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당국, 휴대전화 검열 강화해도 주민 의식 변화 못 막아”

▲넷 크레친 오픈 테크놀로지 펀드 사무차장이 20일 국민통일방송과 데일리NK가 주최한 ‘국경의 연결 : 쿠바와 미얀마의 경험을 통해 본 북한 정보자유화’ 제하의 국제회의 화상발표에 나서 북한 휴대전화 보급의 영향을 이야기하고 있다. /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감시 기능이 내재된 휴대전화를 보급해 새로운 방식의 정보 통제를 시도하고 있지만, 당국의 의도와 달리 휴대전화가 주민들 간의 수평적 소통을 가능케 해 정보 확산에 기여할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북한 내에서 사용되는 휴대전화는 인터넷 연결이 제한되어 있고 통신 내용마저 검열 받고 있지만, 휴대전화를 통해 통신에 대한 흥미를 가진 주민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정보 공유에 대한 열망 또한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넷 크레친 오픈 테크놀로지 펀드 사무차장은 20일 (사)국민통일방송과 데일리NK가 ‘국경의 연결 : 쿠바와 미얀마의 경험을 통해 본 북한 정보자유화’란 주제로 개최한 국제회의에서 화상발표를 통해 “북한 당국이 검열과 감시 기능이 내재된 휴대전화와 인트라넷을 보급하며 정보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통신 수단의 보급 자체가 갖는 잠재력에 따라 주민들 간의 소통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레친 사무차장은 “북한 당국은 인력을 통한 주민 감시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차원에서의 검열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휴대전화에 검열 체계인 ‘signature system’을 넣어 주민들이 당국의 허가가 없는 파일을 공유하거나 외부 정보에 접촉하는 것을 검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 당국이 2008년을 기점으로 휴대전화를 보급했던 것은 결코 순진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휴대전화 보급으로 주민들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고자 했던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북한에서의 휴대전화는 아직 노동신문을 읽는 정도에 국한해 사용되고 있다. 사실상 휴대전화가 ‘비(非)네트워크’ 차원에서 이용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북한 당국의 검열에도 불구 주민들 간의 소통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크레친 사무차장은 예상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이 당국으로부터 얻는 게 얼마나 미미한지, 주민들의 경제활동이 대부분 국가의 영역 밖에서 이뤄진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주민들이 경제활동 과정에서 입에서 입으로 외부 정보를 전달하는 것까지 당국이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에서 휴대전화가 경제력만 갖추면 보유할 수 있는 수단으로 발전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휴대전화 기능에 한계는 있지만, 주민들이 휴대전화를 갖고 여러 실험을 하면서 (의식의 변화 등) 뭔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문자를 보내고, 영상을 찍어 주고받는 식의 행위가 주민들로 하여금 통신의 기회를 넓혀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 당국의 검열을 넘어) 휴대전화 기술 발전이 더욱 촉진된다면 주민들 간의 지역적 거리감을 해소해 더욱 이음새 있는 통신을 가능케 할 것”이라면서 “그렇게 정보를 확산시키는 과정에서 북한 내에 시민사회 초기 모습과 같은 집단이 형성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정보 자유화를 위해 보다 더 창조적인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북한의 정보 통제 방향을 예측해보면서, 그에 맞는 정보 유입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정보 접근 확대 방안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보다 더 열린 마음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대표가 북한 정보 자유화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사진=데일리NK

한편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대표는 “북한인권 문제와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제재와 압박도 해보고, 대화도 해봤지만 현 시점에서 볼 때 큰 성과가 없었지 않았느냐”면서 “이제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가장 중요한 건 그 사회(북한)에 살고 있는 사람 자체를 바꾸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바꾸는 게 북한 체제를 변화시키는 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인권과 핵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인권과 민주주의, 개혁개방, 평화통일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때”라고 말했다.

이정훈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도 축사에서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이 당국으로부터 무엇을 박탈당하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고, 자신들의 삶을 외부 세계와 비교할 권리가 있다”면서 “유엔과 각국 정부, 의식 있는 개인들이 주민들의 의식 변화를 위해 용기 있게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