 포함한 운동가 네 명이 중국 국가안전부에 의해 체포돼 114일간 구금, 이후 영구 추방 되면서 잠정적으로 중단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북한민주화운동의 방법이 여러 경로를 통해 유출됐을 뿐만 아니라, 최근 북중 국경 단속도 강화돼 이전과 같은 형태로만 대북 공작을 복원하는 건 쉽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이 현 시점에서 대북 공작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선 건, 북한 주민들의 의식 수준 등을 고려했을 때 대북 공작을 전개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 당과 지도자에 대해 확연히 낮아진 충성심과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뛰어들고 보는 최근 북한 사회의 풍조가 대북 공작의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북한민주화운동을 전개할 당시 접촉했던 북한 주민들은 외부 정보를 접하고 민주주의 교육 등을 받으면서 대단히 빠른 속도로 의식을 변화시켜갔다”면서 “지금의 북한 주민들은 외부 정보를 접하면서 북한 사회의 모순이라든지 외부 사회의 진실에 대해 훨씬 잘 알고 있다. 이미 의식 변화를 겪고 있는 주민들이 많기 때문에 대북 공작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훨씬 더 많아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설령 북한 체제를 바꿔보겠다는 의지가 없는 고위층 간부나 북한 주민들일지라도 돈에 대한 열망은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지원금을 주면서 대북 공작에 적극 투입시키는 방안도 있다”면서 “과거에 만났던 북한 주민들은 당과 지도자에 충성을 다했던 대신 국가가 잘못됐다는 걸 알고 나면 큰 정의감과 열정으로 북한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이것만으로 북한 주민들을 포섭하긴 어렵기 때문에, 적절히 돈이라든지 다른 조건들로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그는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한 ‘대북 공작’이라는 개념을 최근 북한민주화운동이라는 용어와 함께 공개적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한국 정부에게 (대북 공작 사업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북한의 체제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긴다면, 한국 정부의 정치적 결단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우리나라 GDP의 0.1%에 불과한 1조 원, 아니 그 중에서 3천억 원 정도만이라도 대북 공작 사업에 쓰면 북한 사회 전반에 엄청나게 큰 정치적 파급력이 생길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민주화운동을 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바로 자금 부족이었다. 목숨을 걸고 민주화운동에 뛰어든 이들에게 최소한의 생활비와 활동비도 겨우 지급했을 정도였다”면서 “대북 공작 규모를 확대하면 할수록 북한 당국의 감시도 더욱 삼엄해질 것이고, 결국엔 이 같은 공포감을 이겨내도록 할 만한 투자가 필요하다. 대북정책의 차원에서 북한민주화, 나아가 대북 공작이 필요하다고 제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