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탄도미사일 발사해 북태평양에 낙하…괌 타격 능력 과시?

북한이 29일 중거리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일본 상공을 넘어 북태평양에 떨어뜨리는 도발을 감행했다. 일본 영토에 떨어진 미사일 낙하물은 일단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북한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일본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은 오늘 오전 5시 57분경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불상 탄도미사일 1발을 동쪽 방향 일본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 해상으로 발사했다”면서 “비행거리는 약 2700여km, 최대고도는 약 550여km로 판단했으며 추가 정보에 대해서는 한미가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사거리가 1000∼3000km에 달하는 미사일은 우리 군 기준으로 중거리탄도미사일(MRBM)로 분류되지만, 비행거리가 2700km에 달한다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급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본 NHK 방송은 북한 미사일이 공중에서 3조각으로 분리됐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자위대가 북한 탄도미사일을 공중 파괴한 건 아니라고 밝힌 상태다. 또한 일본 정부는 북한 미사일이 홋카이도 동쪽 태평양에 떨어졌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낙하 지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총리는 “폭거”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전례 없이 심각하고 중대한 위협으로,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현저하게 손상시켰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개최를 유엔에 요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국제사회와 연대해 북한에 대해 압력을 더욱 강화하도록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공고한 미일동맹을 토대로 어떤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도록 긴장감을 갖고 국민의 안전, 안심 확보를 위해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사거리를 과시함으로써 미군 기지가 위치한 괌을 공격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북한은 지난 9일 미군기지가 있는 괌에 대한 ‘포위사격’ 검토를 공언하면서 IRBM인 ‘화성-12형’ 여러 발을 괌 주변 해역에 떨어뜨릴 수 있다고 위협한 바 있다.

특히 북한은 지금까지 IRBM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의 경우 발사각을 최대한 끌어올린 고각발사로 쐈지만, 이번에는 비행거리와 최고고도 등으로 미뤄볼 때 30∼45도의 정상 각도로 발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이 처음으로 IRBM급 탄도미사일을 정상 각도로 발사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시험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밖에도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를 비롯해 국제사회의 압박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이번 발사를 강행했을 것이란 풀이도 가능하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핵·미사일 개발을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란 것이다.

또한 지난 21일부터 진행 중인 한미 연합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대한 무력시위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 26일 강원도 깃대령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국제사회의 잇단 경고와 대화 촉구에도 불구, 또 한 번 대형 도발을 감행하면서 향후 한반도 긴장 수위가 다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는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연이은 전략 도발에 대해 신규 제재 결의 2371호를 채택해 국제사회의 엄중한 메시지를 발신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또 다시 도발을 한데 대해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북한 정권은 비핵화만이 자신의 안보와 경제발전을 보장하는 진정한 길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무모한 도발 대신 조속히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지속한다면 우리는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면서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국민의 생명과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도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오전 7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긴급 소집했다. 합참은 “우리 군은 북한군의 추가 도발에 대비하여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관련 동향을 추적하며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