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황병서·김영철 사이 갈등 징후…생존 위한 고발도”

북한 김원홍 국가보위상이 지난 1월 전격 해임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과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핵심 권력층 간에도 갈등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원홍 해임 이후 공포정치의 칼날이 본인들을 향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해 몸을 사리는 모습이지만, 한편으론 김정은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권력층 내부에서도 견제와 긴장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룡해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원장 신언)은 최근 펴낸 ‘최근 북한 핵심 권력층 간 갈등 징후’라는 보고서에서 “최룡해가 ‘빨치산 혈통’을 내세워 간부층 내 보스 역할을 자임해왔으나, 2015년 11월 초 ‘혁명화’ 처벌을 받고 2개월 만에 당 비서로 복귀한 뒤 현재까지 힘이 많이 빠진 상태”라면서 “극도로 몸 조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최룡해가 실세로서의 지위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간부임명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김정은은 최룡해의 지반 확대를 꺼리고 있다”면서 “최룡해를 근로단체 총괄 직위에 머무르도록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영향력 행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최룡해는 총정치국장 당시 노동당 조직지도부 군 담당 부부장 황병서가 김정은에게 ‘무장집단의 반발’을 우려하는 보고를 함으로써 자신이 불이익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에 황병서에 대해 복수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고 전했다.

특히 “최룡해는 총정치국장을 해본 경험으로 군부 내 정치·군사·보위 부문 장성들을 잘 묶으면 ‘쿠데타’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기회가 오면 김정은에게 황병서의 위험성을 각인시켜 퇴출시킬 수도 있다는 얘기가 간부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최룡해는 당 조직지도부 검열위 등에 있는 자신의 측근들로 하여금 ‘보위성 검열’과 ‘당 생활지도’를 유도했는데, 이로 인해 김원홍으로부터 원성을 사는 등 김원홍과의 관계에서 갈등의 소지가 잠복해 있었다”면서 “김원홍 해임에 최룡해도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고 진단했다.


▲황병서

보고서는 또 황병서가 김원홍과 김영철, 최룡해 모두와 갈등 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황병서는 김원홍이 보위성을 통해 군 관련 사항에 개입하려고 한다는 정황을 알게 돼 격분했다”면서 “조경철 보위사령관에게 ‘김원홍이 군단장·사단장급 이상에 자기사람을 심으려고 하는지 24시간 철저히 감시하라’고 명령하는 등 김원홍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또 “황병서는 2012년 국가보위부장에 오른 김원홍이 당시 노동당 조직지도부 군 담당 부부장이던 자신과 사전 협의도 없이 김정은에게 보고하고, 총정치국과 총참모부 작전국 간부 수십여 명을 국가보위부로 소환한 것을 두고 내심 불만을 갖고 있다고 알려진다”면서 “간부들 사이에서 황병서와 김원홍과의 관계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이라는 말이 떠돌았다고 한다”고 부연했다.

보고서는 또 “김영철이 정찰총국 5국에 이어 산하 무역회사인 청봉무역도 통전부로 이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황병서는 ‘네가 정찰총국에 있다가 통전부로 가면 정찰총국도 통전부로 옮겨야 하냐?’면서 비난했다”면서 “김정은에게도 ‘김영철이 개인권력을 조장하고 있다’고 보고하는 등 김영철도 견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보고서는 “과거 최룡해가 총정치국장으로서 ‘2인자’로 군림하던 시절, 황병서를 중심으로 하는 당 조직지도부가 ‘최룡해가 군부 내에서 자신의 인맥을 구축하여 세력화할 조짐이 있다’는 보고를 김정은에게 한 바 있다”면서 “이로 인해 최룡해를 해임에 이르게 했던 만큼 갈등요인이 잠복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김영철

이와 함께 보고서는 김영철이 과거 김원홍과 우호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정찰총국장과 통전부장에 연이어 부임하면서 김원홍은 물론 황병서와도 대립 구도를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김영철은 과거 정찰국장 재직 당시 김원홍의 아들 김철(청봉무역 사장)이 정찰총국 산하에서 외화벌이를 하도록 뒤를 봐주는 등 김원홍과 우호관계를 유지해 왔다”면서 “그러나 김영철이 정찰총국장 부임이후 외화벌이 조직 이관·흡수를 강행하고, 통전부장으로 부임 후 보위성의 대남 공작업무까지 넘보는 등 월권행태를 보여 황병서·김원홍과의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김원홍이 김정은에게 김영철의 불륜설과 김양건 비하 등 부적절한 언행을 수집해 보고함으로써 김영철 ‘혁명화 교육’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게 정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김영철이 ‘혁명화’ 조치 후 살아남게 되자 ‘김원홍·김영철 둘 중 하나는 조만간 죽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북한 고위층 내부에 돌았다고 한다”고 부연했다.

보고서는 이어 “김영철은 최근 김원홍 해임 이후 김원홍과의 우호적 관계를 감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김원홍과의 악연을 부각하고 있다”면서 “또 황병서가 자신의 혁명화 교육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보고 황병서에 대해서도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정은은 집권 후 권력 강화를 위해 고위 간부들을 대상으로 승진과 강등, 해임, 숙청을 반복하는 ‘토사구팽’식(式) 공포정치를 자행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