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억류 웜비어, 뇌 조직 광범위하게 손상…식중독 아냐”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석방돼 귀국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 씨가 식중독인 ‘보톨리누스 중독증’에 걸렸다는 북한 측 주장을 미 의료진이 전면 부인했다.

웜비어가 입원한 미 신시네티 주립대 병원 의료진은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웜비어가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렸다는 아무런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웜비어의 뇌 조직이 광범위하게 손상됐으며, 뇌 부상의 원인은 아직 모른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웜비어가 혼수상태로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웜비어는 지난 13일 밤 삭발을 하고 코에 호스를 꽂은 채 들것에 실려 귀국했다. 웜비어는 지난해 1월 평양 여행 중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체제전복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당시 북한 측에서 마련한 기자회견에 등장했던 웜비어는 노동교화형 선고에 절망하는 모습이었으나, 건강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기도 했다. 미 언론들은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웜비어가 선고 직후인 작년 3월 혼수상태가 됐으나, 북한이 1년 넘게 그의 상태를 숨겨 왔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현재까지도 웜비어가 재판 후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린 뒤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북한) 중앙재판소의 13일부 판정에 따라 노동교화 중에 있던 미국공민 왐비어 오토 프레데리크를 13일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는 14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왕따(pariah) 정권에서 아들은 18개월간 테러를 당했고 짐승취급을 받았다”면서 분노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억류한 미국인을 대상으로 정신적 학대를 넘어 신체적 고문을 가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에서, 웜비어의 혼수상태가 북한이 의도치 않은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북한은 외부로부터 인권유린 국가라는 비난을 받는 데 민감한 데다, 억류 미국인을 대미 협상 카드로 삼으려는 의도로 신체적 고문은 되도록 삼가 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앞서 2009년 북한에 억류됐다가 43일 만에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 로버트 박은 북한에서 끔찍한 고문을 당해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했다고 밝히는 등 신체적 폭력을 당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1996년 억류됐던 미국인 에반 헌지커도 석방 한 달도 안 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편 웜비어가 혼수상태로 송환되면서 미국 내에서도 북한 여행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부각되는 등 여론이 들끓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왜 미국은 북한여행을 금지하지 않는가”라면서 “워싱턴과 평양 간 긴장이 이어지면서 북한여행의 위험도 증폭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서방국가에서 북한을 찾는 여행객은 연간 5천 명 수준으로, 이 중 1천 명이 미국인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북한 당국의 감시 속에 길게는 2주간 북한을 여행할 수 있는데, 사소한 경범죄만으로도 북한에 억류될 위험이 크다.

실제 1996년 이래 북한에 구금된 미국인은 총 16명으로, 최근까지 웜비어를 포함해 4명이 북한에 억류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