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딜레마 ‘북핵과 남북관계’

북핵 불능화와 핵 계획 신고가 연내 시한을 넘기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이명박 정부’의 대북구상도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북한은 2008년 공동사설에서 핵문제와 6자회담에 대해 언급을 삼가한 채 대남 선전 책략의 이념적 표현인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했다. 사설은 남북 정상간 10·4 선언 이행도 촉구했다.

북측은 일단 남북경협 확대를 요구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핵 문제에 관해서는 일체 진전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신 정부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북한 공동사설에 대해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2일 “북한식 실용주의”라면서 “결국 신정부에 대하여는 기본적으로 대화유지, 경제협력 요구에 기초해서 대북정책의 추이를 관망하려는 자세”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 의원이 현실과 동떨어진 나이브한 분석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북측은 이번 공동사설에서 노무현 정부 하에서 관성대로 핵 포기에 대한 명확한 언급 없이 남북관계 개선과 경협 확대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비핵화를 전제로 경협 확대를 주장한다. 이명박 정부는 비핵화가 완료 되기 전에는 핵 문제와 남북관계의 딜레마에 처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핵 포기 없는 대남 구애(求愛)를 북한식 실용주의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북핵 신고 지연으로 미북간 갈등은 점점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통일안보분과 자문위원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이날 SBS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명박 정부는 핵 폐기 이행 여부에 따라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할 수 없는 것은 안 하는 등 분류해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수위 외교분과간사 박진 의원도 지난 31일 “당선자의 대북구상인 ‘비핵∙개방3000’은 비핵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면서 “향후 대북정책에서 북핵폐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핵 불능화와 핵 계획 신고가 지연되면서 신정부의 대북정책과 북한의 대남정책은 공히 당분간 ‘탐색전’에 국한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당분간 남북관계는 북핵문제의 답보로 인해 정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당선자는 1일 KBS∙S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신고 지연에 대해 “조금 늦어지더라도 성실한 신고가 중요하지 않겠느냐. 불성실한 신고를 (약속기일인) 12월31일까지 하는 것보다 확실히 신고해줌으로써 신뢰가 생기고 진정한 (핵)폐기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유연성을 강조해 미국측과 보조를 맞췄다.

북한 당국이 북핵 불능화와 핵 계획 신고를 이행하면 남북관계도 순풍이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이명박 정부는 출발부터 북핵과 남북관계, 한미동맹이라는 쉽지 않은 방정식을 풀어야 할 것 같다.