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통일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염돈재의 독일통일 이야기] 굳건한 안보태세 바탕으로 대북관계 기본적 원칙 고수해야

'염돈재의 독일통일 이야기'는 1990년부터 3년 동안 독일 통일을 직접 목도(目睹)한 염 교수의 소중한 경험과 이를 통해 얻은 교훈 등으로 채워집니다. 2011년 염 교수가 집필한 '올바른 통일준비를 위한 독일통일의 과정과 교훈' 단행본 내용을 바탕으로 게재합니다. 총 50여회 계획으로 연재 중이며, 남북 분단에서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해봅니다.

독일의 경험에 비추어서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굳건한 안보태세의 유지가 필요하다. 서독이 1970년대 이후 소련 및 동독과 화해·협력과 적극적인 교류를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체제를 중심으로 확고한 안보·외교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 그 배경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오랫동안 적대관계를 지속해 온 남북한은 굳건한 안보태세의 유지와 힘의 우위 정책만으로는 통일을 이루기 어렵다. 북한의 철저한 주민통제와 정보차단으로 대부분의 북한주민이 외부정세에 어둡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 남북한 주민 간의 적대감을 해소하고 민족의 이질화를 방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는 통일을 위해서는 물론, 통일 후 원만한 체제통합을 위해서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굳건한 안보태세의 유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는 굳건한 안보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북한이 핵보유를 무기로 위협과 도발을 일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규전과 비정규전 능력의 동시 구비, 한미동맹과 연합작전 능력의 강화 등 다양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특히 북한은 우리 사회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대북 유화정책을 이끌어 내기 위해 천안함 폭침과 같은 은밀한 기습 공격, 요인 및 주요시설에 대한 테러, 사이버 공격, 특수공작원의 침투 등 다양한 교란작전을 일삼을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평소 굳건한 한미동맹 체제를 유지하는 한편,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단호하게 응징하는 관행을 정립해 나갈 필요가 있다. 북한 공산정권이 힘의 열세를 자각할 때 진정으로 평화공존과 대화에 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북관계에서 기본적 원칙의 고수  

독일의 경우 친서방 노선의 견지, 기본법의 영토조항 및 국적조항 유지, 동독에 대한 국가인정 거부, 대가없는 지원불가 방침 등 기본원칙들을 일관성 있게 고수함으로써 소련과 동독이 잘못된 기대를 갖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도록 유도할 수 있었다.  

우리의 경우 그동안 대북관계에서 북방한계선(NLL) 문제에 대한 입장변화 시사, 북한의 요구에 따른 군사훈련의 축소, 국내정치 목적을 위한 대북지원, 친북세력에 대한 원칙 없는 관용 등으로 대북정책이 일관성을 상실함으로써 북한이 잘못된 기대를 갖거나 무리한 요구를 반복하도록 빌미를 준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원칙 없는 유화정책을 반복하기 보다는 한미동맹, 북한인권, 경제교류, 인도적 지원 및 북한의 도발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확고한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북한의 잘못된 형태를 바로 잡고, 국민들의 대북인식을 오도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대북지원은 면밀한 전략적 고려 하에서 추진  

서독은 동독에 대한 경제지원시 반드시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함으로써 동독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고 대동독 지원이 동독체제 강화에 이용될 위험성을 최소화하였다.  

우리의 경우,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북한주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북한주민을 인질로 삼고 있는 북한정권과 일정수준에서 대화하고 교류하고 협력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간 대북지원 시 북한 공산정권의 강화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인 지원을 한 경우도 있었고, 우리의 선도적인 호의와 지원이 북한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환상을 가졌던 경우도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의 호의와 지원이 북한의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잘못된 기대를 가져서도 안 되고, 우리가 북한에 트로이의 목마를 밀어 넣거나 북한이 스스로 무덤을 파도록 꾀어낼 수 있다는 환상을 가져서도 안 된다  

지난 10년 간 햇볕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얻은 교훈은 속아서도 안 되고 속이려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제 서로가 상대방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반도의 평화와 분단의 고통 완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북지원 시에는 순수한 인도적 지원을 제외하고는 북한 공산정권과 군사력 강화에 이용되지 않을지 여부, 대북지원이 가져올 효과와 지원규모의 적정성 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브란트의 동방정책 설계자인 에곤 바가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할 경우 북한의 요청이 있을 때, 반드시 대가를 받고, 북한주민이 한국 측 지원 사실을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지원한다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대북지원은 북한 공산정권의 강화에 이용될 뿐이라고 지적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북한주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인도적 지원의 지속  

남북관계가 경색되거나 북한의 군비증강 노력이 강화될 경우 가장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것은 북한주민들이다. 따라서 남북관계의 변화와는 별개로 북한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은 지속할 필요가 있다  

이는 북한주민의 삶의 질개선이 주요 정책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 외에도 민족의 이질화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과의 대화와 교류협력의 지속

브란트 이후 서독정부의 신동방정책은 동독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민족의 이질화를 방지하는 데는 크게 기여했으나 통일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독일통일은 협상과 교류·협력으로 동독 공산정권이 변해서 가능해진 것이 아니라 동독 주민의 시위로 동독 공산정권이 무너짐으로써 가능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있어 김정일 정권과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통일이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 명백해 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위한 노력은 꾸준히 지속할 필요가 있다. 남북 간의 긴장완화, 북한의 호전성 억제, 이산가족의 고통 경감, 북한주민의 삶의 질 개선은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북한과의 관계에서 원칙적인 문제가 아닌 경우 북한의 입장도 배려해 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변화나 개혁개방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자주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1992년 서독의 에곤 바가 접근을 통한 변화를 표방했을 때 동독정부가 이를 혹독히 비난, 에곤 바는 그 후 공석에서는 이 말을 절대 쓰지 않았다고 술회했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과거 고르바초프가 미국의 제도에 대해 이해가 부족했듯이 북한 지도부도 서방 세계 및 한국 사정에 대해 무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한 북한과의 접촉을 꾸준히 지속할 필요가 있다.  

통일후유증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  

독일통일 초기 통일후유증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으나 20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통일후유증은 극복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독일통일 후유증이 아직도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고 통일후유증은 조급한 통일, 흡수통일은 안 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이용되고 있다. 또 일부 인사들은 준비를 잘 하면 통일후유증을 상당부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 주고 있다.  

통일후유증은 통일과정에서 일정부분 반드시 겪어야 할 통과의례의 성격을 갖는다. 독일의 경우 미리 준비하여 피할 수 있었던 후유증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흔히 경제적 후유증을 우려하지만 북한경제를 회생시킨 후 통일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부패한 북한 사회주의 독재체제 하에서 통일에 도움이 될 만한 수준의 경제발전을 이룬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보다는 우리의 경제기반을 더욱 강화하고 재정의 건전성과 탄력성을 높여 나가는 일이 훨씬 더 현실적 방책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독일에 비해 유리한 여건도 갖고 있다. OECD 국가 가운데 3번째로 재정상태가 양호하며 통일 당시 독일보다는 투자유치 여건도 유리하고 마스트리히트 조약같은 우리의 경제정책을 규제하는 제약도 적다. 우리 국민의 근면성과 뛰어난 건설기술 능력을 활용하면 독일보다 훨씬 짧은 기간 내에 북한경제 재건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도 될 것 같다.  

주변국과의 우호협력 관계의 유지  

독일은 통일을 할 경우 반드시 2차 대전 전승 4대국의 동의를 받아야 했으나 우리는 이러한 제약이 없어 남북한이 합의할 경우 한반도 주변국들의 동의 없이도 통일을 이룰 수 있는 여건이다  

그러나 통일을 위해서는 외부의 불필요한 개입이나 방해가 없어야 하고, 주변국들이 우리의 통일노력을 지원할 경우 통일과정이 훨씬 용이해 질 수 있으며, 주변국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을 경우 통일비용 조달 및 투자유치에 지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평소 주변국과 긴밀한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국과의 관계에서는 흔히 한미동맹과 대중국 우호관계가 충돌할 경우 겪어야 할 문제점들이 가장 어려운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중 관계와 관련된 문제는 사안별로 유연성 있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나, 독일의 경험에 비추어 우선 한미관계를 바탕으로 중국과의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은 주변국 가운데 우리와 갈등요인이 가장 적다는 점과, 핵심우방의 신뢰를 잃을 경우 다른 나라들로부터도 신뢰 받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동북아 다자간 안보체제를 활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독일통일 과정에서 2+4 회담은 통일의 조장자가 아닌 형식적 추인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과 서독은 소련의 평화회의 제안 가능성을 봉쇄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2+4 회담을 제안하면서 2+4 회담이 통일의 지연자역할을 할 가능성을 매우 우려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 다자간 안보체제의 경우, 북한 핵문제 처리과정에서 보여진 바와 같이 자칫하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못하면서 주변국들이 한반도 통일에 공식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빌미를 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6자회담 체제를 다자안보체제로 구조화하기 보다는 현재와 같은 느슨한 형태의 대화기구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갑작스러운 통일기회 도래에 대비한 준비태세의 완비  

독일의 경우 통일의 기회는 갑자기 찾아 왔고 서독정부는 잠깐 열린 통일의 창을 이용하여 통일을 이루었다. 역사의 진전과정에는 의외성이 많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독일의 경우 서독정부가 통일대비 계획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으나 헬무트 콜 총리의 단호한 의지와 우수한 공무원들의 효과적인 뒷받침으로 통일작업을 무리 없이 추진해 나갈 수 있었다.  

우리의 경우, 조급한 통일이 불가피한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은 독일에 비해 크지 않으나 북한내부의 급변사태 발생 등 갑작스러운 환경변화에 대처할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아울러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무리 없이 통일비용을 감당할 수 있도록 국가경제와 재정기반을 튼튼히 하는 한편 통일에 대비해 별도의 재원을 지속적으로 축적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 통일세문제도 본격적으로 공론화 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통일에 대비한 조세부과는 통일비용을 축적한다는 의미를 넘어 통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고통분담의 자세를 일상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을 위해서는 고통분담의 자세가 중요  

통일에는 일정수준의 고통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통일비용 부담과 통일후유증은 통일과정에서 반드시 겪어야 할 통과의례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따라서 막연히 통일후유증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통일이라는 역사적 작업에는 반드시 후유증과 어려움이 수반된다는 점을 이해하고, 민족의 장래와 미래의 번영을 위해 온 국민이 함께 희생하고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데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 놓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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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돈재

-(現) 성균관대학교 국가전략대학원 초빙교수
-(前) 성균관대학교 국가전략대학원장
국가정보원 제1차장
주 독일대사관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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