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개혁개방 성공 가능성 어느 정도인가?

김정은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는데 가장 우려하는 것은 체제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김정일도 북한경제를 회생시키고 발전시키는 것은 개혁개방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체제붕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전면적인 개혁개방을 추진하진 못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김정은이지만 김정일과 다른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실제로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김정은은 외국유학을 한 30대 젊은 청년이라는 사실이다. 새로운 통치자가 등장하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게 마련이고 특히 김정은은 젊은 나이게 통치권자가 됨으로써 그런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의욕이 클 수 있다. 여기에 어린 시절 스위스에서의 유학생활을 통해 느낀 서방의 발전되고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미쳤을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김정은은 김정일과 다른 통치스타일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은은 외모적으로나 통치스타일 면에서나 아버지 김정일보다는 할아버지 김일성의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부인 리설주를 공식석상에 대동하고 내외 언론에 공개한다든지, 자신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을 공개한다든지, 인권문제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맞대응한다든지 하는 모습은 할아버지, 아버지와는 또 다른 개방적이고 투명한 개혁적 리더의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김정은은 김정일이 공식적으로 통치자로 될 때와 사뭇 다른 환경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김정일이 공식적인 통치자로 등극할 때의 90년대 북한의 대내외 환경은 비상상황이었다. 소련해체와 동구 사회주의권의 붕괴 도미노로 인한 정신적 충격과 대외원조의 축소, 한-러 수교와 한-중 수교로 극도의 고립감 가중, 핵 위기로 인한 전쟁일보 직전의 일촉즉발의 상황, 김일성의 급사와 대규모 아사사태 직면 등은 말 그대로 비상사태였던 것이다. 김정일은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는 수습한 후인 2000년경부터 개혁개방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2000년대의 북한은 여전히 어렵지만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이러한 상황과 사실들은 김정은이 김정일에 비해서 파격적인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본다. 위의 주장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하나의 가설에 불과할 것이지만 김정은이 여러 개혁개방 조치들을 취해 나간다면 위의 가설이 설득력을 높여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앞서 북한의 개혁개방조치들과 그로 인해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현실에 대해서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열거한 것이다.

그렇다면 김정은 정권의 개혁개방 성공 가능성, 연착륙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정은 정권의 개혁개방 성공가능성은 30% 이하라고 본다. 이 말은 실패 가능성이 70%이상이라는 것이다. 실패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보지만 성공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본 연구 프로젝트의 두 번째 연구주제에 북한 급변사태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으므로 실패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구체적으론 다루지 않는다. 다만 핵심적인 몇 가지 이유를 간략히 이야기하자면,

첫째 김정은 정권은 세습정권으로서 정통성이 거의 없다. 개방되면될수록 김씨 왕조의 신화는 깨질 수밖에 없다. 정권유지의 핵심적 기둥에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김정일도 과감한 개혁개방을 추진하길 두려워했던 것이다. 둘째 김정은은 나이와 경험미숙으로 개혁개방 과정에서 야기될 숱한 정치적 난관을 돌파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셋째 엄청난 격차로 발전한 남한의 존재가 구체적으로 다가가면 갈수록 정치적 위기가 커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치명적인 약점이어서 극복하기 쉽지 않은 것이며 개혁개방 과정에서 정권이 붕괴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고 보는 이유는 첫째 북한의 수령절대주의체제는 감시와 통제 시스템이 매우 정교하게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특히 김정일에 의해서 더욱 체계화되어 고급 간부일수록 감시가 정밀하고 군 장교와 장성에 대한 이중 삼중의 감시와 통제 그리고 분할통치로 쿠데타 시도 자체가 매우 어렵게 되어 있다.

둘째 반체제 세력이 거의 없거나 있어도 조직화되기 매우 어려운 상태에 있다. 필자의 오랜 중국에서의 활동경험에 의하면 북한 내에서는 조직적인 반체제세력의 존재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반체제 인사는 그냥 개별적 존재로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감시와 통제시스템이 강해도 반체제 운동의 경험과 전통이 있었거나 반체제 세력의 운신의 폭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상황에 따라선 빠르게 반체제세력이 커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체제운동의 경험도 세력도 거의 없어 세력 확장이 쉽지 않아 보인다.

셋째 적정수준의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적 성과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 지지기반이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 물론 개혁개방을 하게 되면 앞서 지적한 대로 체제위협 요소가 빠르게 커지게 된다. 그러나 빠른 경제성장은 정권의 치적이 되고 개혁개방으로 인해 이득을 보는 세력들의 지지도 커지게 될 것이다.

넷째 점진적인 정보유입이 점차 내성을 가져다주는 측면도 있다. 정보의 유입도 양 측면이 동시에 작용한다. 초기에는 신기하고 놀랍고 신선한 충격이던 것들이 점차 익숙해지면 단점에 대해서도 보게 된다. 중국의 주민들이 서방소식을 접하면서 갖게 되는 내성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다섯째 김일성 일가가 아니고선 위기의 북한체제를 끌고 나갈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지배층의 현실인식이나 운명공동체 의식이 적잖다는 것이다. 북한의 지배엘리트들은 북한이 수많은 모순과 어려움에 직면해 있고 체제가 무너지면 남한에 흡수될 것이란 공포가 크다. 이러한 공포는 세습체제와 운명공동체 의식을 만들고 강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놓고 본다면, 3대 세습정권인 김정은 정권이 개혁개방에 실패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지만, 그렇다고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단정지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