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탄핵, 유일영도체계 고수 북한에 어떤 영향?

한국 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습니다. 현 대통령을 파면한 건 한국 헌정 사상 처음인데요. 이 시간에는 한국 대통령 탄핵이 북한 주민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탄핵됐습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를 했다는 판결을 받아 자리에서 내려온 것이죠. 이번 탄핵을 보시면서 개인적으로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또 주변 탈북민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자국 국민들과 헌법 재판에 의해 탄핵 결정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약 50여 년 동안 ‘수령절대주의’ 체제를 고수하는 북한에서 살면서 절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바로 제 눈앞에서 펼쳐졌기 때문이죠.

주변 탈북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북한 정권 선전에 악용되는 것을 매우 우려스럽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탄핵 관련 국정논란과 위기가 오래 지속된다면 우리가 북한에 절대 불리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2. 그런 의미에서 3대 세습 독재 체제 하에서 사는 북한 주민들이 이 사실을 알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북한 주민들도 비슷한 것이라고 봅니다. 북한 주민들은 해방 후 지금까지 3대(代)로 이어온 독재체제 속에서 사소한 불만조차 제기하지 못한 채 지도자를 무조건 숭배해야 한다고 세뇌돼 왔습니다. 그런데 머나먼 나라 얘기도 아니고, 한반도 남쪽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는 북한 주민들에게 ‘인민의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한다면 심판을 받는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3.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중 ‘통일은 대박’이라고 강조했고, 북한 주민들을 향해 언제든 자유의 땅으로 넘어오라는 말까지 자주 전하고는 했습니다. 이전 대통령들에 비해 통일이나 북한인권 개선에 유독 강한 뜻을 내비쳐왔는데요.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은 박 대통령에 대해 그동안 어떤 인식을 갖고 있었습니까?

우선 북한 주민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남조선(한국) 경제 성장을 주도한 위력한 인물’이란 인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북한을 방문했던 차분하고 강직한 여성 대통령’이라 인식해왔죠. 특히 여성이지만 개성공단 폐쇄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한 단호한 배짱의 소유자로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이른바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노동신문 기사에 상당히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도 자칫 비리를 범하거나 국정혼란 등 위법 행위를 하면 탄핵될 수 있다는 걸 배우게 됐죠. 이 과정에서 ‘우리의 지도자(김정일·김정은)들은?’이란 의문점을 가졌을 수 있습니다. 한국과 북한의 상황을 비교해보면서 김정은에게 더 큰 실망과 분노를 할 가능성이 큽니다.

4.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약 넉 달간 수만 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와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도 이 사실을 사진과 함께 전하고는 했는데요. 이를 본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북한 당국은 소위 ‘최순실 사태’가 터지자 이를 ‘썩어빠진 남조선 사회의 실상’이라며 선전하는 데 매우 좋은 계기라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대규모 촛불시위를 보며, 이게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바꾸고 북한 정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단 우려에 보도를 자제하기도 했죠.

실제 북한 주민들은 노동신문에 실린 몇 장의 사진과 기사를 보며 한국 사회에 대한 많은 정보를 찾아냅니다. 북한 정권이 늘 주민들에게 ‘자본주의 대(對) 사회주의’를 비교해 교양해온 탓에, 이에 익숙해진 주민들은 늘 신문에 실린 한국 국민들의 모습과 구호 등을 보며 자신들의 처지와 비교해보곤 하죠. 그러면서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빈곤한 북한 현실을 깨닫게 됩니다. 특히 촛불집회에 박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피켓이나 조형물이 많이 등장하지 않았어요? 이런 걸 보며 북한 주민들은 한국 사회의 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를 실감하게 됩니다.

5. 촛불집회를 비롯해 박 대통령 탄핵 결정 등이 북한 주민들에게 민주주의 의식을 심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이번 사건은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에 반드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합니다. 평범한 국민들이라 해도, 그들이 분노해 함께 일어나면 권력은 맥을 추스르지 못한다는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는 겁니다. 북한 주민들도 국민들의 꾸준한 평화 시위가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는 걸 느낄 것이라 봅니다.

특히 이번 사건은 대통령 위에 국민과 법이 있다는 개념을 주민들에게 심어줬습니다. 서울 도심에서 일어난 대중 투쟁으로도 대통령이 물러나는데, 전국이 들고 일어나면 독재 정권도 맥을 추스르지 못하겠구나 하는 믿음을 줬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6. 한 나라의 지도자에게 헌법을 위배했다는 책임을 물어 파면 결정을 내리는 것을 보며,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아마 북한 김정은과 고위층들은 매우 큰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머리를 숙여 자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이는 결국 한국 사회 내 대중 투쟁을 목격한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의 눈길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라 봅니다. 그래서 최근 김원홍(국가보위상)과 같은 독재 기관 수장을 처벌하는 흉내까지 연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김정은은 한국 사회가 보여준 대통령 파면 사건을 계기로 인민들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이고, 이전보다 더 환심을 얻기 위해 애를 많이 쓸 것이라 예상합니다.

7. 북한 김정은으로서는 기분이 묘할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기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북한 주민들이 ‘탄핵’이란 절차에 관심을 가질까 우려하기도 할 텐데요. 앞으로 북한이 어떤 식으로 주민들에게 선전할까요?

앞서 얘기했듯, 김정은은 이번 사건을 보며 기쁨보다도 두려움이 앞설 것입니다. 이번 사태를 북한 주민들도 지켜봤다는 데 많은 우려를 하겠죠. 특히 이미 북한도 신문과 방송을 통해 남조선 사태를 선전해왔기 때문에, 탄핵 결정과 그 의미를 숨기긴 어려울 것입니다.

앞으로 북한 당국이 박근혜 대통령의 죄목을 어떻게 가공하고 부풀릴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세월호 사건과 개성공단 폐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으로 국민의 분노를 샀다는 식의 가공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8. 위법을 일삼고 인권 유린을 자행하는 지도자를 꼽으라면 바로 북한 김정은도 피해갈 수 없을 것입니다. 한국의 대통령 탄핵 과정을 지켜봤을 김정은을 향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직 북한 주민들은 역대 김 씨 일가가 저지른 반(反)인민적이고 패륜적인 일들을 구체적으로 알진 못합니다. 북한 당국이 외부 정보 유입을 가로막고, 거짓 선전공세를 벌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만약 김정은 일가의 역사 왜곡 행위와 반인륜적 살인 만행들이 구체적으로 주민들에게 전달된다면, 머지않아 북한 정권은 끝장나게 될 겁니다.

김정은은 최근 유일 독재체제의 장기 집권을 위해 이복형 김정남까지 살해하는 등 비인간적 만행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언젠가 반드시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김정은은 ‘착취와 압박이 있는 곳에 반드시 인민의 투쟁이 일어난다’는 격언을 꼭 명심하길 바랍니다.

9. 끝으로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이 북한에 주는 시사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종합적으로 본다면 이번 사건은 김정은 및 지도부에게는 자유민주주의와 개혁개방은 파멸을 의미한다는 위압감을 주게 될 것이고, 주민들에게는 한국처럼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열망을 가지게 했다는 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