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김정일 사망 후 내년 총·대선 得失 따져보니…

여·야는 김정일의 사망이라는 ‘초특급 안보 이슈’가 내년 총선과 대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과 당 통합 추진이라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한 변수에 따른 ‘이해득실’ 계산에 손놀림이 바빠진 것이다.


한나라당은 안보 이슈 부각으로 보수층 결집 효과를 내심 기대하는 눈치지만, 민주통합당과 야권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인한 남북대화 단절과 이에 따른 무력감을 지적하며 효과 차단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당초 내년 총선·대선 정국에서 ‘복지’ 이슈가 집중적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됐었지만 ‘안보’ 이슈가 새롭게 등장하며 대북정책이나 남북관계 재(再)설정 등의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김정일 사망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 미치는 영향은 미풍(微風)에 불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과거 선거에서도 북한과 연관된 안보 이슈가 그다지 표심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탓이다.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폭침 이후 치러진 6·2 지방선거 당시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이 우세한 것으로 나왔지만, 막상 결과는 야당이 승리했었다. 2007년 대통령 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었지만 대선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또한 김정일 사망 직후 국내 증시가 급락했지만, 이틀 만에 직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오히려 개인투자자들은 주식 투자를 늘리는 등 예전과 같이 ‘북한’ 문제가 국내 정치나 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됐다.


지난 20일 아산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47.6%가 ‘김정일 사망이 내년 선거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나라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답변이 23.2%, 민주통합당에 유리할 것이란 응답이 19.9%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지난 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 정치권의 격한 조문논쟁으로 남남갈등이 비화됐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발 빠르게 ‘조의(弔意)’를 표시하고 민간단체의 조전을 허용하는 등 사전에 논란이 확대되는 것을 방지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김정일 사망 이슈가 총선에는 약간의 영향을 미치겠지만, 대선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 교수는 “김정은이 장례식 끝나고 어떤식으로 나서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성훈 코리아리서치 이사는 “이제 대북문제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 이사는 “북한에 대한 이슈가 발생하면 당시에는 불안 심리가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심리가 약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북한의 내부 불안요인 확대나 조문 문제로 인한 갈등이 야당에게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신 교수는 “불안할 때 좌(左)쪽으로 가는 것은 좋지 않다는 국민들의 인식이 있다”며 “민주통합당 내 국민의 명령 문성근 대표나 ‘내가 꿈꾸는 나라’ 김기식 대표가 조문을 가겠다고 하는데, 이런 행동들로 당 내 온건한 사람들도 도매급으로 취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일 사망에 따른 정당별 득실관계를 따졌을 때 한나라당의 경우 실(失)은 없고 득(得)의 기회가 있는 반면, 민주통합당은 득(得)은 없이 실(失)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