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분한 김정은 오판해 核사용 대비 SM-3·사드 도입해야”

▲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8일 새로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 따르면 수중 잠수함에서 발사된 ‘SLBM 모의탄(군당국 추정)’은 수면과 거의 직각으로 솟아오르며 바다 위 30~40m 상공에서 굉음을 내며 점화됐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핵무기를 억지할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무엇일까. 김정은이 체제 유지의 보루(堡壘)인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외교적 수단보다는 군사적 수단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제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핵무장론’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은 만큼, 북한의 핵 공격 시 이를 정확히 요격할 수 있는 다층적인 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을 사전 억지하고 유사시 정밀 타격하기 위해선, 미사일의 비행 고도와 속도뿐만 아니라 타격 실패의 경우까지 고려한 ‘다층방어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층방어시스템의 주요 무기는 스탠더드 미사일 3(SM-3)와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기지 방어에 활용될 패트리어트3(PAC-3), 러시아에서 개발 중인 첨단 방공미사일 S-500, 그리고 미국의 선제타격용 재래식 정밀유도무기(PGM) 등이 있다. 현재 한국은 이 중 탄도탄 요격이 불가능한 독일제 중고 PAC-2만을 보유한 상태다.

요격 능력만 놓고 볼 때 ‘SM-3’ 대공미사일이 손에 꼽힌다. 바다 위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SM-3는 사거리가 200~500km에 달한다. 이지스함에 탑재돼 360도를 감시하는 SPY-1D(V) 레이더를 활용하면 전 방위 요격도 가능하다. 최대 속도는 마하 7.88. 적 미사일의 탄두를 직접 요격하는 힛투킬(Hit to Kill) 방식이어서 북한의 핵탄두 미사일을 비롯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요격에도 최적화 돼 있다.

이와 관련해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29일 데일리NK에 “북한이 SLBM 관련 기술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에서 SM-3가 요격 체계 중 가장 큰 효용성을 지닌다”면서 “SM-3는 사정거리가 길고 동선이 짧기 때문에 부스팅(boosting) 단계부터 요격에 나설 수 있으며, 가격대비 효율성도 다른 요격 체계보다 월등히 높다”고 말했다.

다만 비용만 놓고 따져볼 때 SM-3 도입은 만만치 않은 부담이라는 지적도 있다. SM-3의 한 발 가격은 무려 150억에 이른다. 김진무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한국의 한해 국방비 40조 중 무기 장비를 사드릴 수 있는 돈은 30%에 불과하다”면서 “도입 의지만 있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29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사진은 미군이 지난 2013년 9월 10일 하와이 인근 섬에서 종말단계 기반형 사드의 요격용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장면. /사진=미 국방부 미사일방어국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前 청와대 국방보좌관)은 “현재 북한 미사일을 가장 효과적으로 요격할 수 있는 수단은 사드”라면서 “우리 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소규모 지역을 방어할 순 있지만 사드만큼 광범위한 지역을 방어할 수 있는 요격체는 없다”고 설명했다.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정치권에서 도입 주장이 봇물처럼 나오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는 지상으로 떨어지는 탄도미사일을 고도 40~150km 상공에서 요격할 수 있다. 사거리 200km에 길이만 6.17m에 달해 음속의 8배 이상의 속도로 날아오는 미사일도 직접 타격할 수 있다. 특히 SM-3와 같은 초고도 요격 시스템이 방위에 실패할 때를 대비해, 상대적으로 요격 고도가 낮은 사드가 적 미사일의 낙하 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현재 사드는 비용 문제뿐만 아니라 중국의 반대가 거세 도입에 난관이 예상되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사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반도 전체를 사드 방어 범위에 포함시키려면 약 8조에서 10조 원가량을 미국 방위산업체에 지불해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은 사드의 레이더망에 자국의 기밀 정보가 잡힐 것을 우려하면서 “사드로부터의 안전지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변국 입장을 떠나 한반도 안보만 놓고 볼 때 사드 배치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국이 자국의 기밀 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사드의 X-Band 레이더는 미사일 발사 여부를 ‘탐지’하는 게 아닌, 미사일 발사 이후 이를 ‘추적’하는 용도인 만큼 중국 측의 주장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란 것. 또 현재의 구상은 사드 ‘구입’이 아닌 미군의 ‘배치’이기 때문에, 사드 도입이 성사돼도 미군 측에서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게 원칙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반미 감정으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세력들이 있는데, 한미 동맹의 차원에서 북한의 핵위협을 보호해주는 게 왜 문제가 돼야 하느냐”면서 “한미 동맹의 일환으로 사드 배치가 성사된다면 그 비용은 미군 측에서 부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이사장도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주장에 대해 “중국은 6자 회담 의장국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 개발에 단호히 대응하지 못하고 방조한 책임이 있다”면서 “사드 배치는 북한이 위협을 느껴 쉽게 핵 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건데, 중국이 이를 반대하고 나서는 건 곧 북한의 핵 개발을 또 한 번 묵인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SM-3와 사드에 이어 언급되는 체계는 ‘PAC-3’다. 미국서 개발한 고속 요격미사일로, 전술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항공기 등을 요격 및 격추하는 데 사용된다. 사드보다 하층 공역에 활용되며, 현재 미국과 네덜란드, 독일, 일본, 아랍에미리트, 대만 등 6개 국가에 배치된 상태다. 주한 미군서 PAC-3를 사드와 함께 한반도에 배치하고, 한국이 보유 중인 PAC-2를 함께 활용하는 게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다층 방어 시스템’의 구상이다.

이와 함께 러시아에서 개발 중인 첨단 방공미사일 S-500, 그리고 미국의 선제타격용 재래식 정밀유도무기(PGM) 등도 대안으로 언급된다.

‘55R6M 트리움팍터 M’으로도 불리는 S-500은 러시아에 실전 배치된 S-400 지대공미사일의 후속 방어체계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처럼 최대 600㎞ 거리에서 접근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탄도미사일과 직접 충돌해 파괴하는 ‘힛 투 킬’(hit-to-kill) 방식으로 방공능력 강화에 방점을 둔 요격 시스템이다. 200㎞ 고도의 탄도미사일 10개를 동시에 요격할 수 있고, 반응시간은 약 3,4초인 것으로 알려져 다양한 고도로 침입하는 적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 6자수석 회동에서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가운데)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오른쪽), 이시카네 기미히로 일본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손을 잡고 있다. 이날 수석대표들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한 공조 방안과 대책을 협의했다. /사진=연합뉴스

다층 미사일 방어망 구축의 일환으로 미국의 선제타격용 재래식 정밀유도무기(PGM)를 대거 국내로 전진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천영우 (사)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최근 일간지 칼럼에서 “일각에서 제기된 핵무기의 한반도 배치는 공허한 주장일 뿐”이라며 “미국의 선제타격용 재래식 PGM을 대거 국내로 전진 배치하고, 놓친 핵미사일을 요격할 중층적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고 현실적”이라고 제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군사 전문가는 “안보는 누구에 의존해선 안 된다. 자체적인 힘을 길러야 만이 우리의 안보와 국민을 지킬 수 있다”면서 “가능성이 낮지만 흥분한 김정은이 오판해 핵 미사일을 사용하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막대한 돈이 들더라도 미국 등을 통한 미사일방어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대한 최선의 억지전략이 한국의 자체적인 요격 체계도입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지만 그 전제는 한미일 동맹 강화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의 핵우산을 비롯해 한국 내 무기 배치 역시 결국 미국의 주도 하에 추진되는 만큼, 한미 연합방위 체제를 강화하는 게 1차적인 과제라는 것. 뿐만 아니라 현재 일본이 북한의 핵 위협을 의식해 요격 체계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군사적 동맹 강화와 비용 절감을 위해 일본과의 공조에도 주력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 책임연구위원은 “사드를 들여오는 것도 미국이고, 한국이 킬체인을 개발하는 것도 미국에게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를 구상하는 것도 결국 한미 연합 체제를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자주적인 방어도 중요하겠지만, 형편상 한미 동맹을 더욱 중요시 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도 “현 시점에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관리하는 방법으로는 한미연합 태세를 활용하는 게 최선”이라면서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미국이 보유한 전략자산이다. 주한미군과 한국이 같이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전쟁을 억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 원장은 북한에 대한 정책을 조율하기 위해 1999년부터 2004년까지 한미일 3국이 운영했던 ‘대북정책조정그룹(TCOG: Trilateral Coordination and Oversight Group)’과 같은 기구가 부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북한의 핵무기로부터 직접적인 위협을 받는 3개 국가가 철저하게 공조하여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일 경우 북한을 핵사용을 자제하거나 최선의 상황에서는 핵무기를 폐기할 수도 있다”며 “과거 TCOG와 유사한 기구를 만들어서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정보를 종합하고, 필요한 대응책을 긴밀하게 협의하여 구체화 및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