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탄도미사일 발사, 핵·미사일 집착하는 무모함 드러내”

문재인 대통령은 4일 북한이 이날 오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것과 관련,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북한 정권의 무모함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정부는 무책임한 도발을 거듭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낮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런 도발은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며, 우리와 미국·중국 등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라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특히 “지난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도발을 줄이고 불안정을 야기하는 군사적 행동을 자제하고 국제적 의무와 규약들을 준수하는 전략적 선택을 촉구한 지 불과 며칠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북한이 이런 도발 감행한 데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공고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미연합 방위태세를 굳건히 유지하는 가운데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면서 “나아가 제재와 대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안전한 북핵 폐기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는 안보리 결의를 채택한 바 있다”면서 “국제사회의 단합된 의지를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은 오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만 가중할 뿐임을 절실히 깨닫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북한이 지금이라도 핵과 미사일 개발이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망상에서 벗어나 비핵화를 위한 결단을 내릴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북한의 핵·미사일은 우리와 우방들의 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생존의 문제로,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북한의 이런 위협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한미 당국의 초기 판단으로는 이번 도발을 중장거리 미사일로 추정하고 있으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정밀 분석 중”이라면서 “ICBM급일 경우 이에 맞춰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현재 군 당국은 북한이 이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가 930여km이며, 최고 고도는 2300km 이상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올해 들어 2번째로 먼 거리를 비행한 것으로, 올해 발사한 미사일 중 가장 멀리 비행한 발사체는 지난 3월 6일 발사한 스커드-ER이었다.

이에 따라 이날 발사한 탄도미사일도 비행거리로만 보면 스커드-ER과 유사한 기종일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다만 군 당국은 아직 이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기종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힌 상태다. 북한이 신형 미사일 혹은 ICBM의 1~2단이나 2~3단 추진체를 시험 발사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정상각도로 이번 미사일을 발사했다면 6000km 이상 비행이 가능한데, 이 정도면 미 본토를 겨냥한 ICBM급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어지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제재와 대화를 양립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에 노골적으로 반발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지 사흘 만에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건 한미 대북공조를 겨냥한 무력시위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북한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 중앙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 상전에게 먼저 찾아가 위대한 한미동맹이 자신의 뿌리이고 그것이 있어 오늘이 있다느니 뭐니 하며 온갖 추태를 다 부리다 못해 미국의 승인이 없이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겠다느니 대화를 해도 미국의 승인 하에서 하겠다느니 하고 떠들어 되었으니 실로 개탄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결과를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이밖에도 북한으로선 미국과의 협상에서 주도권 확보하기 위해 ICBM 개발까지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이뤄지는 일련의 미사일 발사가 단순 무력시위 성격만이 아닌, 미사일 수준의 단계적 진화를 시험하기 위한 정기적 실험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일련의 종합적인 프로그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면서 “ICBM으로 진화하는 단계에 있는 미사일 기술 능력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관측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은 자신들의 의도대로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ICBM 발사나 상시 준비태세인 핵실험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이날 오후 3시30분(평양시간 오후 3시) 특별중대보도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날 오전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관련, 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