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예상보다 일찍 도발 감행…상대가 원하는 시간에 안 싸워”

3일 북한의 기습적인 핵실험 감행은 국제사회와의 대결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도발로 보여진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김정은이 핵무기연구소를 방문해 수소탄 개발 상황을 확인했다는 북한 매체들의 보도 등으로 인해 오는 9일 당 창건일에 맞춰 도발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북한은 정오 쯤 핵실험을 감행하고 3시간 후에 중대보도 형식을 통해 “대륙간탄도로켓(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완전 성공했다”고 밝혔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원장은 데일리NK에 북한의 도발 시점에 대해 “예상했던 9일보다 일찍 발사한 것은 (현 상황에서) 어느 한 가지 요인이라고 볼 수 없다”며 “최근 한국 국방장관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 논의되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언론에선 이를 다룬 영향도 있을 것이고, 한국과 러시아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어 협상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유엔 안보리 제재 의장성명이 나오면 핵실험을 해왔으며 이번 핵실험도 제재에 반발한 것”이라면서도 “북한은 상대방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싸우지 않는다. 예상치 못할 때 상대방의 허를 찌를 수 있다는 점을 재차 보여줬다”고 말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원구원장도 “북한은 모든 준비가 끝난 상황에서 김정은이 지시만 하면 되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날에 핵실험을 강행, 효과를 극대화 시키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북한이 이날 오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에 탑재할 수소탄을 개발했다고 주장한 데 이어 핵실험 도발에까지 나서면서 한반도 위기는 전혀 다른 차원의 단계로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17일 새 정부 출범 100일 기자회견에서 ‘레드라인’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하고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게 되는 것”이라고 규정했지만, 북한은 이를 보란듯이 무시하며 ICBM 장착용 수소탄 실험을 감행했다. 국제사회는 아직까지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현재 속도로 봤을 때 머지않아 완성 단계가 접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 원장은 “과거 5차례의 핵실험 진도는 4.0, 5.0 정도였으나 이번에는 5.7이었다. 전보다 강도가 세졌다는 것은 북한의 핵이 더욱 더 고도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도 “하지만 수소탄의 경우 1000킬로톤(kt), 진도 7.0정도 되어야 한다. 진도 5.7이라면 40~50킬로톤(kt)이 된다. 이번 핵실험이 수소탄이라고 보기엔 다소 강도가 약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한 강력한 저항 때문이라도 앞으로 (핵미사일 기술을) 더욱 고도화 시킬 것”이라면서 “제7차 당대회에서 핵무력 건설을 당의 정책노선으로 정했고, 핵은 선대수령의 유훈이기 때문에 핵을 포기하면 김정은은 혁명의 배신자가 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북한 정권이 핵미사일 개발 의지를 꺾을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는 상황에서 우리의 대북 접근도 달려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전 원장은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감행한 이후 문제를 해결하는 기존의 방식은 근본적 해결이 아니기 때문에 악순환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면서 “현실적으로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은 어렵기 때문에 대화국면으로 진입해 도발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