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청산과 공산간부 처리는 어떻게 했는가?

통일독일의 과거청산 작업은 ①동독정권시 반법치적 불법 행위자에 대한 처벌, ②동독 공산정권의 박해를 받았던 피해자에 대한 복권 및 보상, ③의회차원에서의 진상조사 등 세 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졌다. 특히 동독 정권시 불법 행위자에 대한 처벌은 보복적 성격 없이 자유민주적 법치국가의 기본원칙과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다.


반법치적, 정권적 범죄의 처벌


자유민주적 법치국가의 형법체계는 주로 개인의 법질서 위반행위를 규율하도록 구성되어 있어 정권적 범죄를 처벌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으며, 통일조약에는 원칙적으로 행위 당시 동독법 규정에 따라 불법행위를 처벌토록 되어 있어 과거청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랐다. 따라서 동독 공산정권 당시 반 법치국가적, 정권적 범죄에 대한 처벌은 주로 국경탈출자에 대해 총격을 가하도록 결정한 정치국원들과 국경에서 직접 총격을 가한 일선병사들에 대해 이루어졌다.


이에 앞서 통일독일 연방대법원은 동독 정치국원들이 반 법치국가적 결정을 한 행위와 국경경비 병사들이 동독 국경법 제27조 제2항에 근거하여 살해의도를 가지고 불법월경 기도자를 저격한 행위는 자연법적 질서에 위반되므로 정당화될 수 없으며, 동독 공산치하 40년간은 공소시효가 정지되었다고 해석함으로써 정권적 범죄도 처벌이 가능해졌다.


베를린 제2지방검찰청 통계에 의하면 동독 정권적 범죄행위와 관련하여 1996년 9월 30일 현재 총 19,972건의 고발이 접수되었다. 그 중 기소된 것은 367건(2.5%)에 불과하며 이들 중 경제 관련 범죄가 166건, 동독 법조인의 법률왜곡 행위가 94건, 국경 살상 사건이 80건이다. 구동독 정권 고위층에 대한 재판은 1992년 11월 12일 호네커 전 서기장 겸 국가평의회 의장에 대한 재판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호네커의 경우 15회의 공판이 있은 후 간암으로 재판 종료 시까지 생존할 수 없다는 진단에 따라 1993년 1월 13일 석방되었고 그 해 4월에 완전 종결되었다. 5명의 국방위원도 함께 기소됐으나 국가보안부 장관 밀케를 제외한 4명은 병보석으로 풀려났고 밀케는 계속 수감되었다가 87세의 고령이고 형량의 2/3을 채웠다는 이유로 1995년 8월 석방되었다.


국경 탈출자에 대한 발포명령을 내린 고위 장성 9명에 대해서는 3년 내지 6년의 중형이 선고되었으나 36명의 병사들은 집행유예로 석방되었다. 그 외에 동독 내에서 서독에 대한 첩보활동에 가담한 슈타지 요원들은 기소하지 않도록 판시된 반면, 서독 내에서 행한 간첩행위는 사건별로 심사하여 처벌을 받도록 했다.


정치적 피박해자에 대한 복권 및 보상


동독치하에서 박해나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명예회복, 법적 구제 및 보상은 피해자들에게 직접 혜택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과거청산 작업 중 가장 중요한 부분에 속한다. 1992년 6월 17일 연방의회는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로서 공산주의 폭정으로 희생당한 사람과 그 가족들의 고난과 희생이 고귀하며 독일통일에도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경의와 감사를 표시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복권 및 보상은 1992년 11월 발효된 「제1차 사회주의통일당(SED) 불법청산에 관한 법률」(일명, “형사복권법”)에 따라 이루어졌다. 복권 및 보상은 형사법적 복권, 직업적 복권, 행정법적 복권 등 3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졌으며, 구체적인 보상은 연방원호법, 재산법, 직업적 복권법 등의 규정에 따라 이루어졌다.


형사법적 복권은 법치국가적 기본원칙에 위반되는 법률이나 판결에 의해 처벌된 경우 판결을 취소하고 전과기록을 말소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부당한 자유박탈에 대해서는 박탈기간 동안 매월 300마르크, 부당한 구속에 대해서는 구속기간 동안 매월 550마르크의 보상이 지급되며 압수된 재산은 반환되었다.


직업적 복권은 정치적 이유로 구금, 해고, 진학 및 승진 제한, 퇴학, 영업허가증 박탈, 강제적 계약변동 등의 불이익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구제절차로서 「제2차 SED 불법청산을 위한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 구제방법으로는 연금, 직업훈련비 및 보상금 지급 등이 있으며, 핍박으로 직업 활동을 할 수 없거나 소득상의 불이익을 받은 경우 연금산정시 핍박기간을 연금납입 기간에 포함시켰다.


행정법적 복권은 면허취소, 강제이주, 재산몰수, 개인소장 예술품 압수 등 부당한 행정처분을 취소하여 원상회복 시키고 손해에 대해서는 보상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의회의 진상조사


의회의 조사활동은 징벌이나 보상이 아닌 역사적 사실의 규명과 미래의 역사발전에 목적을 둔 것으로 2차에 걸쳐 이루어졌다. 제12대 연방의회는 1992년 3월 동독공산당의 역사와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제1차 “연방의회 과거청산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동독의 권력구조, 의사결정 과정과 책임문제, 이데올로기의 기능과 의미, 동서독 관계, 동독의 평화혁명과 통일, 독재체제의 영향 등 6개 주제에 대해 2년간 조사를 벌인 후 1994년 6월 15,000쪽에 달하는 보고서와 306쪽의 요약문을 연방의회에 제출했다.


제13대 연방의회에서도 1995년 6월 제2차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교육·연구·문화에서의 동독 사회주의통일당(SED)의 영향, 동독의 제반정책에 대한 평가 및 동서독 간의 접촉과 교류에 대해 조사했다. 이렇게 볼 때 통일독일의 과거청산 작업은 큰 갈등 없이 합법적,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