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실험은 ‘상수’…인민군 합동훈련 ‘저강도’ 평가 부적절”

북한이 창군 85주년이었던 25일 별다른 대형 도발 없이 군종 합동타격시위를 진행한 데 그쳤지만, 6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는 여전히 ‘상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반도 긴장 국면이 어느 정도 해소돼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수위가 느슨해질 때를 기다렸다가 갑작스런 전략 도발을 강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북한은 중국이 ‘6차 핵실험 시 원유 공급 중단’과 같은 초강경 대북 제재를 시사하고 나서자 잠시 숨고르기에 나선 모습이다. 중국은 지난 6, 7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대북 압박 조치와 관련해 미국과 지속 접촉해오고 있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 측에서 대북 압박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해온 데 이어 최근엔 상당 부분 신뢰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면서, 대북 압박 카드를 두고 미중 사이의 ‘딜’이 성사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 바 있다.

이에 따라 ‘디데이’로 거론됐던 김일성 생일(4·15)과 창군 85주년(4·25)에도 별다른 도발 카드를 꺼내들진 않은 모양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제사회가 북한 도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시기가 지날 때쯤 6차 핵실험을 강행해 무력 과시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26일 데일리NK에 “중국이 북한 6차 핵실험시 원유 공급 벨브를 잠근다든지 하는 전방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으니 김정은으로서도 그런 상황은 일단 모면해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핵개발 완성도를 높이는 일을 포기하느냐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지금은 숨고르기를 할지라도 도발 기회는 계속 엿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한미 연합훈련도 4월 말이면 끝나고, 미국과 중국 간의 대북 공조도 언제까지, 얼마만큼 이뤄질지 알 수 없다. 북한 입장에선 5월 9일 대선도 주목할 만한 일정”이라면서 “북한으로선 앞으로도 도발 카드를 꺼내 들 만한 판이 여러 차례 있다. (6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 가능성은 언제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군 간부 출신 고위 탈북민도 “중국이 원유 공급을 중단하면 북한은 3개월도 버티기 힘들 것이다. 그만큼 중국이 북한에 상당히 경고가 될 만한 제재 카드를 들고 있으니, 북한도 당분간 도발을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면서도 “근래 중국이 북한 측에 당분간만이라도 도발을 자제하라고 우회적으로 당부한 게 아닌가 싶다. 다만 중국의 압박 구도가 언제까지 갈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탈북민은 “북한이 6차 핵실험 대신 군종 합동타격시위를 선택했다고 풀이하는 건 잘못된 해석이다. 북한에선 창군 기념일마다 군에서 대형 훈련이나 관련 행사를 해왔고, 유독 올해 선전 매체를 통해 크게 부각한 것”이라면서 “북한에게 6차 핵실험은 최고지도자(김정은)가 내린 거스를 수 없는 명령으로 이미 준비를 마친 지 오래다. 북한 6차 핵실험은 언제든 별개로 이뤄질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6차 핵실험이나 ICBM 시험발사가 아닌 도발 위협에 대해 섣불리 ‘저강도’와 같은 평가를 내리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핵실험 급의 대형 도발이 아닐 경우 이를 ‘저강도’ ‘잽’과 같이 정치적으로 해석하거나 과소평가하는 보도가 많지만, 북한이 핵보유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문 센터장은 “우려했던 6차 핵실험이나 ICBM 시험 발사는 없었지만, 북한이 4월 15일 대규모 열병식에서 공개했던 전략 무기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핵실험이 없었다고 해서 문제가 봉합된 게 아닌 것”이라면서 “북한은 미중 압박에 숨고르기를 하면서도 자신들의 지도자가 결코 외부 압박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김정은의 셈법을 바로잡는 데 있어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6일, 전날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의 군종 합동타격시위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잠수함들이 신속히 침하해 적함선들에 강력한 어뢰 공격을 들이댔다”면서 “초저공으로 바다 우(위)를 스칠 듯이 날며 목표 상공에 진입한 추격기, 습격기, 폭격기들에서 멸적의 폭탄들이 불소나기마냥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이어 “수 킬로미터 해안가에 즐비하게 늘어선 300여 문의 대구경 자행포(우리의 자주포에 해당)들이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우리 군 당국도 전날 북한이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화력 훈련을 진행 중인 것으로 밝힌 바 있다.

특히 북한이 ‘훈련’이란 말 대신 ‘시위’라고 표현한 것으로 볼 때, 이번 시위는 최근 한반도 해역에 배치된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직간접적으로 겨냥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시위’라는 표현은 우리 언어에 따르면 아무래도 대내외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지 않나”라면서 “공격 가능한 육·해·공군의 전투기나 잠수함까지 다 동원이 됐기 때문에 외부에 무력을 보여주는 한편, 내부적으로도 군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본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