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당내 세대교체?…“경험 부족 관료들에 억지충성 강요”

북한이 36년 만에 열리는 제7차 노동당(黨) 대회에 참가할 대표자 선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대내외에 핵·미사일 위협과 공포통치를 내세우며 체제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는 김정은이 대회 참가자를 어떤 인물로 채울지 관심이다.

그간 6차례 열렸던 당 대회 참가자들이 이후 북한 곳곳에서 체제 유지의 ‘선봉자’ 역할을 해온 만큼, 이번 대회 대표자 면면을 보면 향후 김정은이 어떤 인물을 내세워 권력을 유지하고 체제를 이끌어갈지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당 대회 참가자는 먼저 시·군 단위에서 후보자를 받은 후 도 단위에서 1차로 걸러낸 뒤, 중앙당에서 최종 심사하는 방식으로 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보자들은 주로 시·군 또는 도 단위에서 간부급으로 일하거나 주민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은 사람들 위주로 추려지지만, 명단을 심사하는 간부들과 모종의 이해관계가 있는 후보들은 간부들의 입김에 따라 참석 여부가 갈릴 수도 있다고 전해진다.

이후 중앙당으로 올라간 명단은 ‘요해(了解·파악) 사업’이라 불리는 심사 단계를 거친다. 중앙당 조직부가 도 당 조직부와 협동해 명단에 이름을 올린 후보자를 대상으로 경력과 공로, 가정환경, 출신 성분, 품격, 평판 등을 꼼꼼히 조사하는 것. 이 과정에서 불법 비행을 저질렀다든지 자녀 교양 또는 가정 혁명화에 불성실했던 사실이 발각되면 후보자 명단에서 제외된다.

지난 당 대회의 참가자들 추이로 볼 때, 일단 이번 대회에도 대체로 당 비서와 조직 비서, 선전비서, 정치위원 등 이미 주요 요직에 앉아 있는 간부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 당 기관 간부나 공장기업소 현지 일꾼, 기관기업소 핵심 당원들 역시 도 당 및 기업소 차원에서 선발돼 참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도 미래과학자거리 건설이나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건설 등 김정은의 치적 사업에 동원된 사람들에게 대회 참석 권한이 부여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이번 당 대회는 지난 4년 간 고위급 간부들에 대한 숙청과 처형을 반복하며 노동당 내 세대교체를 암시해온 김정은이 이번 당 대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권력 재편의 드라이브를 걸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집권 5년 차를 맞은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 기반을 확고히 다지기 위해 이번 당 대회에서 젊은 간부들을 대거 임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일본의 북한 전문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지난달 25일 함경북도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24일 당 대회 참가자 추천이 끝났다면서 “60세 이상의 노(老) 당원은 제외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한이 당 대회 참가자 선발에 있어 나이 제한을 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2012년 만 60세 이상 남성당원과 만 55세 이상 여성당원을 대상으로 기존 당원증을 ‘명예당원증’으로 교체할 것을 지시하면서 사실상 이들을 강제 은퇴시킨 조치(▶관련기사 바로 가기 : 김정은發 노병은 떠나라?…‘명예당원증’ 교부)의 연장선으로 읽혀진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젊은 층을 지지대로 삼아 군림하려는 김정은의 시나리오가 지금의 북한 현실에 제대로 먹혀 들어가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젊은 간부들이 장기간 권력을 유지해온 고위 간부들의 정치 경험을 단기간에 따라잡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젊은 층으로 갈수록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이 약화되는 게 최근의 북한에서 보이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한 고위 탈북민은 1일 데일리NK에 “김정일도 통치에 있어서 ‘노(老)·장(長)·청(靑)을 결합하라’고 강조했었다. 청년부터 중·장년까지 골고루 배합해 조직하고 관리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라면서 “책상머리에 앉아 연구나 하던 젊은 관료들은 우격다짐으로 ‘결사정신’을 외칠 뿐 현실에 맞는 경험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김정은의) 통치에 여러 난관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 북한의 청년층과 중년층은 1990년대 말 식량난을 경험한 후 국가 덕을 본 게 없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화폐개혁 등으로 인해 막심한 피해를 입은 경험도 있어 김정은에게 진심 어린 충성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김정일 정권 말기부터 시작해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사실상 ‘충성심’이라는 건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부 강압에 의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60세 미만 연령만 당 대회에 참가시키겠다고 한 것도 사실상 말뿐이지, 중앙당 현직 간부들이 거의 60세 이상들인데 이들을 제외하고 어떻게 당 대회를 열겠나”라면서 “연령 제한을 둔 것은 그만큼 대표자 후보로 젊은 사람들을 많이 내보내라는 뜻을 전하고, 향후 체제에 충성할 젊은 사람들을 키워가겠다는 김정은의 뜻을 알리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